켈수스를 논박함 - 그리스 로마 세계에 대한 한 그리스도인의 답변
오리게네스 지음, 임걸 옮김 / 새물결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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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초대기독교 신학자들 중 가장 위대한 이로 꼽히는 오리게네스의 저작이 이제서야(!) 번역되어 나왔다. 하기사, 칼빈의 '기독교 강요'가 완역이 된지 20년이 채 안되는 듯 싶으니 그리 늦은 것도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2.'켈수스를 논박함'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기독교를 비판한 켈수스에 대한 논박문의 형태로 쓰여져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도 그렇듯이 기독교를 비판한 켈수스를 반박하기보다는, 켈수스의 글을 보고나서 신앙의 회의를 갖게될 사람들에게 이 글을 선보이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그가 서문에서도 언급한 것이지만) 논박문이기에 앞서 이 글의 성격은 호교문이며, 당대 기독교에 대한 조금은 난잡한 설명문으로 읽을 수도 있다.

3.켈수스의 '진리'를 인용하기는 했지만, 그 내용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어찌되었든 오리게네스의 반박의 논리는 기독교 교리에 충실하다. 아니, 교리가 완전히 정립되기 이전이니, 바울서신의 글에 가깝다고 해야하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이겠다. 이방인들을 기독교 공동체로 편입시키는 과정에서 바울이 부딪혀야 했던 것이 유대교적 성격이 강한 기독교인,혹은 유대교인들이었다면, 오리게네스에게 있어서는 그리스-로마 세계에 서서히 그 터전을 잡아가는 기독교인들을 비판하는 비기독교인들이다. 이것은 기독교가 그 세를 확장하기 위한 두번째 시련이라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어찌되었든 이것을 극복해내고, 오리게네스와 터울이 그리 길지 않은 아우구스티누스에서 기독교 체계는 그 기틀을 공고히 다지게 된다.

4.오리게네스의 위대함은 그 당대를 돌파해나갔다는 점에서 인정된다. 하지만 그 위대함을 뒷받침하는 신학적 견해는 사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볼 때 그리 탁월하지는 않다. 오리게네스의 비판자였던 켈수스의 철학역시 마찬가지이다. 켈수스의 견해는 엄격한 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했다기보다는 이렇게 저렇게 파편화된 지식들을 어설프게 맞춘 것 처럼 보인다.(오리게네스가 그런 식으로 유도하고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대략 1800년이 지난 오늘날 기독교의 교리 자체에 그리스 철학의 흔적이 강하게 새겨져있음을 알고 있는 신학생들이나 식자들에게는 이 책이 촌스러워 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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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크로노스 총서 10
패트릭 콜린슨 지음, 이종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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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한스큉의 '가톨릭 교회'처럼 이 책 역시 비교적 적은 분량에 알찬 내용을 담고 있다. 업적을 내놓을 만큼 내놓은 대가가 내놓는 입문서답게 적절한 내용과 대가다운 여유와 위트를 엿볼 수 있다. 물론 이것이 학적인 서적이었다면, 그것은 마이너스요소이겠지만, 대중적인 서적, 입문서라는 이 책의 기본목적을 상기시켜보면 책의 내용을 더 곱씹어보게 만드는 주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

2.Chapter 12에서 나오는 문제는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내가 줄곧 고민해왔던 문제이다. 종교개혁이 흥미로운 점, 어떻게보면 절망스러운 점은 종교개혁자들이 의도했던 바와, 그것을 받아들여 변화를 꿈꾸었던 사람들 혹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던 사람들의 의도했던 바의 간극이 크다는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은 그야말로 종교안에서의 개혁을 원했지만, 그 목소리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이 사회를 개혁하기를 원했다. 그것은 조금 비약해보면 역사적 예수의 삶 속에서도 발견된다.

3.'종교 사상이 일단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되면, 그 발전의 궤적은 종교사상의 수용자와 매개자-개인과 집단-의 필요에 의하여 결정된다.'->이 문구는 이제 약간 조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종교 사상이 세상변화에 앞서 먼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현자본주의체제 아래서의 종교 사상은 미리 그 수용자들에게 선택되어 진 채로 선보인다는 게 아마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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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 크로노스 총서 2
한스 큉 지음, 배국원 옮김 / 을유문화사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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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회'는 현존하는 가톨릭 신학자 중 가장 잘 알려져 있는(가장 잘 알려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명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그가 아카데미컬하게 뛰어난 업적을 남겼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내 고백을 포함한다. 내가 알고있는 종교개혁 이후의 가톨릭 신학자는 칼라너, 구티에레즈, 보프 정도밖에 안된다.) 한스큉의 근작이다. 대중들에게 역사를 쉽게 알려준다는 이 총서의 취지에 맞게 책의 분량은 두껍지 않고, 내용도 비교적 평이하다.(책 시리즈를 다보지는 않았지만 기독교의 다른 파트를 다루고 있는 '종교개혁'을 봐도 내용이 그 양에 맞추어 알차다. ) 가톨릭을 비판적으로 바로고픈 가톨릭 신자들에게, 가톨릭에 무지한 개신교 신학생들에게, 혹은 한스큉 신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그리스도교'의 다이제스트판을 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몇가지 서툰말을 달고 싶지만, 그것을 달기 위해서는 이 책보다는 '그리스도교'를 좀더 자세히 훑은 뒤에 적는 것이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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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명의 기반 - 철학적 탐구
강유원 지음 / 미토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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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역사를 완전히 객관적인 눈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역사로써 이념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그 이념을 역사의 목적으로 저립시키려는 목적론적 역사주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역사를 이용한 이념 증명의 어떠한 시도도 독단론이 되기 십상이다. 더욱이 현대는 역사의 의미 자체가 의문시 되는 시기이다. '세계정신'과 같은 하나의 이념을 역사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모든 것을 그것으로 환원시키는 것이 용납되지 않을뿐더러, 이러한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가속화된 세계감각 탓일지도 모르겠다. 속도감 있게 세계를 경험함으로써 과거는 무용한 것이 되고, 그에 따라 진지한 반성 위에서만 성립하는 역사라는 거대구조를 망각하게 된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핍진적 세계 경험'이다 ' ...

책의 서문은 저자의 작업이 하고자하는 바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저자 강유원은 헤겔과 마르크스에 기대어 '핍진적 세계경험'을 하고 있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역사를 이루는 토대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려고 애쓴다. 그것은 단순한 사건나열식의 역사서술도 아니고 새로운 이념의 창조가 아닌, 그러한 시도들이 미처 찾아내지 못했던, 그 사이의 공백들,혹은 그 바탕에 대한 탐구이다. 좀더 많은 정보량을 가지고 새밀한 접근을 했으면 더 좋은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기본적으로 대만족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강의록을 이런 말끔한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을 환기하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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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이끈 위대한 지혜들 - 복거일의 세계사 인물 탐구
복거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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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물론 인물에 대한 간단한 전기들의 모음집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복거일이라는 특이한 리버테리언의 인물해석론으로 보는게 더 적절하지 않나 싶다. 리버테리언이라는 위치와는 상관없이 , 영어공용화론자인 것과도 무관하게 스타일리스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사람답게 복거일의 간결한 문장은 빛난다. 그리고 복거일 특유의 잠언 역시 인상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보이는 복거일 특유의 해석에 대해 나는 딱히 동의하지 않는다. 아마도 복거일에게 있어 현실적인 이상세계였던 곳은 로마제국, 혹은 당태종이 지배했을때의 중국제국이었던 것 같다. 나치즘, 파시즘과 같은 전체주의를 부정하면서도 그는 크게 결이 틀리지 않는 제국주의에 매혹을 느낀다. 고종석이 그에게 배웠다고 하는 보편주의는 결국, 제국주의의 확장속에서 만들어지는 보편주의인 것이다. 보편주의자, 세계시민주의자를 지향하나는 나이지만(아니 적어도 관념적으로 동의하지만) 나는 그러한 복거일의 태도가 마뜩치 않다. 그렇다고 그가 태도를 바꿀 생각은 당연히 전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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