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양문명의 기반 - 철학적 탐구
강유원 지음 / 미토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실상 역사를 완전히 객관적인 눈으로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역사로써 이념을 증명하려는 시도는 그 이념을 역사의 목적으로 저립시키려는 목적론적 역사주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역사를 이용한 이념 증명의 어떠한 시도도 독단론이 되기 십상이다. 더욱이 현대는 역사의 의미 자체가 의문시 되는 시기이다. '세계정신'과 같은 하나의 이념을 역사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모든 것을 그것으로 환원시키는 것이 용납되지 않을뿐더러, 이러한 논의 자체가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가속화된 세계감각 탓일지도 모르겠다. 속도감 있게 세계를 경험함으로써 과거는 무용한 것이 되고, 그에 따라 진지한 반성 위에서만 성립하는 역사라는 거대구조를 망각하게 된 것이다. 이는 한마디로 '핍진적 세계 경험'이다 ' ...
책의 서문은 저자의 작업이 하고자하는 바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저자 강유원은 헤겔과 마르크스에 기대어 '핍진적 세계경험'을 하고 있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역사를 이루는 토대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려고 애쓴다. 그것은 단순한 사건나열식의 역사서술도 아니고 새로운 이념의 창조가 아닌, 그러한 시도들이 미처 찾아내지 못했던, 그 사이의 공백들,혹은 그 바탕에 대한 탐구이다. 좀더 많은 정보량을 가지고 새밀한 접근을 했으면 더 좋은 책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기본적으로 대만족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강의록을 이런 말끔한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국내에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을 환기하면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