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다시 생각한다 - 인간, 돈, 빚에 대한 다섯 강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공진호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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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고양이 눈>을 쓴 소설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빚에 대해 썼다.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이 쓰는 쉬운 경제 이야기가 아니고 빚이라는 물질적이고도 정신적인 부채에 대한 인류학적이고 문학적인 탐구다. 주택담보대출(morgage)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따져 ‘죽음의 서약’이라고 풀이하기도 하고, 아버지의 채무 때문에 학교 대신 페인트 공장에서 성장했던 찰스 디킨스와 그의 소설 속 파산자들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채무도 자산입니다’라는 붙임성 좋은 유혹이 말하지 않는, 빚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예수보다는 스쿠루지를 훨씬 닮아 있는 우리의 모습을 조망하며 자연과 후대에 빚진 삶을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의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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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쇼핑 - 아무것도 사지 않은 1년, 그 생생한 기록
주디스 러바인 지음, 곽미경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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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호 <한겨레21> 특집, ‘2010년 1년 동안 쇼핑 안 하기’ 프로젝트 기사를 읽고 뜨끔했다. 나야말로 저 대열에 합류해야 하는데. 그 프로젝트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주디스 러바인의 <굿바이 쇼핑>이 출간되었다. 아무 것도 사지 않은 1년의 기록이다. 신용카드 한도까지 긁고 직불카드를 응원 깃발 흔들 듯 신나게 흔들다가 ‘이제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 러바인은 그 생각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겼을 뿐이다. 집에 있는 물건 재고조사를 한 뒤 남편과 함께 쇼핑 없이 살아간다. 포도주가 생필품인지 사치품인지에 대한 논란은 일부에 불과하다. 쇼핑을 줄이고 싶은 사람들은 열독해볼만한 책이다. 다만, 쇼핑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읽어도 큰 도움이 안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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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 - 미국 건축의 아버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브루스 브룩스 파이퍼 지음, 이종인 옮김 / 미메시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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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가장 미국적이고 가장 유명한 현대 건축가의 한 사람. 마치 <서양미술사>의 한 페이지처럼 각인되어버린 그 유명한 낙수장을 비롯,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 등 그의 작품 이력을 시대순으로 화보, 해설을 통해 볼 수 있는 책이 바로 <라이트-미국 건축의 아버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다. 고층으로 세워 올리는 대신 주변의 자연과 호흡하는 가로로 길게 누운 수많은 저택들이 태어난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꽤 재미있는데, 1900년 즈음 ‘건축에서 박스 파괴하기’를 모토로 최대한 노력했다. 놀라운 것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낙수장이 바로 대공황기에 지어졌다는 데 있다. 값싼 주택 건설 시스템을 개발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었던 당시의 라이트는 “폭포와 함께 살라고” 저택이 폭포의 일부가 되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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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치 체포록 - 에도의 명탐정 한시치의 기이한 사건기록부
오카모토 기도 지음, 추지나 옮김 / 책세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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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탐정소설 ‘도리모노’의 시작을 알린 <한시치 체포록>은 셜록 홈스를 읽고 충격을 받았다는 오카모토 기도가 1917년 발표한 일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메이지유신 이전 일본사회를 만화경처럼 흥미진진하게 들여다보게 해주는 이 책을, 미야베 미유키는 시대소설을 쓰기 전에 항상 읽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담과 괴담을 다루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인간의 소행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이 기실 인간에게서 시작된다.
단편 <쓰노쿠니야>는 괴담으로 시작해 명쾌한 미스터리로 끝난다. 쓰노쿠니야라는 술 도매상이 곧 망하리라는 소문이 떠돈다. 그 집에서 친자식을 낳으면서 큰딸로 키워온 양녀를 버린 탓에 귀신이 씌었다고 생각하는 주변인의 시선과 연달아 발생하는 죽음의 음산한 분위기가 당시 서민들의 삶과 조화를 이루며 진행된다. 주인공 한시치를 처음 소개하는 단편인 <오후미의 혼령>은 일본 공포만화에 나올 법한 이야기를 맛깔나게 풀어낸다. 재앙을 당하지 않을까 겁먹은 등장인물을 묘사하면서 진지하게 “가까운 절로 날마다 참배를 하러다니기 시작했다”고 쓰는 것은 전근대성 묘사의 일환이겠으나, 100년이 지난 지금도 뭐가 다른가 싶어 웃게 된다. 인간세상은 징글맞도록 변하지 않는다. 그때도 사이코패스가 있었고, 꽃뱀이 있었고, 미신이 있었다. 이 책은 깜짝 놀랄 반전이나 화려한 속도감이 아닌, 느릿느릿 구전되는 옛이야기의 매혹을 느끼게 해준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사람에게는 미야베 미유키의 <메롱>이나 하다케나카 메구미의 <샤바케> 시리즈, 교고쿠 나쓰히코의 <항설백물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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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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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수식할 말이 너무 많아서 난감하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처럼. 도무지 외워지지 않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키다리 아저씨> 식의 서간체 소설이고(편지들로만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제2차 세계대전중에 독일군 점령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던 영국의 한 작은 섬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브리짓 존스의 일기>처럼 여주인공이 여자에 대한 수완이 좋은 돈 많은 마초 남자와 수줍음이 많지만 진지하고 다정한 남자 사이에서 갈등을 하며 사랑을 찾아나가게 되며, 독자는 몇몇 대목에서 눈물을 참느라 이를 악물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키득거리며 히죽거리게 되어 있다.
1946년 1월, 전쟁 기간 동안 해학넘치는 에세이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영국의 여자 작가 줄리엣이 주인공. 어느날 그녀는 낯선 사람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는다. 줄리엣이 처분한 책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된 사람에게서 온 편지에 답장을 하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묘한 이름의 북클럽에 대해 알게 된 줄리엣은 다음 책의 주인공으로 그들을 선택한다. 한편 미국에서 온 부유한 출판업자 마컴이 줄리엣에게 작업을 건다.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유대를 다지고 사랑에 빠지는, 그야말로 손으로 쓴 편지가 오가던 시대를 격렬하게 그리워하게 만든다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 있다. 평생을 작가 지망생으로 살다 이 책 출간을 앞에 두고 세상을 떠난 메리 앤 섀퍼와 그녀를 도와 이야기를 다듬고 마무리한 조카 애니 배로스가 함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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