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가다 - 고목나무샘에서 보구곶리까지
신정섭 지음 / 눌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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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강 때문에 참 말이 많다. 4대강 정비사업에 정신이 쏠려있는 사이, 한강 곳곳은 ‘디자인 서울’ 운운하는 새단장이 한창이다. 건물 짓고 콘크리트 깔 곳이 없으면 한강을 덮어버리는 건 아닐까 지레 공포심이 들 정도다. 상황이 이러니 ‘강’ 이야기는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등극했다. 프레드 피어스의 <강의 죽음>도 얼마전 출간되었지만, 신정섭의 <한강을 가다>가 각별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제목 그대로 한강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테다. 일단 사진도 글도 살뜰하게 추려놓았다. 아스팔트 킨트에게는 거의 외국어 수준으로 낯선 나무이름, 꽃이름이 새 노랫소리처럼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담백한 글맛에 기인하는 듯. 한강을 그 모습에 따라 일곱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데, 그러니 한강의 상류부터 하류까지, 그리고 서울을 관통하면서 만나는 반포와 밤섬, 난지도 이야기까지 풍부하게 펼쳐진다. 책의 만듦새가 좋아 몇시간이고 만지작거리며 책장을 넘기다가, 어쩌면 십년 후에는 이 모든 게 “그땐 그랬지”로 남을지 모르겠다는 근심이 든다. 시간이 갈수록 사계절도 한강도 애틋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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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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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삶을 꼭 닮은 장황한 소설 같았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다 어느 날 아침 돌연 끝나버리는. 핏자국을 남기고.” 제임스 설터의 단편집 <어젯밤>의 표제작 <어젯밤>은 투병에 지친 아내를 안락사시키는 남편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후의 밤에 남편과 아내, 그리고 그들의 지인인 여자가 함께 와인을 마시고 대화를 하고 침묵을 나누는데, 독자가 마음의 준비를 마칠 즈음 이야기는 생일 케이크 위 촛불처럼 꺼진듯 하지만 몇 번이고 되살아나며 마무리된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관심을 가져볼만한 작가. 신기하게도, 단편으로 유명한 레이먼드 카버와 존 치버, 제임스 설터 모두 소설의 입구는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한데 나오는 출구는 판이하게 다르다. 설터는, 인물들에게 출구라는 걸 만들어주지 않는다. 냉혹한 건지 현실적인 건지. <뉴요커>의 ‘소설’ 팟캐스트에서는 토마스 맥궤인이 <어젯밤>을 낭독하고 이 소설에 대한 감상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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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대
헤르타 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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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 바우쉬의 무용을 보는 것 같다. 노벨 문학상 수상 덕분에 한국어로 읽을 기회를 얻게 된 헤르타 뮐러의 소설은 딱 그런 인상이다. 허공를 가르는 몸짓은 앙상한 몸과 대조되는 강렬함에 빛난다. 언어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본능적으로 포착하기 위한 안간힘을 쓰는 무대 위의 그녀와 그녀를 바라보는 관객. 헤르타 뮐러의 <저지대>에서는, 이미지와 움직임, 색깔, 소리, 맛은 있지만 목적성을 갖고 한 방향으로 또렷하게 흘러가는 서사를 발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게 다 무슨 말인가 싶은가? 그럴 것이다. 뭘 상상하고 읽어도, 상상하지 못한 풍경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서점에 서서 표제작 <저지대>만이라도 꼭 읽어보시라. 말이 만들어낸 이 아름다움을 말로 풀어 전하는 일의 불가능함에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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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6 11: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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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1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시여행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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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민의 외로움을 요시다 슈이치는 늘 섬세하게 짚어낸다. 그에게 아쿠타가와상을 안긴 <파크 라이프> 때부터 그랬다. 국제적인 프랜차이즈 커피숍,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수단, 거절에의 두려움을 안고 손을 내밀었다 실망을 맛보게 만드는 미묘한 거리감. 일상일 뿐이기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살아왔던 작은 도시의 편린들을 새로운 느낌을 마주하게 만든다. 그의 <도시여행자>는 그가 십 년에 걸쳐 써 온 도시들에 관한 단편집이다. 당연하게도 도쿄를 포함해, 오사카와 상하이, 그리고 서울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렸다. 서울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무심코 넘기던 서울의 일상이 새삼스러운 의미를 갖게 된다. 넥타이를 아무렇게나 비닐봉지에 넣어 건네는 동대문의 상인에서 젖은 손으로 음식 값을 받는 식당 아줌마까지. 서울과 도쿄를 가르는 미묘한 정서의 차이가 주는 재미. 무엇을 경험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일상의 도시가 여행지의 생경함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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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없이 해피엔딩 - 김연수 김중혁 대꾸 에세이
김연수.김중혁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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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연재로 읽던 당시에는 책으로 묶으면 별로일 것 같았는데 막상 책으로 보니까 재미있었다. 꾸준하게, 성실하게 글을 쓰는 두 사람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렇다. 오랜 친구랑 우정을 유지하는 것도 부러운 일이고.
다만 이 책은, 페이지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목차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빽빽해서 안좋다는. 목차에 대해 좀 더 생각했으면 좋았을걸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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