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타반
헨리 반 다이크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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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is too slow for those who wait, too swift for those who fear, too long for those who grieve, too short for those who rejoice,

but for those who love, time is eternity.


시간은 기다리는 자에게는 더디고, 두려워하는 자에게는 쏜살같으며, 슬퍼하는 자에게는 끝나지 않을 것 같고, 기뻐하는 자에게는 찰나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영원하다.

아르타반 중


책을 열고 처음 맞이한 글을 읽었을 때는 아! 좋은 글이다 하고 지나갔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다시 읽은 첫 장은 여러 생각을 하게 하였다. 이미 읽은 두 권의 내로라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이어서 아르타반 역시 그러한 이야기인지 알고 읽었다.


예수의 탄생을 예언한 별의 움직임을 과연 세 사람의 동방박사만 보았을까? 세 동방박사 이외에 다른 사람도 있었다. 언뜻 보면 성경의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인듯하다. 하지만 아르타반은 성경 이전에 인간의 본질,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존경받고 풍요로운 삶을 살던 아르타반이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앞으로 찾아올 왕에게 바칠 세 가지 보석만을 가지고 길을 떠난다.


왜 세 가지 보석이었을까? 그리고 많은 보석 중 사파이어와, 루비, 진주였을까? 하고 읽는 내내 궁금하였다. 진리를 추구하는 자신의 진정한 왕을 찾기 위해 사막을, 베들레헴을, 이집트를, 수없이 많은 곳을 헤맨다. 헤매는 동안 왕에게 바칠 보석들을 차례로 다른 이를 위해 쓰이는 과정들에 아르타반은 미련을 두지 않는다. 보석이 가지는 상징성만을 골똘히 생각하며 읽었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보니 중요한 것은 보석이 아니었다.


아르타반은 배고픈 이를 만나면 빵과 물을, 아픈 이를 만나면 회복제를 주고 치료를 해주고, 헐벗은 이를 만나면 옷을 주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하나하나 내주었다. 그가 걸어온 여정에는 그들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비록 함께 왕을 찾아가기로 한 세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예루살렘에 도착한다.


어떤 삶을 살아야 마지막을 맞이했을 때 후회 없이 살았다 말할 수 있을까? 예수나 아르타반처럼 많은 이들에게 베풀고 헌신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질문을 끊임없이 되풀이해 보았다. 책을 읽는 중에도 하였지만 마지막 장을 덮고도 계속하였다. 서평을 쓰려 책상에 앉았지만 다시 일어나기를 몇 번 반복하였다.


<본질>, 아르타반이 찾아 헤매던, 그의 영혼이 바라던 본질이 무엇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만나고자 하던 자신의 왕을 만나지 못한다. 그럼에도 지난 삶을 돌이켜 단 한치의 후회도 남지 않아다 말한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가 지나온 길을 같이 걸어야 알 수 있을 듯하다. 다시 한번 책을 들어본다.


내로라 출판사에서 이번에 선보인 책들은 영한 합본이다. 영어울렁증이 있는 사람으로서 책장을 넘기기 망설여졌다. 하지만 넘긴 책장의 영어들 중 가끔 모르는 단어들이 있었지만 무난히 읽을 수 있었다. 신기하고 이상한 경험이었다. 뜻을 알든 모르든 일단 영문을 읽은 후 해석된 글을 읽으니 더 읽기가 쉬웠다. 그럼에도 본질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답을 찾을 때까지는 몇 번이던 계속 읽어보면 된다. 진리를 찾고자 하는 아르타반의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살아감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본질>을 탐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만약 헨리 반 다이크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게 된다면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은 실화가 아니다 온전히 헨리 반 다이크에 의해 만들어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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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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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연대』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쓰여졌다. 아이오와주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농부 존 호색의 살인사건이다. 그는 발견 당시 도끼로 강타 당한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의 아내 마가렛이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녀는 남편이 머리를 강타 당하는 동안은 잠에서 깨지 못했다가 범인이 문을 닫는 소리에 깼다고 진술한다.


당시 저널리스트였던 수잔 글래스펠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 보도한다. 그녀는 마가렛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보다 그녀의 지난 삶에 집중한다. 농부의 아내로 견뎌내야 했던 고단하고 힘겨운 삶에 사람들은 공감하고 아파한다.


There was a moment when they held each other in a steady, burning look in which there was no evasion or flinching.


한동안 두 사람은 타오르는 듯 열렬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주저함도 회피도 없는 눈빛이었다.

마음의 연대 P135


마사 헤일과 피터스 부인의 서로 강력히 연대되는 순간이다. 라이트 부인이 범인일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앞에 두고 두 여인은 한마음이 된다. 쏱아진 설탕과 깨진 잼 유리병들이 나뒹구는 주방, 불이 붙지 않는 화덕 등으로 라이트 부인의 삶이 어떠했을지 공감이 되어서 일 것이다. 갑작스럽게 불려나오면 밀가루 반죽들 정리되 않은 주방, '고작 부얶살림 따위밖에, 하여간 여자들이라' 이라는 말을 꺼리낌없이 하는 피터스 보안관을 보니 두 여인의 삶과 라이트 부인의 삶은 닮아 보였다. 그래서 세 여인은 서로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일뿐인 나도 공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마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리얼리티가 더 살아나지 않았나 한다. 수잔 글래스펠은 당시 가정에서 여성은 '하찮은 일'을 하는 것으로 치부되던 시대의 마가렛의 상황과 그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였기에 그녀가 쓴 기사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 주었으리라.


수잔 글래스펠의 기사는 그동안 당연시 되었던 터부시되던 여성에 대한 의식을 바꾸었다. 그리하여 서서히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던 여성들이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된다. 수잔은 이 기사 후 일을 그만두고 소설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이 작품을 쓴다. 그녀는 여성들이 변화하게 된 방식에 집중하였다. 여성은 '능력없는 사람'이라는 틀을 깨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여성들의 변화를 담고 있어 이 작품은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으로 분류된다.


유부남이었던 조지 그램 쿡은 수잔 크래스펠을 사랑하여 두번째 이혼을 하고 그녀와 결혼을 한다. 두 사람은 지금의 브로드웨이의 시포가 되는 미국의 최초 극단인 프로빈스타운 플리이즈를 창단한다. 이것은 미국 연극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이야기된다. 1930년 집필된 극본 『앨리슨의 집』으로 퓰리처를 수상한다.


어떤 공감은 구원이 됩니다. 공감은 연대를, 연대는 용기를, 용기는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결국 같은 마음으로 견디고 있을지 모릅니다.

마음의 연대 P 147


<공감>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에는 옆에 있는 사람을 바라볼 여유도 없다. 자살에 대한 뉴스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단 한명이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였다며 변화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날 따스한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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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 이야기
마크 트웨인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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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의 이야기」는 프랑스 과학자 클로드 베르나르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이 휴가를 떠난 사이 집에서 돌보던 강아지들을 실험한다. 이에 그의 아내 마리 프랑세즈 마틴은 이혼을 선언한다. 그녀는 이후 프랑스에 동물실험 반대 협회를 설립한다.


어려운 단어들을 아는 체 뽐내지만 지혜로운 엄마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강아지 에밀린 마보닌은 어느 날 새로운 가족에게로 가게 된다. 그곳의 가족들과 모든 하인들에게도 사랑을 받으며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엄마가 된 에밀린은 자신의 아이들로 평화롭다. 가끔 주인인 그레이씨의 실험실이라는 신기한 곳에서 그가 동료들과 벌이는 열띤 토론을 구경하기도 한다. 안주인과 아이들이 휴가를 떠나고 주인이 자신의 아이를 실험실로 데려갈 때도 아이에게 그곳을 구경시켜줄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린 강아지는 죽음을 맞이한다.


마크 트웨인은 1899년 5월 런던 동물실험 반대 협회에 보낸 편지에서 <끔찍한 고통 그 자체가 내 혐오감의 뿌리이기 때문이오.>라고 한다. 동물실험이 인류에 도움이 되는지 윤리적 문제인지를 떠나 아무것도 모르는 동물들이 느낄 <고통>만으로도 동물실험의 반대로 충분하다. 의학, 과학, 식품, 화장품 등의 안정성을 위해 지금도 동물실험은 일어나고 있다. 「인간』에게 안전한지 확인하기 위해 『동물』은 죽어가고 있다.


동물실험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문제가 직접적으로 일상을 살아가는데 불편을 주지 않기에 관심이 없었다. 누군가는 지금도 동물 반대를 외치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가 좀 더 크게 들리기를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기를 바라본다. 다행히 유럽에서는 2013년 화장품 개발에 동물실험이 전면 금지되었고 우리나라도 비슷한 법안이 2015년 12월 통과되었다. 지금도 동물실험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법이 연구되고 있다.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터스키기 매독 실험은 충격이었다. 매독을 치료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실험하기 위해 가난한 흑인 남성 600명에게 일부러 매독에 걸리게 하고 치료하지 않았다. 그들은 매독 치료에 효과가 있는 페니실린이 발명된 후에도 실험에 사용하지 않는다. 이 실험으로 28명이 매독으로 사망하고, 100여 명이 매독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실험에 참여한 의사는 <이미 가난해서 치료도 못 받고 죽을 사람들인데 그냥 죽을 바애는 의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게 낫지 않은가?>라고 했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하는 일이 어떤 사명감이 있다고 하면 그 일의 과정에 비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이지 않아도 합리화한다. 세상을 조각조각 바라보기 때문이다.


In memory of me, when there is a time of danger to another do not think of yourself, think of yourmather, and do as she would do.


Do you think I could forget that? No.


만약 위험과 맞닥뜨리면, 이 엄마를 떠올리렴. 너 자신의 뜻대로 하지 말고, 내가 어떻게 했을지를 먼저 생각해보렴.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엄마의 마지막 말을.

어느 개 이야기 P35

-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삶에 꼭 심어주고 싶은 문장 하나를 꼽는다면, 뭐가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해 본다. 엄마 개가 에밀린에게 건넨 말보다 더 나은 말을 떠올릴수 있을까?


변화하는 시대에 윤리도 변화해 간다. 「나에게 '윤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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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철학자 - 키르케고르 평전
클레어 칼라일 지음, 임규정 옮김 / 사월의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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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사진도 여러 번 찍고 하는 동안에서 수없이 표지를 봤었다. 읽기 시작하려 책을 앞에 둔 시점에 눈에 들어온 「평전」이라는 단어가 갑자기 낯설어졌다. 이미 의미를 알고 있는 단어를 검색해 봤다. <인물의 업적이나 활동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 전기문>이니 이 책은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의 업적이나 활동에 대한 전기문이라는 이야기이다. 보통의 전기문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가 된다. 「마음의 철학자는」 목차를 보니 독특하게도 거꾸로 흐르는 곳이 있었다. 이러한 형식으로 글을 적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읽어 나갔다.


레기나 올센과 약혼 한 키르케고르는 신학과의 졸업생으로 목사나 대학의 신학 교수 등의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세상의 방식에 따라 측정되고 판단되는 것들에 자신에게 그러한 일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궁금해했으며 결혼생활에 대해 두려워했다.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앞에는 남편이 아닌 저술가의 삶이 놓여있음을 알게 된다. 약혼이 파기되는지 알고 있었다. 누구에 의한 것인지가 궁금했다. 이 파기된 약혼이 키르케고르의 삶과 저술활동, 사상 등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어떻게 해야 인간으로 존재하는가?』 문제에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무언가 심오하고 철학적인 이 질문에 키르케고르는 <개념들을 구별하는 게 아니라, '실존의 영역들'을, 이 세상에서 인간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방식들을 구분하는 것>이라 답한다. 개념을 구별? 실존의 영역? 존재의 다양한 방식?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라 몇 번을 반복하여 읽었다. 반복해서 읽으며 이해하려 한 이유는 책의 전반에 깔려 있는 키르케고르의 철학이나 사상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키르케고르에게 기독교는 상반 두 가지로 나타난다. 그가 출간 한 「기독교의 훈련」은 뮈스테르 감독에게 '이것은 신성을 불경스러운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평가를 받은 것을 두려워한다. 어린 시절의 아버지의 영향이었을까? 그는 기독교가 세속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키르케고르는 루터의 연설문들을 연구하며 종교적 혁신과 후세의 기독교인들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하여 일지에 기록한다.


키르케고르의 삶을 읽다 보니 그는 끊임없이 흔들리면서도 뿌리가 깊이 내려 단단한 나무 같았다. 약혼자와 파혼을 하고 온전히 믿었던 종교가 변해가는 것을 참지 못해 논쟁을 하면서도 어떤 한 것이 옳은지 계속해서 자신을 들여다본다. 브뢰크너는 <'사나운 전투가' 얼마나 철저히 그의 친구의 삶을 찢어발기고 그의 에너지를 소진시켰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키르케고르는 여전히 "평소의 평정심과 쾌활함", 그리고 번득이는 유머감각을 보여주었다.>고 한 말이 키르케고르를 설명하기에 더 없이 적합한 것 같다.


그의 비판하던 생전 기독교에 의해 장사되는 것에 그의 조카인 헨릭은 매장 과정에서 <그가 온 힘을 다해서 격렬하게 항의해 왔음에도 불구하고,'공식적 교화'에 의해서 사랑받는 한 구성원으로 매장되고 있다니, 이것이 그의 말씀에 부합되는 것입니까?>라고 외친다. 키르케고르는 죽음 이후에도 논쟁을 불러왔다.


키르케고르가 외치는 마음이 하는 소리를 세상 밖으로 꺼내놓은 「마음의 철학자」는 현대를 살아가며 불안에 사로잡히지도 굴복하지도 않으면서 불안해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키르케고르의 독특한 매력이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다.>라는 뉴욕타임스의 추천사가 공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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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44
허먼 멜빌 지음, 레이먼드 비숍 그림,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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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재독 리스트 1위는 「펄 벅의 대지」였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몇 년에 한 번씩 재독을 하였다. 「모비 딕」을 읽고 난 지금 재독 1위는 바뀌었다. 「모비 딕」을 받고 차례를 보고 든 생각은 한 1-2일 많으면 3-4일이면 다 읽지 않을까였다. 읽을 서평 책들도 좀 있었고 하여 서평 마감 며칠 전에 읽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먼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매일 책을 읽었다. 자기 전 마지막과 일어나 처음 읽는 독서대에는 「모비 딕」이 있었다. 그러나 남은 책장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44장 해도에서의 에이해브의 모습에 결국 모비 딕이 잡혀서 이슈메일이 풀어놓은 고래의 해체 과정을 겪는다 생각하니 마지막 장에 도달하기가 싫었는지 아니면 에이해브의 '흰 고래'에 집착과 광기, 집념을 더 보고 싶었을까? 무엇이 모비 딕을 오랫동안 떠나보내기 싫어하게 했을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모비 딕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을 때 서평단에 <현대지성의 모비 딕이> 올라왔다. 향유고래와 그를 잡으려는 선장의 이야기라는 것 이외의 알지 못하고 읽게 된 책은 왜 아라비안의 로렌스가 장엄함 정신을 보여주는 거대한 책만 두는 서가에 「모비 딕」을 꽂아두었는지 알게 되었다. 모비딕 안에는 성경, 철학, 신화, 심리 등이 인용되기도 저자 나름의 해석으로 담겨 있기도 하였다.


작품 해체를 제외하고도 691쪽의 방대한 책에 담긴 이야기를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조금 막막한 느낌이다. 작품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흑백의 목판화가 만약 컬러였다면 모비 딕은 어떻게 읽혔을까 떠올려 보았지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삽화는 흔들린 램프 아래에서 해도를 보는 에이해브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해도에 몰두하는 동안, 그의 머리 위 쇠사슬에 매달린 육중 안 백랍 등불이 배의 요동에 맞추어 끊임없이 흔들리며 주름진 선장의 이마에 흐릿한 빛과 그림자를 번갈아 가며 던졌다」를 읽으며 본 에이해브의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장면이 선원들에서 항해의 진짜 목적을 밝힌 직 후라 더 깊이 각인된듯하다.


흰고래를 보았소?

보았소. 바로 어제. 혹시 표류하는 보트를 보았소?

 - 중략 -

그 고래는 어디 있었소? 안 죽였지. 안 죽였어!

그놈의 상태는 어떠했소?

모비딕 P636


피쿼드호가 레이철호를 만남을 때 에이해브는 아들이 탄 보트를 찾을 수 있게 도와달라는 선장의 청을 거절한다. 자신의 다리 한쪽을 사라지게 하였다고 보이기에는 '흰 고래'에 대한 집착이 비이상적이다. 무엇이 에이해브를 사로잡은 것일까? 너무 높은 자존심? 잡지 못한 고래에 대한 미련? 사라진 다리로 인해 평생을 해온 고래잡이를 더 이상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그에 대한 분노? 에이해브는 왜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모든 선원들의 목숨을 걸 만큼 '모비 딕'에게 집착하는 것일까? 지난 온 항해 일정을 보면 분명 '흰 고래'를 잡는 것에 큰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선원들이 에이해브를 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먼 멜빌은 이 예측할 수 없고 파란만장한 고래잡이 여정안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어떤 질문에는 어렴풋이 답을 알 것 같고 몇몇 질문은 답을 전혀 알 수 없다. 그러하기에 '모비 딕'은 여전히 읽는 중 책들 꽂혀있는 책꽂이 한편을 오랜 시간 차지 하고 있을 것이다.


우연히 여관에서 마주한 야만인 퀴케그와 이슈메일의 진정한 우정을 나눈다. 그리고 피쿼드호에는 백인, 흑인, 야만인 등 다양한 인종과 각기 다른 종교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인디언 타슈테고가 고래기름통으로 가라앉을 때 다구가 그를 구해준다. 이렇듯 서로가 협력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배 안의 생활 모습은 당시의 인종에 대한 차별과 종교등 편협한 시각에 전하는 메시지이다.


에필로그의 '구명부표'를 보자 다시 앞으로 돌아갔다. 특별한 표시를 하지 않고 무심히 지나쳤던 한 문장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몇 페이지를 되돌아가니 찾던 문장이 나왔다. 그 부분을 읽고 뒤에 벌어질 일에 대해 눈치챈 독자가 있었을까? 너무 궁금하다.


『모비 딕』은 언제가 꼭 한 번은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단 후루룩 급하게 보다는 느긋하게 천천히 1장부터 135장, 에필로그와 작품 해체를 지나 작가 연보에까지 글자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음미하듯 읽어보길 추천한다. 가끔은 읽다 멈추고 글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도 하고 복잡한 고래의 해제 작업이나 머리, 뇌경유, 꼬리, 향유 기름에 대한 설명을 꼼꼼히 읽어보며 에이해브와 그의 선원들의 항해를 함께 하다 보면 깊은 바닷속에 숨겨져 있는 나만의 '흰 고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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