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랫동안 재독 리스트 1위는 「펄 벅의 대지」였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몇 년에 한 번씩 재독을 하였다. 「모비 딕」을 읽고 난 지금 재독 1위는 바뀌었다. 「모비 딕」을 받고 차례를 보고 든 생각은 한 1-2일 많으면 3-4일이면 다 읽지 않을까였다. 읽을 서평 책들도 좀 있었고 하여 서평 마감 며칠 전에 읽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먼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매일 책을 읽었다. 자기 전 마지막과 일어나 처음 읽는 독서대에는 「모비 딕」이 있었다. 그러나 남은 책장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44장 해도에서의 에이해브의 모습에 결국 모비 딕이 잡혀서 이슈메일이 풀어놓은 고래의 해체 과정을 겪는다 생각하니 마지막 장에 도달하기가 싫었는지 아니면 에이해브의 '흰 고래'에 집착과 광기, 집념을 더 보고 싶었을까? 무엇이 모비 딕을 오랫동안 떠나보내기 싫어하게 했을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모비 딕이 화제의 중심이 되었을 때 서평단에 <현대지성의 모비 딕이> 올라왔다. 향유고래와 그를 잡으려는 선장의 이야기라는 것 이외의 알지 못하고 읽게 된 책은 왜 아라비안의 로렌스가 장엄함 정신을 보여주는 거대한 책만 두는 서가에 「모비 딕」을 꽂아두었는지 알게 되었다. 모비딕 안에는 성경, 철학, 신화, 심리 등이 인용되기도 저자 나름의 해석으로 담겨 있기도 하였다.
작품 해체를 제외하고도 691쪽의 방대한 책에 담긴 이야기를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풀어야 할지 조금 막막한 느낌이다. 작품 중간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흑백의 목판화가 만약 컬러였다면 모비 딕은 어떻게 읽혔을까 떠올려 보았지만 상상이 되지 않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삽화는 흔들린 램프 아래에서 해도를 보는 에이해브의 모습이었다. 「이처럼 해도에 몰두하는 동안, 그의 머리 위 쇠사슬에 매달린 육중 안 백랍 등불이 배의 요동에 맞추어 끊임없이 흔들리며 주름진 선장의 이마에 흐릿한 빛과 그림자를 번갈아 가며 던졌다」를 읽으며 본 에이해브의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장면이 선원들에서 항해의 진짜 목적을 밝힌 직 후라 더 깊이 각인된듯하다.
흰고래를 보았소?
보았소. 바로 어제. 혹시 표류하는 보트를 보았소?
- 중략 -
그 고래는 어디 있었소? 안 죽였지. 안 죽였어!
그놈의 상태는 어떠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