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뇌 문학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문학적 성찰
석영중 지음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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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가 <인간은 눈이 아닌 뇌로 본다>라는 신경 과학계의 정설과 마주쳤다. P7

안구건조증과 비문증으로 시작된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690여 페이지의 책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히 답할 수 있는 질문에 미술, 문학, 과학 등이 총망라되었다. 깨어있는 상태에는 늘 무엇을 보고 있지만 그 행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의미를 이해하려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인간은 <뇌로 본다>에서 출발해서 <인간은 뇌를 넘어서 본다>라는 종착지로 가는 과정에 대한 석영중 교수의 설명은 새롭고 흥미로웠다. 예시로 든 많은 문학작품 중 이미 읽은 것들도 있고 읽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이미 읽어본 작품들은 읽을 때 전혀 생각해 보지 못하던 시각으로 재해석되어 재독을 하고 싶게 하였고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은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여러 내용 중 관심을 끌고 흥미로웠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었다. 흰색 옷을 입은 사람은 패스를 하고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은 수비를 하는 3 대 3 농구 경기를 한다. 그리고 참가들에게 흰색 옷을 입은 팀의 패스 횟수를 세어보라고 지시한다. 잠시 후 경기장 한가운데로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지나간다. 경기 후 선수가 아닌 다른 무엇을 보았는가를 질문했다. 결과는 절반이 고릴라를 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이것을 시각 심리학에서는 <무주의 맹시 inattentive blindness>라고 한다.(P136-137참조)

사람의 시선이 상황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집중력이 분산되면 특정 위치의 자극을 의식적으로 볼 수 없게 된다. 분명 참가자들 곁을 지나갔으나 다른 곳이 집중하고 있어서 보지 못한 것이다. 눈을 통해 보이는 모든 것이 뇌로 전달되어 작용한다며 불가능한 것이다. 시각을 통해 뇌에 전달되어도 집중을 하지 않고 의식하지 않으면 <보고도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는 나아가 영국 작가 길버트 체스터턴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 중 「투명 인간」으로 이어진다. 기본 줄거리는 눈이 펑펑 오는 날 한 건물 안에서 살인사건이 난다. 네 명의 목격자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증언한다. 과연 사실일까? <무주의 맹시>로 인해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결과는 들어가고 나온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네 명의 목격자를 그 사람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렇게 눈과 관련되어 <본다>라는 시각으로 시작하여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백치, 죄와 벌, 안나 카레니나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다. 앞에서 언급한 누구나 알만한 작품들 이외에도 폭발하는 책, 토성의 고리 등 들어본 적도 없는 도서와 미술, 철학, 영화 등 다양한 분야가 나온다. 얼마 전 겪었던 팬데믹과 감시카메라. VR, 4D 등등 종합백과사전 한 권을 본 것 같다. 신학 또한 빠지지 않고 포함되어 있다.

고전부터 현대문학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각과 견해에 대해 궁금하다면 추천해 본다. 이 한 권으로 책과 문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사유의 폭과 깊이가 달라졌다.

[선물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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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코 여자
고노 다에코 지음, 부윤아 옮김 / 톰캣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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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강렬한 일러스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에 도대체 어떤 여자의 이야기일지 기대감이 생겼다. 무엇이 처형대에 오를 남편이 아내를 공격해서 코를 베어 물었을까? 여자의 행동이 남편에게 공격받을 정도로 잘못한 것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읽어나갔다. 하지만 읽어도 읽어도 아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

양초 가게 엘레나. 이 말에는 바로 엘레나라는 의미가 들어있었다. 어른들이 아이를 대할 때 당연하게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 범주에는 들어가지 않는, 특이하고 부적절한 바로 그 엘레나라는 의미였다. P16

'당연하게'라는 의미를 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래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다르고 특이하다면 부적절해 보이는 것일까? 말을 조금 머뭇거리고 끝맺음이 불분명하면 특이한 것일까? 마지막 장을 덮고 든 생각은 '엘레나는 그냥 엘레나답게 살았다. 그러나 주위에서 그녀를 계속 흔들었다.'이다

요즘은 '나다움'이 이상해 보이진 않는다. 개성이라고 존중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 개인의 개성을 나다움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가지게 해주었다.


우발적이 사건으로 살인자가 된 남편, 그 남편이 마지막 면회에서 코를 베어 물려 뜯기 아내. 이유가 기가 막히다. 그럼에도 살아가기를 선택하고 사람들과 마주하는 엘레나. 누가 그녀를 비난할 수 있을까? 담담히 자신을 받아들이려 하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노가 일었다.

'평범하게 한 남편의 아내'로 살기를 꿈꾸었던 여자를 특별하게 바라본 사람들. 사회적 통념, 시선들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문득 나 또한 누군가를 그런 시선으로 본 적이 있었나 되돌아보게 되었다. 고정관념, 선입견에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톰캣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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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인생론 - 삶이 너의 꿈을 속일지라도
헤르만 헤세 지음, 송동윤 옮김 / 스타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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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한 현재 속에서 호흡하는 것 P319

'행복'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이들이 하였다. 그렇다면 헤르만 헤세가 말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완전한 현재 속에서 호흡하는 것>. 헤세는 어린 시절에 겪었던 찰나의 아침 시간을 '지금 현재'의 모습을 눈앞에서 실제로 보는 듯이 세밀히 묘사했다. 어린 시절 스치듯 지나가듯 시간이었지만 '행복'했다고 한다. '행복하다'라는 말보다 '행복했다'라는 말을 더 자주 하는 것 같다. 행복한 시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도 행운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독서 욕구가 올라갔다. 도스토옙스키의 글은 왠지 어렵게만 여겨졌었다. 그러나 헤세가 이야기하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백치 등을 읽으며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세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유럽의 몰락'을 보았다고 한다. 유럽 청년들, 특히 독일 청년들이 괴테나 니체가 아닌 도스토옙스키를 위대한 작가라고 느끼며 자신들의 운명에 결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여겼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고등학교 때 읽어서 기억이 거의 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하는 것은 상중하 3권을 밤새워 몰아서 한 번에 읽었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몰입하게 했을까? 다시 읽어본다면 가능할까 궁금해진다. <백치>는 읽어야지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미루고 있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함께 도전해 봐야겠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바쁘게 종종거리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질문하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헤르만 헤세가 전해주는 <인생론>을 읽어보며 <자신>에게 한번 물어보길 바란다. 막막해서 앞에 보이기 않고 깊이 가라앉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해 본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스타북스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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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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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들, 실존 인물들의 등장은 소설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 가끔은 등장한 사건들을 인터넷에 검색하기도 했다. 뉴스로 접했던 충격적인 911테러와 판타곤 폭격이 일어난 이유가 소설 속과 똑같지 않을까라는 착각을 했다. 이것도 고도의 심리전이지 않을까?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어릴 때 잠깐 배웠던 체스의 말들이 움직임을 떠올려 보았다. 주고 쓰던 방법이 무엇이었지? 이제는 거의 다 잊었지만 나이트와 비숍을 주로 사용한 것 같다. 모니카와 비슷한가? 집단의 힘과 개인의 힘이 대결하면 대부분 집단의 힘이 승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라고 생각해 보면 답은 나오지 않는다.

승리하는 쪽은 집단의 힘을 잘 이용하는 개인이 아닐까? 알렉산더대왕도 칭기즈칸도 개인의 능력만 뛰어났다면 그들이 이룩한 많은 업적들이 가능했을까? 개인이 집단의 힘을 가장 잘 사용한 사람은 히틀러일 것이다. 지극히 차분하게 생각해 보면 분명 불합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그의 연설에 많은 사람들이 매료되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독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분명 읽고 있는 것은 소설인데 왜 현실인 것 같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을 검색해 보고 있는 순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확인할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분명 뉴스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던 일들이었는데 잊고 있었다.

세계는 늘 크고 작은 전쟁이 이어져 오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 될수록 무감해지고 있다. 이제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진짜 현실과 소설의 세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VR 안경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분들이라면 추천해 본다. 생생한 역사를 또 다른 관점으로 입체적 현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열린책들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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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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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이 가득한 섬을 탈출할 수 없다?! 핸드폰도 되고, 보트로 탈출할 수 있는 섬을 탈출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돌아가신 큰아빠의 섬을 개발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다. 관광개발회사, 건설회사, 부동산, 큰아빠의 친구, 아빠 등 9명은 섬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범인은 10가지의 규칙을 적은 쪽지를 남긴다.

📌

10.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하지 말 것. P89

첫날밤 살인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남은 8명 중에 있다. 그러나 살인범을 찾지 말라고 한다. 찾을 경우 섬을 폭파한다고 한다. 신고할 핸드폰도 있고 탈출할 보트도 있지만 섬에 갇힌 사람들. 그러나 범인을 추리해 가게 된다. 섬의 폭발을 막고 그들은 무사히 살아서 탈출할 수 있을까?

유키 하루오의 전작인 방주는 결말이 진짜 충격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고도 한동안 멍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십계> 또한 마찬가지였다. 처음 읽는 부분에서는 혹시나 했었으나 이어진 스토리에서 그 의심을 지워냈었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던 작은 복선이 뒤집히는 순간에는 할 말을 잃었다. 머지? 이게 이렇게 이어진다고? 어안이 벙벙해진다.

방주, 십계를 이어 3부작으로 완성되는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이라는데 너무나 기대가 된다. 제대로 된 리얼 식스센스가 궁금하다면 추천해 본다.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블루홀식스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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