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연대
수잔 글래스펠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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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연대』는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쓰여졌다. 아이오와주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일어난 농부 존 호색의 살인사건이다. 그는 발견 당시 도끼로 강타 당한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의 아내 마가렛이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녀는 남편이 머리를 강타 당하는 동안은 잠에서 깨지 못했다가 범인이 문을 닫는 소리에 깼다고 진술한다.


당시 저널리스트였던 수잔 글래스펠은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 보도한다. 그녀는 마가렛이 남편을 살해한 사건보다 그녀의 지난 삶에 집중한다. 농부의 아내로 견뎌내야 했던 고단하고 힘겨운 삶에 사람들은 공감하고 아파한다.


There was a moment when they held each other in a steady, burning look in which there was no evasion or flinching.


한동안 두 사람은 타오르는 듯 열렬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주저함도 회피도 없는 눈빛이었다.

마음의 연대 P135


마사 헤일과 피터스 부인의 서로 강력히 연대되는 순간이다. 라이트 부인이 범인일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앞에 두고 두 여인은 한마음이 된다. 쏱아진 설탕과 깨진 잼 유리병들이 나뒹구는 주방, 불이 붙지 않는 화덕 등으로 라이트 부인의 삶이 어떠했을지 공감이 되어서 일 것이다. 갑작스럽게 불려나오면 밀가루 반죽들 정리되 않은 주방, '고작 부얶살림 따위밖에, 하여간 여자들이라' 이라는 말을 꺼리낌없이 하는 피터스 보안관을 보니 두 여인의 삶과 라이트 부인의 삶은 닮아 보였다. 그래서 세 여인은 서로 공감할 수 있었다.


책을 읽고 있는 독자일뿐인 나도 공감이 되는 순간이었다. 아마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리얼리티가 더 살아나지 않았나 한다. 수잔 글래스펠은 당시 가정에서 여성은 '하찮은 일'을 하는 것으로 치부되던 시대의 마가렛의 상황과 그 마음에 충분히 공감하였기에 그녀가 쓴 기사에 많은 이들이 공감해 주었으리라.


수잔 글래스펠의 기사는 그동안 당연시 되었던 터부시되던 여성에 대한 의식을 바꾸었다. 그리하여 서서히 가정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있던 여성들이 밖으로 나오는 계기가 된다. 수잔은 이 기사 후 일을 그만두고 소설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이 작품을 쓴다. 그녀는 여성들이 변화하게 된 방식에 집중하였다. 여성은 '능력없는 사람'이라는 틀을 깨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한 여성들의 변화를 담고 있어 이 작품은 페미니즘 소설의 고전으로 분류된다.


유부남이었던 조지 그램 쿡은 수잔 크래스펠을 사랑하여 두번째 이혼을 하고 그녀와 결혼을 한다. 두 사람은 지금의 브로드웨이의 시포가 되는 미국의 최초 극단인 프로빈스타운 플리이즈를 창단한다. 이것은 미국 연극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으로 이야기된다. 1930년 집필된 극본 『앨리슨의 집』으로 퓰리처를 수상한다.


어떤 공감은 구원이 됩니다. 공감은 연대를, 연대는 용기를, 용기는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결국 같은 마음으로 견디고 있을지 모릅니다.

마음의 연대 P 147


<공감>은 상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에는 옆에 있는 사람을 바라볼 여유도 없다. 자살에 대한 뉴스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단 한명이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였다며 변화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았을까?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을날 따스한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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