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옛날 옛적에 두 명의 공주님이 살았다.”

“공주는 됐어요. 난 박쥐가 좋아요.”

“그럼 박쥐로 하자. 옛날 옛적에 두 마리의 박쥐가 살았다. 아니, 세 마리가 있었어. 남자박쥐 한 마리랑 여자박쥐 두 마리, 그렇게 세 마리. 여자박쥐들 중 하나는 언제는 웃는 미소박쥐였고 다른 하나는 언제나 우는 울보박쥐였는데 남자박쥐는 그 중 한 마리만 택해야 했다.”

“짝짓기 상대로?”

“그래. 남자박쥐는 미소박쥐를 골랐지만 나중에 생각이 바뀌었다. 울보박쥐가 불쌍해졌어. 미소박쥐보다는 울보박쥐 곁에 더 있어줘야 할 것 같았어. 그때 남자박쥐는 생각했다, 자신이 울보박쥐를 충분히 사랑해주면 울보박쥐가 울음을 멈출 거라고.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울보박쥐는 왜 울었죠?”

“왜냐하면 울어야만 다른 박쥐들이 그녀를 동정할 테니까. 울보박쥐는 동정받기를 좋아했다. 농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나 사랑보다 남들의 동정을 더 좋아했어.”

“울보박쥐는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결국은 혼자가 되었다.”

“그럼 미소박쥐는요?”

“다른 박쥐와 사랑에 빠져서 세 마리의 아기박쥐를 데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

“울보박쥐를 선택한 남자박쥐는 어떻게 되었는데요?”

 

내 질문에 구스타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내가 그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고, 또 얼마나 엿 같은 결말인지 짐작했기 때문이죠. 구스타브는 그 이야기가 엿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내가 엿 같다고 생각하는 것까지도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이야기들이란, 특히 바보 같은 사랑타령은 대부분 엿 같거든요. 설령 박쥐의 사랑이라 해도. 그래서 우리는 엽기적인 두개골을 닮은 차가운 동굴 안에서 손을 잡고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구스타브의 손은 해골처럼 뼈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러분의 가슴에 뜨거움을 일으켜요. 뿌지직 솟구치는 불길처럼, 숲에서 타오르는 솔방울들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감각이죠. 우리 가슴이 그렇게 따뜻해지는 이유는 사랑 때문이랍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그 사람이 죽었다 해도 계속 사랑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죽은 사람도 여러분을 사랑할 수 있어요. 난 미처 몰랐어요.” 

                                                                              - <비밀규칙> 가운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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