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책이 읽기 싫었다. 아니, 읽고 싶었는데 뭘 읽어도 재미가 없어서 그냥 미적거리기만 했다. 그런데 이 책, 딱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여느 때보다 더 길고 춥던 겨울이 지나길 기다리며 막연히 창밖으로 초여름 장맛비가 지나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랬는데 딱 그런 때,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전쟁 세대, 베이비붐 세대, 가두데모 386세대, 난 알아요 세대 그리고 이제 88만원 세대... 그냥 떠오르는 대로 시대를 거친 청춘 세대를 떠올려 보았는데 이 세대들엔 항상 빠질 수 없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청춘의 특성은 항상 방황했다는 것이다. 기성세대로 들어가기엔 아직 준비가 안 된, 또는 기성세대가 받아주지 않아, 아직도 학생, 또는 취업준비생으로 지내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 가운데, 예전 세대에선 나름 자유를 갈구하며 또는 예술을 하겠다며 자칭, 타칭 아웃사이더들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많은 젊은이들이 그 경계에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딱히 일자리라고, 딱히 사랑이라고, 딱히 우정이라고 이름 붙이기 뭣한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비가 내릴 때마다 담배를 피우고, 우산을 쓰거나 또는 쓰지 않거나 길을 걷고, 옥탑방이나 반지하에서 삶 아닌 삶을 살고 있다. 누구는 산으로 가고 싶어하고 또 누구는 세계일주를 하고 싶어한다. 그러면서 이들은 편의점에서 카페에서 일상을 이어간다. 그저 그런 삶이 이어진다. 이 작가의 대단한 점은, 그렇다고 해서 현실을 비판한다거나 일상을 비극화시키거나 각각의 청춘이 방황하는 것을 영웅화시키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을 뿐이다. 수다스럽지도 않고 부산스럽지도 않다. 세련된 필치로 무덤덤한 삶을 그린다. 청춘의 방황이 소란스럽지 않게 오히려 청량감이 느껴질 정도로 우리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나는 줄곧 아무것도 하지 않아왔다.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내가, 무언가를 위해 살고 있다거나 살아야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단 한번도 죽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부끄럽다.’ 이러한 청춘도 이 세상에서 그 존재의 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그것이 ‘너무나 시원했고, 평화로웠고, 모든 게 있었’던 편의점이어도 좋은 세상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