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엔 언제나 빛과 어둠이 있다. 누군가에게 이 세상은 어떤 땐 빛으로 가득하고 또 어떤 땐 어둠으로 가득할 터이다. 공평하게 반반씩 또는 차례로 그런 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죄를 지은 사람이 벌 받고 착한 일을 한 사람이 복을 받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이 세상은 우리가 알듯이 공평하지 않다. 때린 사람은 발을 뻗고 자고 맞은 사람은 또 맞을까봐 겁에 질려있기 일쑤다.  

처음에 이 작품의 제목을 봤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청소년들의 열광의 도가니... 같은 걸 말하는 걸까, 막연히 생각했다. 무슨 일에든 미치고 열병을 앓듯이 사랑을 하고 또 조금은 삐뚤어지는 시기도 거치는 게 청소년들의 권리 아니던가. 그랬는데... 이 작품에서 드러나는 도가니는 그런 게 아니었다. 아픔의 도가니였고 폭력의 도가니였고 거짓의 도가니였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청소년들은 미성년이라는 것 말고도 청력을 잃은 아이들이다. 신체적인 장애 뿐만 아니라 가정도 빈곤하거나 부모를 잃은 아이, 또는 지적 장애까지 가진 아이들도 있다. 그런 아이들이 폭력적이고 거짓투성이인 어른들한테 상처 입고 그 어른들의 거짓에 더욱더 깊숙한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 아이들은 사랑과 보살핌이 다른 아이들보다 몇 배는 더 필요한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을 돌아나올 수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붙이는 건 어른들이고 이 사회고 이 나라다. 목숨까지도 끊게 만드는 그 상처를 누가, 어디서 보듬어 줄 것인가. 그에 맞서 싸우는 어른들이 있지만 하나 같이 이 사회의 약자이다. 권력은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서로를 보호하고 힘을 더 키운다. 그들에겐 자기들의 안위와 평안만 중요하다. 그래서 그들에겐 그 도가니가 점점 더 커져간다. 그만큼 아이들의 아픔은 커져만 가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약자는 그 편을 찾기 힘들다.  

간혹은 소설이 아닌 수기 같은 느낌도 받았다. 신문에 나오는 기사 같기도 했고 또 사회면에 가끔 나는, 너무나 불공평한 이 사회에 대한 고발 같기도 했다. 아무려면 어떠랴. 누군가는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 너무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 받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슬픔보다는 분노가 가슴에 차오르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런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 정말 쪽팔리는... 한 어른으로서 정말 창피함을 느낀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 속의 진실은 안개 속에 묻혀있고 거짓은 햇살 아래 그 더러운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언젠가 그 안개를 뚫고 진실이 햇살 아래 드러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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