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바다>를 처음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어느 토요일 아침에 눈뜨자마자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읽기 시작했던 그 책을 다 읽었을 즈음엔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가슴 한 켠 따스해졌지만 또 한켠 쓰리고 아렸다. 고모의 편지는 내게 그렇게 슬픔과 따스함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그 작품 하나로 난 정한아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그녀가 차곡차곡 담아둔 단편들을 가지고 날 찾아왔다. 이번엔 쓸쓸함과 외로움을 가지고. 씁쓸하게 또는 담담하게 인생의 감정을 견디는 주인공들과 함께. 인간은 달라서 같은 동류들에게 받아들여지지 못할 때가 많다. 동류들 가운데에서 왕따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동떨어진 그 한 명은 나름대로 그 다름의 생활과 인생을 견뎌 나간다. 편안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나빴던 일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엄마는 헤어짐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것은 믿기지 않을 만큼 평화로운 기분이었다. 꿈속에서 엄마는 자신의 몸이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뭔가 부드럽고 따뜻한 촉감, 폭신하며 향긋한 느낌이 밀려왔다. 그것은 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엄마를 가득 채웠던 성장이었다.’ -<나를 위해 웃다> 이 작품집에선 유난히 홀로인 사람이 많다. 함께여도 홀로인 느낌이 많이 든다. 그래도 모두 그 홀로인 생활과 삶을 살아가고 견뎌낸다. 또한 인생은 우리가 생각했던 대로, 우리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불행하기도 하다. 또한 모든 게 확실하지 않고 문제는 느끼는데 그 문제에 대한 답은 얻을 수가 없고. 문제도 아닌 것에 대한 해답을 찾느라 진을 빼고... 그런 불안 속에 사느라 힘이 든 것이다. ‘불안 때문이었다. 의미 없는 시비를 가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던 나도, 문제가 아닌 문제에 변명을 하느라 진을 빼버린 그도 불안에 젖어 있었다. 어느 쪽이든 확실한 것이 있었다면 그처럼 힘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름의 문제를 나름의 해결책으로 풀어나가는 것, 그것이 어쩌면 아버지의 차 안에 퍼지는 마테의 맛인지 모른다. ‘아르헨티나 산 마테 특유의 그윽한 향기가 차 안에 퍼졌다. 아버지는 평소에 마테 잎을 직접 말려 차를 우려내곤 했다. 좋은 마테 찻잎에서는 바람, 태양, 흙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감각이 활짝 열려서, 미처 느낀 적 없었던 시간, 장소에까지 가 닿는 것이다.’ -<마테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