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 중국문학 다림세계문학 1
차오원쉬엔 지음, 첸 지앙 홍 그림, 양태은 옮김 / 다림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문장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선뜻 골라든 책이었다. 중국문학인데 문장력이 그만큼 아름답다는 건 옮긴이의 힘도 들어갔을 터였다. 역시나 그랬다. 간혹 다른 풍경 묘사에 생소해질 수 있었던 부분도 잘 흡수되어 이야기와 조화를 이루었다.
이 작품집엔 <빨간 호리병박>, <바다소>, <미꾸라지> 그리고 <아추>, 이렇게 네 작품이 들어있다. 모두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우정도 나누고 고난도 이겨내고 싸우고 다투면서 그리고 세상을 미워하며 자라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우리와는 다른 문화, 다른 생활 모습에 이끌리면서도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의 근간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아이, 여자아이라는 이유로, 동네에서 문제가 있는 집안으로 여겨져, 선뜻 다가서지 못하다가 서로의 호기심과 관심으로 친구가 된다. 하지만 오해가 생겨 멀어지고 후회를 하지만 이미 늦었다. <빨간 호리병박>의 완이와 뉴뉴의 우정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의 기력이 점점 쇠하는 걸 보면서 상급학교 가는 걸 포기하고 농사를 지으려는 소년은 열다섯 살이었다. 소년은 힘도 없고 쓸모도 많지 않은 흙탕물소를 포기하고 성질은 바다처럼 거칠지만 힘이 센 바다소를 사러 길을 떠난다. 온갖 역경과 고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그 바다소를 집으로 끌고 온다. 그 노력과 의지는 앞으로 인생을 헤쳐 나갈 자산이나 마찬가지이다.       

‘소년의 몸은 제대로 자라지 않아 얇은 쇳조각 같았다. 목도 팔도 다리도 가느다랗고, 가슴도 어린애처럼 편편했다. 하지만 꼿꼿하기는 해서 아주 힘이 있어 보였다. 눈동자도 깊고 맑게 빛나 칠흑 같은 어둠 속 땅 밑에 감추어진 두 줄기 샘물 같았다. 그것은 조물주가 이 황량한 땅에 선사한 아주 작은 걸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봐서는 너무나 말라서 칼날 같은 느낌이었지만, 그 속에는 영혼이 살아 있었다.’

<미꾸라지>에서는 서로 다른 두 소년이 같은 장소에서 함께 미꾸라지를 잡으며 서로 반목하고 싸우고 다투다 우정을 나누게 되는 이야기이다.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우정은 큰 힘이 아닌가.
<아추>는 어느 날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할머니와 사는 아이인데, 부모의 둑음이 동네 사람들 탓이라고 여기고 세상을 미워하며 자라는 아이이다. 온갖 못된 짓을 일삼으며 사는 게 자신의 권리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추는 성이 차지 않았다. 그는 모든 인간들과 한판 붙고 싶었다. 그는 억압을 당했고, 그들이 모두 미웠다. 아추는 하늘에 떠 있는 태양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 같은 태양은 뭐 할라고 저렇게 매일매일 똑같이 내리쬐는겨!”’

하지만 아추도 어린아이이다. 세상이 그를 그렇게 버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추가 변해가는 과정은 보기에도 딱하고 힘겹다. 그런 아추가 결국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든다. 자신은 추워도 세상은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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