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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정원 ㅣ 난 책읽기가 좋아
이명랑 지음, 변영미 그림 / 비룡소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서울 변두리에 한 마을이 있었습니다. 마을엔 커다란 공판장이 있었고 상인들이 북적거리던 곳이었습니다. 트럭이 색색의 과일들을 싣고 과일상자들을 내리던 곳이었습니다. 북적거리던 사람들 만큼이나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감돌고 땀방울이 맺히던 곳이었어요. 그 시절에 할머니는 음식을 만들어 팔았습니다. 늘 밥 냄새가 풍기던 곳이었어요. 생선을 넣고 무와 양파까지 넣어 찌개를 끓였지요. 그러면 상인들은 기름기 잘잘 흐르는 밥에 뜨끈뜨끈하고 시원한 찌개로 한끼 든든히 먹고 다시 일을 했지요. 그렇게 재래시장은 활기를 띠었더랬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하루도 빠짐없이 밥을 해서 상인들을 먹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마을 근처에 백화점이 들어서고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하나, 둘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재래시장도 서서히 사람들 발길이 끊어지기 시작했지요. 이제 그 마을엔 사람들이 살지 않게 되었습니다. 재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할머니는 그곳에서 사람들을 기다렸습니다.
어느 날 소란스러운 소리에 나가보니 낯선 사내들이 쇠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아무 소리 않고 밥을 해주었습니다. 밥을 먹고 난 사내들은 마을을 부수기 시작했어요. 거칠고 난폭하게 가구를 들어내고 문짝을 부수었습니다. 소용이 없는 물건들은 모두 버리고 가버렸지요.
할머니는 다 떨어져버린 문짝을 바로 해놓으려다 문짝 옆에서 작은 새싹을 보게 됩니다. 할머니는 새싹 옆에 다른 꽃들을 사다 심었습니다. 문짝 주위로 새싹과 꽃들이 피기 시작했어요. 나중엔 여름 들판을 상기시킬 정도로 풀과 꽃들이 무성해졌습니다. 향기가 가득해진 거예요. 사람들이 하나, 둘 향기를 따라와서 보니 문이 있는 겁니다. 할머니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밥을 해줍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죠.
“어여 드시우. 저 문으로 나가면 내 고향인데, 거기선 집에 사람이 찾아오면 그 사람이 누구든 밥 한 끼는 먹여서 보낸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