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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양장) ㅣ 푸른도서관 5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동화를 읽을 나이가 한참 지났다. 사실 어릴 적에 실컷 읽다가 어른이 되어 까먹었다가 보통 엄마가 되어 아이랑 함께 다시 동화를 읽게 되는 것 같다. 난 우리 조카를 생각하면서 다시 동화를 읽는다. 그런데 웃긴 건, 동화를 읽으면서 가끔 내가 더 재미를 느끼고 감동을 흠뻑 받고 또 교훈까지도 얻는다. 또 성인 소설에선 받을 수 없는 위로까지도 덤으로 받는다.
이금이 작가의 이 작품, 어른인 내가 더 위로를 받았다. 마음에 상처가 생긴 미르, 바우 그리고 소희는 달밭에서 만난다. 작가는 달밭에 우뚝 서 있는 느티나무에서 그 힘을 얻고 우리도 그 힘을 느끼길 바라는 것 같다. 느티나무의 마음자리를 가슴속에 느끼면서...
‘나는 사람살이와 다름없어 보이는 느티나무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 안에서 느티나무가 점점 깊이 뿌리를 내리는 동안, 살면서 보고 듣고 겪고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이 숨결을 얻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들 역시 슬플 때는 느티나무에게서 위안을 받고, 더우면 그 그늘에서 땀을 식히고, 새로운 길을 떠날 때면 느티나무로부터 용기를 얻었다.’
아빠와 이혼하면서 엄마와 둘이 시골로 내려온 미르는 아빠를 볼 수 없다는 게, 엄마와만 둘이 산다는 게 너무 싫다. 바우는 어릴 적에 엄마를 잃고 입을 닫아걸었다. 마음을 너무 다쳐서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소희는 아빠를 잃고 엄마는 재가해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런 아이들은 각자가 그리고 서로 함께 어울리면서 아프기도 하고 아프게도 하면서 또 상대를 부러워도 하면서 성장한다. 그리고 서로의 아픔을 지켜봐주고 각자의 아픔을 더 깊숙이 들여다본다. 바우가 엄마 무덤 앞에서 하는 얘기다. 미르도 바우도 소희도 모두 하늘말나리이다.
‘엄마, 이 꽃 이름이 뭔 줄 아세요? 하늘말나리예요. 진홍빛 하늘말나리는 꽃뿐만 아니라 수레바퀴처럼 빙 둘러 난 잎도 참 예뻐요. 다른 나리꽃 종류들은 꽃은 화려하지만 땅을 보고 피는데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향해서 피어요. 마치 무언가 간절히 소원을 비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