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찍어라 - 포토그래퍼 조선희의 사진강좌
조선희 글.사진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캐논 DSLR 카메라를 샀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주문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조선희는 워낙 유명한 사진가니까. 그녀가 해주는 사진 얘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그녀의 시선 앞에 잡힌 사진들도 궁금했다. 그리고 덤으로 조금 기술적인 얘기를 얻어들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싶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좋은 책이었다. 책의 서두에 조선희가 밝혀두었듯이 이 책은 기술적인 면보다는 사진을 찍는 개개인에게 즐거운 놀이로서의 카메라와 사진 얘기가 주를 이룬다.

‘이 책은 사진 정보나 기술만을 다룬 책이 아니라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카메라라는 소중한 장난감으로 재미나게, 즐겁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쓴 책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 둔다.’

하지만 더 좋았던 건,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해줘서 고마운 책이라는 사실이다. 즉 나와 사진과의 관계를 좀 더 명확히 보게 해준 책이라는 것이다. 나도 내 나름대로 나만의 감각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난 늘 카메라를 가방 안에 넣고 다녔다. 지금도 내 가방 안엔 손바닥 크기보다도 작은 후지 파인픽스 카메라가 들어있다. 꾹 눌러야 사진이 찍히는 단점을 가져 많이 흔들리지만 그래도 워낙 작고 가벼운데다 제대로만 찍히면 사진도 그럭저럭 잘 나오는 편이다.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물론이고 특별한 일이 없을 때도 세상의 재밌고 웃긴 모습이나 계절의 변화, 또는 친구들이나 직장동료들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도 잘 찍었다. 나도 모르게 사진 찍는 걸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블로그에 밋밋한 글만 올리는 것보다는 작고 아기자기한 사진을 올리는 즐거움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작은 책치곤 칼라 사진이 워낙 많이 들어있는 터라 책값이 좀 비싼 편이지만 그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젠 어디서나 당당하게 카메라를 꺼내들고 내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얻었으니까.    

 






(깍아놓은 사과가 시간에 의해 변질 된 모습까지. 진달래 찍음 ^^)
 
이 책엔 조선희가 생각하는 사진에 대한 얘기가 많이 들어있다. 나도 모르게 알고 있었던 사실들이 모두 들어있었다. 제목처럼 멋대로, 많이 찍다보면 자신만의 색깔이나 톤, 감각 그리고 시선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덧붙여 그녀의 직업으로서의 사진에 대한 생각도 이런저런 에피소드와 함께 많이 들어있다. 그녀만이 찍을 수 있었던 멋진 풍광들, 미처 몰랐던 배우들의 다른 모습들 그리고 손금이나 스포츠 선수의 발 등등 그녀의 감각적 사진 세계는 즐겁고 독특한 덤이다.

‘외로워지자. 자꾸 더 외로워지자. 외로움의 절벽으로 나를 내몰아보면, 마음 밑바닥의 깊은 감정을 끌어내 다른 사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어딘가로 떠나야만 좋은 사진을 얻는 건 아니다. 멋진 사진의 피사체는 우리 주위에 널렸다. 하지만 나처럼 집과 회사만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은 한정되어있다. 정착하지 못하는 나의 운명 때문에 유난히 정착을 추구했지만 이젠 다시 떠나보려 한다. 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의 기본이라는 노출과 셔터스피드의 관계만 직접 사진을 찍어보며 이해한다면 사진의 세계에 한발 들여놓는 진달래가 될 것이다. 떠나는, 그 외로움은 카메라로, 그 카메라에 찍히는 사진으로 덜 외로울 거란 확신이 든다. 꽃피는 3월의 제주가 나와 내 카메라를 기다리고 있다.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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