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정리 편지 (양장)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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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의 3대 요소를 재미와 감동 그리고 교훈이라고 본다면 이 동화는 최고의 동화다. 더구나 어린이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함께 재밌고 즐겁게 그리고 가슴 훈훈하게 읽을 수 있는 동화다. 정말 나도 즐겁게 읽었고 주변 동료들의 아이들에게 선물하면서 점수 팍팍 따게 해주는 책이다. 아이들이 여전히 살짝 몰랐으면 좋겠는 책이다. 그래야 내가 더 여기저기 선물하면서 뿌듯해할 수 있을 테니까. 암튼 정말 고마운 책이다. ^^

하늘나라에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을 굽어보시는 세종대왕께서도 오랜만에 아주 즐거운 미소를 짓고 계실 것 같다. 앗, 옆에 장운이도 함께 있으려나? ^^*

이야기의 배경은 조선시대이다. 장운이는 아픈 아버지와 누나와 함께 가난하게 살고 있다. 동네 분들에게 나무를 해다 드리고 먹을거리를 얻어다 간신히 끼니를 이으며 살고 있다. 아프기만 해서 미안해하는 아버지와 약값을 내지 못해 결국 종살이를 하러가게 되는 누나와도 사이좋게 지냈다. 장운이는 나름 부지런히 일을 하지만 너무 어려서 겨우 세 식구 먹고 살기도 힘들고 처지를 생각하면 자꾸 기운이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장운이는 눈알이 빨간 토끼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한글을 배운다. (물론 지금과는 많이 다른 한글이라 작가는 현대 국어로 말을 바꾸어주는 친절을 잊지 않지만 사실 옛 한글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면서 나이도 초월하고 양반, 양민도 초월하며 둘은 글을 가르치고 배우면서 친구가 된다. 둘이 서로 만나지 못해 정자 아래 흙바닥에 글씨를 써놓고 가는 모습도 정말 정겹다.

‘할아바님 장우니 기리로소이다’ (->할아버지, 장운이 기다립니다.)
‘어제는 듕 이리 이셔셔 몯 오거다’ (-> 어제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 못 왔느니라.)

그렇게 장운이는 한글을 배우고 또 이를 누이와 친구들에게도 가르쳐준다. 서로 흙바닥에 써보는 장난을 하면서 즐겁게 한글을 익힌 것이다. 남들은 모르는 새로운 글을 서로 주고받는 일이 마치 서로의 비밀을 간직한 듯 즐겁고 유쾌한 것이다. 그로 인해 나중에 헤어지게 되는 누이와도 편지 연락을 하게 되고, 한글을 가르쳐준 할아버지는 민생을 위해 만든 그 글자들이 정말 쉽게 서로의 마음을 글로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야기가 단지 한글만 배우고 마는 것이라면 그저 교육동화에 그쳤겠지만 더 큰 인물이 되기 위해 목수 아저씨를 따라 돌 다듬는 일을 배우고 그 과정에 생겨나는 질투와 미움 등도 겪게 되는 등 고생스럽지만 밝게 자라는 장운이를 보여준다. 나이 많은 상수의 방해공작에도 참고, 배운 것을 열심히 적어 외우면서 잊지 않으려 하고, 이 모습을 본 동료 일꾼들에게도 한글을 가르쳐주며 함께 배우는 삶을 산다. (결국 글이 있어 우리가 오늘날 많은 것을 배우고 즐기는 것이 아닌가. 암튼 한글 만만세!!! 한 번 외쳐주고!) 즉 우연히 좋은 사람만 만나고 성공만 거두는 장운이가 아니라 남들처럼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모든 일에 열심이고 남을 배려하면서 가족을 사랑하는 장운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약재영감의 은근한 차별 아래 장운이와 친구로 지내는 착한 난이, 장운이 누이인 덕이를 사모하는 순진남 오복이의 이야기도 은근한 즐거움을 더한다. 정말 이렇게 좋은 책, 나만 알고 있고 싶다. ^^;;

그럼 토끼 눈 할아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이와 신분을 초월한 이들의 우정은? (난 안 가르쳐줄 테니 궁금하면 책을 보든가... ^^;;)     

 
(부산 책모임에서 만난 작가가 새 책을 설명하고 계신다. ^^;; 멋진 배유안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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