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의 계절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7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김영선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1793년 미국의 필라델피아에 미국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 중 하나인 황열병이 발병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병을 피해 피난을 갔고 의회는 휴회를 하고 의원들과 심지어 조지 워싱턴과 토마스 제퍼슨도 도시를 떠났다. 여름이면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아직 노예제가 완전히 폐지되지도 않은 상태과 자유의 몸인 흑인들에 대한 대우도 백인과는 하늘과 땅이었고 여자들은 패티코트로 허리를 조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야기는 콜레라가 번지던 유럽의 중세 같은 무섭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은 열네 살의 쾌활하고 씩씩한 마틸다이기 때문이다. 남성 지배 시대가 주는 중압감이 아직 가시지 않았고 부모가 마음대로 자식들을 결혼시키는 시대였지만 우리의 마틸다는 시대를 앞서가는 진보적인 꼬맹이였다. 굳이 할아버지나 엄마를 거스르지는 않고 커피하우스 일도 열심히 돕는 마틸다는 마음속으로 자유를 꿈꾸는 아이였다. 

<할아버지 말마따나 나는 ‘자유의 딸’이며 진정한 미국의 소녀잖아. 나는 내 운명을 스스로 개척할 수 있어. 그런 나를 누가 감히 ‘꼬맹이 매티’라고 부를 수 있겠어? 사람들은 날 ‘여사님’이라고 부르게 될 거야!>   

커피하우스의 직원이자 친구였던 폴리가 둑는 것으로 열병은 시작되고 곧 이어 온 도시가 황열병을 앓게 된다.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특별한 처방도 약도 없이 그저 서리가 내릴 때까지 시골로 가거나 도시를 떠나는 방법밖에 없었다. 엄마가 병에 걸리자 커피하우스의 흑인요리사인 일라이저 아줌마에게 엄마를 맡기고 마틸다는 할아버지와 함께 억지로 도시를 떠나게 되지만 그때부터 별의별 모험을 다 겪게 된다. 탈진한 할아버지를 위해 물을 떠오고 딸기를 따오는 등의 장면은 <집 없는 아이>의 레미를 연상시켰다. 병은 누구나 공격하고 어떤 이는 병을 이기기도 한다. 병까지 앓고 난 마틸다는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도시는 방어력을 잃은 상태였다. 엄마는 어딘가로 사라졌는데, 생존여부도 알 수 없고, 어느 밤, 도둑에 할아버지까지 잃은 마틸다는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숨을 죽이고 지구가 자전을 멈추기를 기다렸다. 해는 다시 떠오를 필요가 없다. 강물이 흐를 이유도 없다. 새들도 이제 다시는 지저귀지 않으리.>

하지만 마틸다는 그 자리에서 울고만 있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보다 더 어린 고아를 돌보고 일라이저 아줌마를 다시 만나 함께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원래 인간의 본성이란 극한의 상황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가. 세상의 종말을 본 사람들은 약탈과 폭행을 일삼고 심지어 살인까지도 쉽게 저지른다. 병에 걸리기만 하면 가족도 환자를 버리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정말 어려운 일, 실로 힘든 시기를 겪어낸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은 선물이나 마찬가지이다. 진정 자신과 가족, 친구 그리고 세상을 생각하고 한 뼘 훌쩍 커버린 성장인 것이다. 진정한 휴머니즘이 무엇인지 한번 뒤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서서히 걷히는 새벽안개를 바라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황금빛 태양이 떠올랐다. 기도와 희망과 미래로 가득 찬 거대한 열기구, 나는 일어나 치맛자락에서 게으름 탁탁 털어냈다.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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