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읽어봐

위험한 독서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작가가 우리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다. 자신이 위험해질 테니 이제 자신을 읽으라고 꼬시고 있다. 난 이에 기꺼이 넘어갔다. 그의 위험한 독서를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희망도 절망도 없는 독서’를 했다고 작가처럼 읍조린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책을 통해, 글을 통해 사람을 읽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상대가 읽는 책을 알게 되고 상대가 어떤 글을 쓰느냐를 앎으로써 상대를 알게 되는 것이다. 나는 김경욱의 이 책을 읽음으로써 김경욱을 어떻게 읽었을까. 그의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독서치료사. 나는 책으로 마음의 병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사람이다.’ - [위험한 독서]

세상엔 읽을 책이 너무나 많다. 그 많은 책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그 많은 책을 도대체 누가 읽고 있는 것인지도 이 책을 읽다 떠오른 의문이다. 물론 책을 전혀 안 읽는 사람에겐 이 모두가 무의미하겠다. 그에겐 오히려 읽을 책이 하나도 없을 테니까.   

‘독서를 통해 당신이 발견해야 하는 것은 교묘하게 감추어진 저자의 개인사나 메시지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니까.’ - [위험한 독서]

매일매일 책을 읽고 감상을 쓰고 그걸 서로 공유하는 우리 블로그 친구들은 어찌 보면 서로서로 김경욱이 말한 위험한 독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두 공유하니까 말이다. 그러면서 위험한 독서의 폭을 점점 더 넓히고 있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위험한 독서의 폭을… 어디선가 나를 읽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다. 갑자기 무섭다.

“(...) 독창적인 물건을 만들어내려면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고립되어야 해. 위대한 작품을 쓰기 위한 일곱 단계. 첫 번째,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라. 두 번째, 전화코드를 뽑아라. 세 번째, 방문을 걸어잠가라. 네 번째, 컴퓨터의 전원을 켜라. 다섯 번째, 아무도 시도한 적 없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글을 써라. 여섯 번째, 창문과 방문을 열어젖히고 기왕 쓴 글의 사분의 일을 버려라. 마지막 단계, 아내에게 읽혀라.” - [천년여왕]

이 작품집에는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글이 대칭적으로 나온다. [위험한 독서]가 읽기였다면 [천년여왕]은 글쓰기이다. 독창적이어야 할 글 쓰는 남편이 오히려 평범한 독자이며 글쓰기에 도전하는 초보 작가이고 평범해 보이기만 하는 아내가 엄청난 독서력을 보이며 독창적이지 못한 남편의 글을 평가하는 독창적인 인물상을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집은 일단 독서와 글쓰기가 등장해 호기심을 끌었고 그 특이한 소재에서 구성 그리고 줄줄 흘러가는 스토리라인까지 마음에 들었다. 나머지 작품들은 현대인들의 문제 그리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또는 그 문제들 속에서 허우적대는 인간의 모습들이 나온다.

다 읽고 난 느낌은, 우리 인간은 참 하잘 것 없다는 것, 정말 미물이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