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핑거
김윤영 지음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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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집으로 김윤영을 처음 만났다. 그 첫 느낌은 독특하다는 것이었다. <그린 핑거>와 <전망 좋은 집> 두 작품은 속으로는 같을지 몰라도 겉으로 보기엔 극과 극의 작품이었다. 나머지 작품은 남녀, 연애에 관한 작품들이었는데, 연작의 느낌을 갖고 각각의 인물이 주인공으로서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이 연애학도 무척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되며 한 인물, 한 인물에 집중하기보다 독자들에게는 전체의 밑그림을 보여주는 느낌이다. 

밝은 정원에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그린 핑거를 가진 여자는 밝디밝다. 너무나 불행했던 외모에서 깔끔한 외모로 변했고, 그 외모의 변화를 모르는 곳에서 새 출발을 한다. 사랑하는 남편과 좋은 집에서 밝게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밝은 느낌의 벽지에 음산한 그림자를 지울 수는 없다. 처음부터 부정적인 부분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는 스토리는 확 반전되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작품이었다. 으악... 무서운 암시... 그렇게 아름다운 꽃도 칭찬 받는 그린 핑거도 결국은...   

이에 반해 <전망 좋은 집>은 전망 좋은 부유한 집과 빵집에서 퍼져 나오는 고소한 빵 냄새를 깔고는 있지만 노숙자 공원을 이웃해있고 또 이 각각의 인물들 아래 숨어있는 음울한 비밀... 하지만 여자는 전망 좋은 집을 포기하고 어둠의 자식을 선택한다. 특이한 선택이지만 그 한줄기 희망의 빛이 스며든다.  

내게 아주 특별한 연인 1~5편인 <블루오션 연애학> <너무 고결한 당신> <Heartbreaking Love> <초콜릿> <모네의 정원으로> 등 다섯 작품은 마치 연작 같은 느낌으로 각각의 인물들이 차례로 주인공이 되어 나타났다. 이는 이 여자와 저 남자가 만나고, 헤어지고... 또 저 남자와 다른 여자가 만나고 헤어지고... 또 이 여자는 또 다른 남자를 만나게 되고... 이 인물들은 서로 아무 관계도 없지만 이렇게 여자와 남자는 만나고 헤어진다. 어떤 여자에게 나쁜 남자였던 남자는 다른 여자에겐 너무나 좋은 남자로 나타나기도 하고, 너무나 부담스러웠던 남자는 또 다른 여자에게 가볍게 다가가고. 결국 이런 저런 만남은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게 아니다. 어쩌면 여자, 남자 각각이 바라보는 사랑, 그들이 이에 대처하는 삶의 방식이 다 달라서 가능한지 모른다.

“남자를 바꾸는 건 오일교환과도 같다. 독자적 상품으로 키워볼 만한 상대인지 그 여부가 윤리적 결함을 좌우할 수 있다. 내 경쟁우위가 지속되는 한, 즉 내 상품성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선 난 아직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연애의 경제학을 신봉한다. 아주 철저히.”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 작품이 연애소설이라기보다 여성이 자의식을 찾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연애나 결혼, 삶 앞에서 현대 여성은 그 어느 것에도 끌려가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더 자신을 찾는 노력을 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정말 흥미로운 작가다. 다음 작품은 뭘 읽을까.
특별한 사랑을 꿈꾸는 것도 아니고 그 남자가 정말 내 연인이 될 수도 있었지만, 더 궁금한 건, 이거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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