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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 당신의 풍경 - 20편의 글, 187의 사진으로 떠나는 우리. 도시. 풍경. 기행
강석경 외 지음, 임재천 사진, 김경범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김연수, 조경란이 말하는 우리의 도시 서울 얘기를 비롯, 20명의 작가가 말하는 자신들의 도시 얘기에 187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도시 얘기이며 또한 그들이 살아온 고향 같은 이야기가 조근조근 풀어지는 책이다.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풍경 그리고 집과 길 등등 우리 눈에 익숙한, 심지어 눈을 감아도 마음에 떠오르는 온갖 사진들이 풍성한 책이다.
멋진 그림 같은 풍경을 찾아 외국을 꿈에 그리는 시대는 지났다. 우리 한국의 여러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또 얼마나 정감 어려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간혹은 순수했던 우리 어린 시절, 자연스러운 경치가 어우러져 있던 곳이 이젠 삭막한 도시가 되어 아쉽기도 하다. 또 엉망진창의 난개발, 무계획한 개개인의 부조리한 건축이며 임시 땜방으로 얼기설기 얽은 슬레이트, 수없이 얽힌 전깃줄도 우리 눈에 띈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 우리 삶의 모습이다.
작가 개개인의 경험이나 소중한 추억 등은 곁다리 선물이다. 그들 눈에 비친 우리의 일상을 살고 있는 도시와 그 풍경이 잔잔하고 아름다운 사진들에 비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새삼 아직 가보지 못한 우리나라 곳곳이 참 많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그래, 나중에 이 도시들을 모두 한번 돌아보자. 차근차근 우리 도시들과 풍경들을 살펴보자. 이 작가들이 들려주는 소소한 이야기에 살며시 귀를 기울이면서 말이다.
“(...) 나는 동해 일출을 보며 웃는 사람보다 서해 낙조 앞에서 우는 사람을 좋아한다.” - 인천 갯벌을 보며 시인 김중식이 하는 말이다.
“하루하루의 삶이 일상성 속에 갇혀 매양 똑같이 되풀이된다 해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부단히 변화하게 마련이다. 나의 생도,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도 그러하다. 도심을 벗어나면 어디나 눈에 띄던 논과 밭, 복사꽃이 흐드러져 도원경을 이루던 과수원의 풍경들은 조금씩 조금씩 지워지듯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들이 우뚝우뚝 섰다. 변화와 소멸과 생성의 속도는 삶의 리듬과 비례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도시는 자체의 생명력과 역동성으로, 저대로의 운명성으로 움직여가는데 내가 알고 있던 것들, 친숙했던 것들은 얇은 미농지가 덮이듯 흐릿하게 멀어지고 기억의 지층 속으로 묻힌다.” - 오정희 선생이 김유정에 대한 얘기를 하다 풀어놓는 춘천에 대한 얘기다.
가끔 이 도시가 내게 태클을 걸 때, 꺼내서 아무데나 펴, 우리 곁에 있는 이 도시들의 풍경을 볼 일이다. 그러면 이 도시가 사랑스러워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