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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안도현 지음 / 창비 / 2008년 6월
평점 :
저녁마다 침대맡에서 이 시집에 실린 많은 시인들의 많은 시를 읽었다.
그러다 잠이 오면 시집을 머리맡에 놓고 잠이 들었다.
그렇게 시들과 고적한 저녁시간을 함께하며 일주일이 흘렀다.
처음엔 시만 읽었다.
시면 됐지, 무슨 설명… 그랬더랬다.
그러다 안도현의 설명을 한번 읽어봤다.
그랬더니 더 좋더라.
시인의 시와 함께 안도현의 따스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리고 주말이 마무리되는 이 저녁 시간,
시집에 수록된 씨디를 듣는다.
시인들의 육성과 안도현 시인의 낭송이다.
시인들의 목소리가 이렇구나.
마음 시끄러울 땐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면서
이 시인들의 낭송을 들어야겠다.
특히 제일 좋아한 시는 정윤천의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이었다.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시째냐? 악아, 어찌고 사냐. 염치가 참 미제 같다만, 급허게 한 백마넌만 부치야 쓰것다. 요런 말 안헐라고 혔넌디, 요새 이빨이 영판 지랄 가터서 치과럴 댕기넌디, 웬수노무 쩐이 애초에 생각보담 불어나부렀다. 너도 어롤 거신디, 에미가 헐 수 읎어서 전활 들었다야. 정히 심에 부치면 어쩔 수 없고……
(...)
나도 울 어매 폼으로 전활 들었다.
엄니요? 근디 어째사끄라우. 해필 엊그저께 희재 요놈의 가시낭구헌티 멫푼 올려불고 났더니만, 오늘사 말고 딱딱 글거봐도 육십마넌뻬끼 안되야부요야. 메칠만 지둘리먼 한 오십마넌 더 맹글어서 부칠랑께 우선 급헌 대로 땜빵허고 보십시다잉. 모처럼 큰맘 묵고 기별헌 거이 가튼디, 아싸리 못혀줘서 지도 잠 거시기허요야. 어찌겄소. 헐헐, 요사 사는 거이 다 그런단 말이요.
떠그럴, 사십마넌 땜에 그날밤 오래 잠 달아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