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무슨 생각 하고 있어요?
니콜 드뷔롱 지음, 박경혜 옮김 / 푸른길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니콜 드뷔롱은 프랑스에서 유쾌하고 즐거운 글쓰기로 유명한 듯하다. 비슷한 스타일의 책을 시리즈(!)로 내는 것 같다. 이 책은 전작 <내 말 듣고 있어요?>에 이은 연작물 느낌이다. 같은 인물들의 일상의 연속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이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이 책은 부부간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처음에 제목을 봤을 때, 젊은이들의 알콩달콩 부부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오십이 넘은 부부 이야기이다. 그 나이가 되어도 알콩달콩 깨도 볶고 질투나 기타 등등을 볶는 모습이 우리나라 오십대 부부간의 지지고 볶는 이야기와는 좀 색다르다.

이야기는 당신과 남자의 이야기이다. 당신은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이고 남자는 잘 나가는 그룹의 출판사 사장을 했던 사람이다. 어느 날 당신이 집에 돌아와 보니 남자는 갓 사십 먹은 새 사장에게 밀려나 ‘...(은퇴)’를 한 상태다. 분위기에서 보듯이 남자의 조기 ‘...(은퇴)로 인해 벌어지는 황혼기의 얘기라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대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신이 쓰는 추리 소설이 아주 끔찍한 상태로 가끔씩 글 속에 섞여 나타나는 것과 워낙 부유한 사람들 이야기라, 남자가 사 들이는 모든 명품이 마치 내 생활 같이 느껴지면서도 또한 슬며시 드는 거부감 또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갑자기 하루 종일 집에 있게 된 남자와 오전 중엔 조용히 글을 써야 하는 여자가 서로를 애교 있게 참아가며 함께 할 일을 찾아보고 맞추는 등의 생활이 글 전반에 펼쳐져 있다. ‘...(은퇴)’를 했어도 머니 없는 남자보다는 그래도 부유하기라도 하니 다행이라는 당신 친구들 이야기에 맞게 남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쇼핑 경험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일상을 경험해보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의 이야기이다. 남자를 아직도(!) 질투를 할 정도로 사랑하는데다 남자의 아이 같은 불평이나 이기적인 성격 등 모든 것이 당신의 시선으로 즐겁게 펼쳐진다. 일단은 회사에서 임대해준 아파트에서 나가야 하므로 새 아파트를 찾아서 이사를 해야 하고 운전사까지 딸린 차를 반납하고 새로 차를 구입해야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 그러는 와중에 요리에 취미를 붙였던 남자의 부엌에 불이 나면서 새로이 찾은 취미 골프가 말썽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이야기는 소재만 오십대의 황혼기 이야기이지, 실제로는 삼십대 정도의 갑자기 실업자가 되어 하루 종일 집에 있게 된 남자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그들의 심리가 젊다고 해야 하나. 대신 머니는 많으니 그들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 글쓰기 문체나 대화, 심리 모두 자잘한 애교와 유머가 있다.

싸울 때,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가 움직여주지 않을 때, 언성 높이고 끝간 데까지 가보는 우리네와는 정서가 다른 그들의 태도가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그래서 외국 경우, 부부가 이혼하더라도 친구로 남을 수 있지만 우리는 안 볼 꼴까지 다 보고 끝간 데까지 가기 때문에 이혼하고 나면 친구는 개뿔, 아주 지긋지긋해서 우연히 길에서 마주치는 것도 거부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거짓말을 한다. 남자는 당신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잘 안다. 당신도 남자가 당신이 거짓말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안다. 당신은 부부 사이에는 애정 어린 거짓말이 필요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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