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하 진 지음, 김연수 옮김 / 시공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다 읽고 났는데 맨 처음 든 감정은 억울함이었다. ‘에이, 결국 그런 결론이야?… 그럼 결국 누가 누굴 기다린 거야?… 그래서 이젠 또 뭘 기다려야 하는 거야?…’ 그런 뻔한 결론이 있느냐 말이지. 하기야 뭐, 사랑이란 게, 뻔하지 않은가. 한쪽은 기다리다 지쳐버리고 또 다른 쪽은 다른 깨달음을 얻어 다른 걸 기다리고. 또 다른 쪽은 마음을 비우고 한없이 기다리기만 하고. 아, 기다리는 건 너무 싫단 말이다. 

사실 읽는 내내 억울했던 건 아니다. 꽤 두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지루하지도 않았다. 그 당시, 특이한(!) 중국 상황에서 그럴 수밖에 없구나 생각하면 흥미롭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사랑도 마음대로 못하는 그런 사회에 대한 괜한 분노가 치밀기도 했지만 의외로 담담하게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는 마음, 이혼해주겠다고 동의를 했다가도 막판에 가서는 아니라고 하는 아내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군의관인 쿵린, 시골에서 딸과 함께 살면서 농사일을 하는 그의 아내 수위 그리고 쿵린의 연인인 간호사 우만나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겠다. 어찌 보면 스토리 또한 간단하기 그지없다. 부모의 뜻에 따라 할 수 없이 결혼한 쿵린은 1년에 한번만 시골로 가 아내와 시간을 보낸다. 아내는 쿵린이 병원에 있는 동안 집안일을 하며 시부모를 모셨다.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조강지처의 전형이다. 하지만 쿵린은 병원의 간호사 만나와 사랑에 빠진다. 그래서 매해 1년에 한번뿐인 휴가를 시골로 가면서 매번 이혼을 요구한다. 그게 몇 년을 끄느냐 말이다. 그 사이 병원에서 쿵린과 만나의 사이는 공공연한 연인이지만 데이트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병원의 규칙에 따라 둘은 어떤 육체적인 접촉도 없이 사랑을 키워 나간다. 그러는 동안 다른 사람, 사건이 끼어들어 불행을 겪기도 하지만…

금지된 사회에서, 갖가지 금기 사항이 있는 사회에서 자유로운 사랑, 또 연애란 게 사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감옥행이나 유배형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사랑의 힘은 세다? 그리고 사랑 후엔, 사랑이 퇴색하고 나면… 자유로운 사회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삶이에요. 오늘은 살아 있지만, 내일 죽게 될지도 몰라요. 날마다 아등바등 인간답게 살아가려 애쓴다고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사랑에 한해서만은 내 마음을 따를 수밖에 없어요. 새들도 한 새장에 가둬놓고 사랑하라고 해도 싫으면 하지 않는 법인데, 사람은 더 말할 나위 없죠. 그러니까 다시는 다른 남자를 찾아보라는 말 하지 말아요.”

읽기는 쉬웠지만, 읽기 자체가 지루한 건 아니었지만, 그게 과연 작가의 문체만의 덕택이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김연수 작가의 번역 작품을 많이 접해본 나로서는 그게 그의 번역 덕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스토리의 끈은 그렇게 단순할 수가 없는데, 그래서 읽고 나서 허무해졌는데 읽는 내내는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없었으니 말이다. 스토리 자체에 중점을 두는 사람에겐 별로일 책이고, 문장 문장을 음미하는 독자라면 감성적으로 읽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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