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엘리어트
리 홀 원작, 멜빈 버지스 지음, 정해영 옮김, 박선영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랬다. 남성들이 힘차게 도약하며 백조의 날개를 퍼덕이는 춤을 본 적이 있었다. 정말 그랬다. 백조들이 하늘로 날아오를 때면 분명 그렇게 힘차게 날아올랐을 텐데, 그 동안 우리가 본 건 핑크빛 발레복을 입고 종종거리던 발레리나들뿐이었다. 어쩌면 정말 많은 백조들이 실제로 날아오를 땐, 빌리가 추었을 그 남성다운 발레의 도약과 더 가까웠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 이야기는 빌리의 이야기이다. 영국의 한 광산촌에서 아버지와 형은 광산 철폐에 대항해 파업에 참여하고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 친구라고는 여자처럼 치장하기를 좋아하는 마이클 뿐이고 아버지는 하기도 싫고 잘 하지도 못하는 권투를 하라고 빌리를 떠다민다. 하지만 빌리는 여자 아이들이 하는 발레가 더 적성에 맞고 자신도 그걸 더 잘하는 것처럼 느낀다. 물론 마음속엔 남들이 뭐라고 할까라는 걱정 이전에 자신이 발레는 계집애들이나 하는 것이고 남자답지 못하다고 스스로를 더 채찍질한다. 그러면서도 발레에 끌리는 자신을 어쩌지 못하고 권투 대신 발레를 한다. 어쩌면 그 당시의 영국 사회에서 먹고 살려면 광산 일처럼 남성다운(!)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누구나에게 각인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건 빌리의 아버지나 형 토니의 태도에서도 잘 드러난다.

하지만 빌리는 조금만, 조금만 하면서 점점 더 발레에 빠져들고 점점 더 어려운 발레 동작을 연습하고 한 가지를 해냈을 때 느끼는 기쁨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발레 선생님의 도움도 있었고 친구들의 격려도 있었지만 빌리가 당시 상황을 딛고 일어서게 된 데는 친구들의 도움도 컸고 또한 배신자의 대열에까지 서려고 했던 아버지, 심지어 우격다짐을 하는 토니형 그리고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도움을 줘서이다. 그런 면에서 이 이야기는 여러 사람의 이야기이다. 빌리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그들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이다.  

“시작할 때는 약간 몸이 뻣뻣해지지만…… 막상 춤추기 시작하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하나도 안 느껴지고…… 그래요. 마치 내가 공중 속으로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내 몸 안에 불길이 치솟고 난 거기서 날아가요. 마치 새처럼요. 마치 전기처럼요……. 그래요. 그건 전기 같아요.”

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물론 난 영화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봤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빌리의 춤을 봤을 테니까. 새처럼 멋지게 도약하는 그 모습을 말이다. 그 모습은 아마도 단순한 발레 이상이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모든 제약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뛰어넘고자 노력한 소년의 모습, 그 모든 것이 들어있는 춤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이 이야기는 한 소년의 대단한 성장기다. 남성들의 힘찬 백조의 춤처럼 멋진 성장기다. 흑백과 컬러로 중간 중간에 들어있는 그림도 약방의 감초 같고 청소년다운 반항기 어린 사고나 대사 모두 매력 만점이었다. 우리 청소년들도 부모님들도 모두 이 책에서처럼 함께 멋진 최고의 춤을 출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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