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그림 여행 나만의 완소 여행 2
최수진 글 그림 사진 / 북노마드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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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책은 너무 나쁜 책이다. 직장도 있고 휴가도 짧고 머니도 별로 없는 사람들에게 어쩌란 말이냐고. 이렇게 이 책 들고 당장 떠나고 싶게 만드니 어쩌면 좋으냐고~! 다른 여행서들은 그냥 읽고, ‘좋구나.’ ‘나도 나중에 가봐야겠다.’ 그런 생각만 들었는데, 최수진의 이 <베트남 그림 여행>은 정말 당장 다 때려치고 그녀가 돌았던 베트남 곳곳을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든다. 작가야 뭐, ‘여행하는 사람’이라니 가능한 얘긴지 모르지만 우리 같은 직장인들은 어쩌냐고. 이렇게 멋들어진 여행서를 턱하니 내놓았으니 말이다. 작가는 책임지시오!

뭐, 또 그저 그런 여행기려니 하고 별 기대 없이 ‘그래, 베트남이 어떤 나라인지, 어떻게 여행했는지 한번 보자’는 단순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가 완전히 푹 빠져버렸다. 나와 비슷하게 평범해 보이는 처자가 혼자서 베트남 종단을 한단다. 게다가 그림들, 너무 정겹다. 곳곳에 따스한 기운이 넘친다.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사진들도 좋다. 약간은 말괄량이 같고 또 조금은 어리버리하고 또 많이 소탈해 보이는 작가의 글도 좋다. 이 작가, 성격 너무 좋잖아! 

바가지를 쓴 걸 알고 작가가 따지자 이 사람들, “그렇다면 그것만 내.”라고 하자 작가가 열 받는 내용이다.

‘어차피 물정 모르는 외국인으로서 큰 돈도 아니니 조금의 바가지는 애교도 봐줄 수도 있는 문제. 하지만 이건 도대체 너무 성의가 없잖아. 바가지에도 ‘완성도’가 있어야 할 것 아냐. 알 만한 사람들이 너무 정직하시네.’     

곳곳에 조금씩 드러나는 베트남의 이런 저런 모습에 함께 웃고 함께 어이없어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었다. 어찌 보면 또 단순해 보이고 어느 정도 적응도 잘 하는 것 같은 이 처자와 함께 가끔은 ‘어윽~! 싫다 싫어.’ 난 이런 건 못할 거 같은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가끔은 깔깔대고 함께 웃기도 하고 또 가끔은 내가 그녀가 되어 온종일 베트남 거리를 쏘다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볼거리(사진, 그림 완전 풍부해!), 먹을거리(아, 먹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살거리(으~, 작고 아기자기하면서 아주 착한 가격으로 보이는 녀석들!)에 충실하면서도 단체 여행이나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곳만 가는 것이 아닌, 정말 자유여행의 의미를 충분히 깨닫게 해준 책이다. 게다가 정겨운 그림들은 보너스~! 언제든지 다시 꺼내 둘러보고 싶게 만드는 여행서다. 맨 뒤의 적지 않은 부록은 베트남 어딜 가든 정말 도움이 될 만한 실용 부록이다.

사실 난 역마살 때문에 내가 원하지 않아도 여기저기 정말 많이도 쏘다녔다. 가고 싶지 않은데 떠밀리는 기분, 그거 참 별로다. 몸 상태에 상관없이 공부나 일 때문에 꼭 가고 싶지도 않은 곳을 다니다 보면 물론 의외의 수확도 있지만 이제 난 좀 정착하고 싶은 마음에 굳이 일부러 여행을 떠나고 싶진 않은 상태다.

사실 이 책은 여행하면서 작가가 본 여행지의 풍경이나 관찰 말고도 자신이 직접 겪은 재미난 얘기, 힘들었던 얘기 그리고 열 받은 얘기 등등 모든 게 진솔하고 솔직하고 소탈하게 들어있다. 하지만 내가 진정 마음에 들었던 건, 혼자 여행하면서 가끔은 외롭고 고독해도, 자신에게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주고 혼자서도 열심히 애를 쓰며 일도 했다는 것이다.  

‘일기를 쓴다. 이 순간이 날아가지 않도록, 이 기분을 잊지 않도록. 중얼거림이 사라지는 게 무섭다. 기억이란 투명한 거라 그 순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표식이 필요하다. 스티커처럼. 그래서 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괜스러운 되새김일지라도… 작은 것에도 파도를 타는 극심한 감정기복은 나의 어쩔 수 없는 성향이자, 힘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당장 통장, 여행통장을 만들었다. ‘그래, 이번엔 나도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을 가는 거야.’ 그 첫 여행지가 베트남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곳이 될 수도 있다. 그녀처럼 맘 편히 조금은 사기를 당해도, 그녀처럼 ‘게으른 여행자’로 돌아다니다 어느 한곳,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조금 머물러도 좋으리라. 그리고 그곳에서 ‘나’를 대접해주고 ‘나’를 생각해 보는 거다.

그때 어쩌면 이 책을 갖고 갈지도 모르겠다. 내 여행의 최고의 동반자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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