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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느림보 워커홀릭 - 평온한 마음으로 바쁜 일상을 멋지게 헤쳐 나가는 방법
달린 코엔 지음, 변용란 옮김 / 산소리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에 이 책을 고른 이유는 하나도 제대로 못하면서 늘 “바쁘다”를 입에 달고 사는 내가 지겹기도 하고, 또 아무 다른 세상일이나 가사일도 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거리끼는 것 없이 내 일만 짊어지고 가면서도 힘들고 지치는 내가 꼴뵈기 싫기도 하고, 또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여유롭게 일을 하면서도 모든 일을 척척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욕심이 있어서였다. 육체적인 피곤도 피곤이고, 정신적으로도 조금씩 지쳐 건망증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심해 치매기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일에 빵구를 낼 수도 있는 나를 좀 개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다. 어떻게 하면 과연 느림보 워커홀릭으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그것이 관건이었다.
이 책에는 정말 내가 보기에도 나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유능하고 책임 있는 일을 떠맡고 정말 가정과 일 모두를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예로 나와 있다. 그걸 읽는 것만으로도 나의 ‘바쁨’은 바쁨도 아니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이렇게 바쁜 삶을 어떻게 해결해 성공적인 느림보 워커홀릭이 되었을까.
일단 이 책의 지은이는 ‘바쁨’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바쁨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가 어떻게 바쁘게 살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이래서 바쁘고, 저래서 바쁘고. 그리고 곧 바쁨의 문제는 집중력의 문제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여기서 무릎을 탁 쳤다. 늘 정신이 산만해져서 한 가지 일에 빠져들면 다른 일들은 새까맣게 잊고 마는 나는 결국 집중력이 좋은 것이 아니었다. 여기서 말하는 집중력의 중요성은 그 ‘옮김’이다. 내 정신 속에서 한 가지 일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또는 하고 나서 곧 산만해지고 텅 비어버리는 머리가 되는 대신, 똑같은 비중의 다른 일로 집중력을 옮겨 발휘하는 것을 말한다. 즉 마음의 초점을 빠르게 옮기고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준다.
또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물론 훈련이 필요하다. 문제의 중요성을 일단 인식하고 그에 따른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실전연습 5가지와 그 5가지 실전연습 내의 구체적인 훈련법, 몸의 구석구석을 사용해 할 수 있는 방법을 서술해놓았다. 책을 읽으며 따라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 동안 내 몸과 정신이 얼마나 게을러졌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하겠다. 하지만 효과, 있었다. 요건 결론에서 다시 얘기하기로 하고 이 책에서 아주 중요하게 다루는 ‘동시포괄’ 개념과 기술을 보자. 사실 완전하게 이해한 건 아니다.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갈등이 없으면 표현할 길이 없다> 마당을 쓸고 있는 운암을 도오가 시험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치다. 운암은 “여기 바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건 스님도 아셔야 할 텐데요.”라고 말했다. 식사를 하고, 차를 끓이고, 바느질을 하고 마당을 쓸면서 선한 사람이라면 마음이 바쁘지 않은 사람을 이내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평범한 현실과 깨달음을 얻은 현실이 곧 하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조금도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자연스러운 동시 포괄의 경지다.’
이것은 우리가 곤경을 겪으면서 더 나은 길을 모색하고 위안의 꿈과 미래를 품고 흐트러진 마음 한 가운데 이미 해결책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 갈등하며 고통을 겪다 보면 해결책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이러한 동시 포괄을 경험하려면 구체적인 훈련이 필요한데, 그 방법으로는 호흡 횟수를 세기도 하고 발가락을 서로 같은 방향이나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등의 몸의 감각을 익히는 것이다. 각기 다른 신체 부위를 함께 또는 따로 움직이다 보면 자유자재로 정신 집중의 폭을 좁히고 넓히는 능력과 생각의 초점을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빠르게 옮겨 가는 사고의 융통성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책을 읽으며 이 모든 실전 연습을 다 해 볼 수는 없었고 ‘동시 포괄’의 개념도 확실히 잡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몇 가지는 따라해 보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느낌을 가졌고 신선한 경험을 했다. 또한 내게 제일 중요한 생각을 일깨워 주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겪은 건망증도 결국은 집중력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한 것이었다. 지금도 급하거나 흥분하면 자동차 키를 차 안에 두고 시동도 끄지 않은 채 차문을 잠그고 내리기도 하고, 서울 집에 가면서 정작 들고 가야 한다며 3주 전부터 모아두었던 것들은 놓아두고 기차를 타러 가다 생각이 나서 헐레벌떡 되돌아오기도 하는 실수도 하지만, 적어도 업무에 있어서는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실수하는 끔찍한 가능성은 배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얻어낸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