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깊은 바다 속에 잠들어 있던 고래였다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의 정신]이라는 원제를 달고 있는 이 작품은 가정을 뛰쳐나와 고뇌하는 발테르라는 한 청년이 방황과 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자신만의 세계를 찾으며, 세상을 알아가는 힘겨운 여정을 담고 있다. 가정도, 부모도, 친구도, 사랑도 그를 세상 속의 안정과 안주 속에 데려다주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세상을 찾아 헤매는 한 마리 고래였던 것이다.

‘질서, 무질서, 삶, 죽음, 빛, 어둠. 내 존재에 대해 의식하게 되었던 순간부터 나는 내 자신에게 질문만을 해댔다. 그것은 아무도 대답해줄 수 없는 질문들이었다. 어쩌면 그 어떤 의문도 갖지 않는 게 현명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현명한 사람이 아니었고 단 한 번도 현명해 본 적이 없다.’

어릴 적부터 조숙했던 주인공은 악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고 엄마의 편을 들던 아이였다. 하지만 아이의 머릿속에 꿈틀대고 있던 사고들을 이해하기에 아버지는 실패한 술주정뱅이였고 어머니는 그 이해의 폭이 넓지 않았다.

‘세상은 고통 이외의 그 무엇도 아니었다.’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받지 못하는 주인공은 결국 특수한 세상으로 빠져들고 그곳에서 유일했던 안드레아라는 친구를 만난다. 더 지적이고 더 세상을 많이 알던 친구의 말과 사고에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주인공은 자신의 힘으로 세상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힘 있는 우정을 마음에 품고, 세상 사람들이 내는 욕심과는 별개의 욕심, 즉 생존하기만 하면 되는 그런 욕심을 부리는 주인공은 나름대로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듯 보인다. 또한 우연히 마주한 사랑을 통해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고 세상 속으로 날개를 펼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다른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엔 이 세상이 너무 속되었다. 때마침 그에겐 커다란 마음의 짐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날 때가 되자, 그는 아버지를 찾았다가, 그의 유일한 친구를 찾아 나선다. 물론 친구는 그와는 다른 친구의 세상을 살았다. 

‘자넨 어떤 선택을 했나? 난 모르겠어. 상상할 수도 없네. 본능적으로 느끼기에 자넨 아주 멀리 달아난 것 같아. 호랑이와 발톱이 잘린 집고양이들이 있지. 내 손톱들은 다 닳았지만 소파 위에 있지는 않아. 어느 날 난 피곤을 느꼈어. 이게 전부라네. 난 굴을 하나 선택했고 그 안에 머무르고 있어. 여기서 무슨 일인가 벌어지길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저주받은 인간이 일을 하는 동안 마약과 같은 생각들은 인간에게 달라붙어 혼란을 만들어 내지.’
 
스토리 자체는 쉽게 이해가 가고 빠른 흡수가 가능했지만 그 안에 숨어있는 수많은 내면적인 사고와 세상사에 대한 숙고 등은 절대 쉽게 들어오는 생각들이 아니었다. 주인공과 주인공 친구가 겪던 내면의 갈등은 일반 세상의 모습에, 우리의 일반적인 고민에 스며들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힘이었고 다른 모습이었다. 세상에 들어가길 원했고 또 노력했으나 결국은 자신들의 다름으로 인해 세상의 언저리에서만 맴돌다 결국엔 비틀어져 떨어지는 모습들이 이들의 세상이었다.

불을 마음속에, 운명 속에 품고 태어난 이들이 땅이라는 세상에서 겪는 고뇌와 방황을 거쳐 결국은 바람에 날리는 낙엽 같은 운명에 자신을 맡기기도 하고 또는 임종을 앞둔 수녀님이 해준 말처럼 가장 단순한 것, ‘사랑이 관심’이라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수없이 접은 페이지를 다시 읽으며 곱씹는 동안 느낀 것은 당장 다시 한 번 읽기엔 지루함이 느껴지는 터라 용기가 안 나지만, 시간이 얼마간 흐른 후에 꼭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접은 페이지마다 내면의 자신을 찾아 방황하던 세상의 정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람, 땅, 흙이 해주는 얘기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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