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성당 1
일데폰소 팔꼬네스 지음, 정창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오늘날 우리는 자유롭게 이 세상을 한 인간으로서 살아간다. 먹을 자유, 사랑할 자유, 내 의견을 말할 자유, 결혼하지 않을 자유, 심지어는 스스로 둑음을 선택하는 자유까지… 하지만 그 옛날, 몇 세기 전만 해도, 아니 지금 지구 어떤 곳에서는 그런 자유가 없다. 소수이기 때문에, 머니가 없기 때문에 또는 다르기 때문에 당하는 수많은 핍박과 억압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아직도 이 세상에 살아있다. 여기 우리에게 그 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책이 있다. 스페인에 수세기 전에 민중들이 그들의 피와 땀으로 세운 <바다의 성당>, 그 성당은 민중의 외침을 간직하고 있었다…  

중세기 스페인 땅에서는 민중의 고통의 외침이 있었다. 즐겁고 행복해야할 젊은이들의 결혼식 날, 초야권을 갖는다는 영주가 나타나 모두의 운명을 갈가리 찢어놓는다. 소작농이긴 했지만 열심히 땅을 일궈 결혼까지 하게 된 베르나뜨는 결혼식날 일로 견딜 수 없는 침묵에 아내를 뺏기지만 아들만은 그의 아들이었음에 안도한다. 하지만 스페인 땅은 그런 그의 소박한 권리마저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조상 대대로 지키던 그 땅을 거의 둑어가던 아들만을 데리고 자유의 땅이라는 바르셀로나로 떠난다. 

중세기 스페인 땅에서는 노예한테 인간의 권리란 없었다. 여동생을 찾아간 베르나뜨는 이미 부자가 된 처남의 집에서 거의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된다. 아들에게 자유를 찾아주기 위해서 자신이 당하는 모든 부당함과 어려움을 이겨나간다. 귀족에게 당하는 핍박과 억울함은 어디 호소할 데도 없다. 한 군데, 민중들이 그들의 피땀 흘려 모은 헌금으로, 돌을 하나하나 어깨에 져 나르는 짐꾼들의 땀으로 짓는 성당이 있었으니, 그곳이 바로 <바다의 성당>이었다. 그곳의 성모마리아만이 베르나뜨의 아들, 아르나우가 기대고 사랑을 찾는 곳이었다. 

“얘야, 난 네가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모든 것을 포기했었다. 나는 내 땅을 버렸다. 오랜 세대를 두고 내려온 에스따뇰 가문의 땅을 말이다. 그건 그 누구도 그들이 내게 했던 짓을 너에게만큼은 못하게 막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 아버지에게 했던, 내 조부에게 했던, 내 조부의 조부에게 했던 짓을…. 지금 우리는 조상들과 똑같이 귀족이라는 자들의 변덕 앞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때와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거절을 할 수 있다는 것이란다. 얘야, 우리가 그렇게 되기 위해 힘겹게 노력해서 얻은 자유를, 그 자유를 마음껏 누려라. 따라서 모든 것은 너 자신의 결정에 달려 있다.”

중세기 스페인 땅에서는 열정이 살아있었다. 자유롭게 자신의 사랑을, 연인을 선택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아르나우는 결혼을 허락받지 못하고 가슴 설레며 바라만 보던 여인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다. 서로 다른 배우자를 두고서, 들키면 맞아 둑는 위험한 짓이었지만 그들은 열정을 불태우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쟁과 병과 둑음과 함께 얽히는 운명…  

하지만 중세기 스페인 땅에서는 운명도 넘어선 자유와 사랑에의 갈망이 있었다. 젊은 나이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신을 지켜주던 아버지가 빵을 구하고 자유를 구하다 둑어가자, 아르나우는 어린 몸으로 운명에 맞선다. 열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등에 피땀이 어리면서도 성당에 놓을 돌을 져 나르고, 시대의 이단이었던 유대인의 목숨을 살리고 그 가족과 우정을 나누다 사업에 성공한다. 아르나우에게 모함과 증오를 일삼던 귀족에게 복수까지 하고 사회의 명사가 되어 공정한 업무를 보지만, 그 성공과 자유는 언제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 아르나우는 (...) 천명하거늘, 이 순간까지 적용되었던 내 영지의 오용된 관례들을 불허한다… (...) 모든 그대들에게 자유를 천명하노라!”

태어나면서부터 운명이 결정지어지는 시절에, 영주와 귀족, 성직자와 왕권이 민중에게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시절에, 한 남자가 자유롭고 평화롭고 자애롭게 살기는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물론 그는 끝까지 자신의 사랑과 자유를 포기하지 않고 싸운다. 어릴 적부터 그를 지켜준, 그리고 그가 지켜낸 <바다의 성당>과 함께…

“저기 바다를 보세요. 바다는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우리에게 절대 과거를 얘기하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저기, 별들도, 달도 우리를 비춰주고 있어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다 한들 따지지 않아요. 그저 우리와 함께하고, 그것으로 행복한 거예요. 저기 반짝이는 게 보여요? 혹시 떨고 있는 걸까요? 만일 하느님이 우리에게 벌을 내리고 싶었으면 폭풍우라도 몰아쳐야 하는 게 아닐까요? 이 세상에는 우리 두 사람, 당신과 나뿐이에요. 과거도, 기억도, 잘못도 우리의 사랑에 끼어들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과 함께 한 세기를 열심히 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얼마나 고단하고 힘든 여정이었는지… 하지만 사랑에 대한 열정과 자유에 대한 갈망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인격을 지키려는 그 알 수 없는 힘에, 함께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함께 눈물짓기도 했다. 민중과 함께 살아낸 <바다의 성당>에서 이제는 그들의 속삭임이 된 외침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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