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할아버지가 자신의 손자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엮은 편지들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손자 모두 보통의 할아버지도 보통의 손자도 아니다. 할아버지는 30대 초반에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고 손자는 태어난지 14개월 만에 자폐 판정을 받았다. 어느 할아버지와 손자의 관계가 따스하지 않으리. 하지만 이 책에서 느껴지는 안타까움과 슬픔은 그들이 처한 장애로 인해 더 각별하다.
 
학습장애를 겪어 고등학교를 낙제하고 대학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던 고틀립 박사는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심리학자가 되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결혼하여 두 딸을 낳고 행복하게 살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둑음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고틀립 박사는 힘겨웠던 인생을 이겨나갔던 것처럼 그 장애도 이겨낸다. 좌절과 우울도 겪지만 결국 장애를 받아들이고 그만의 인생을 개척해나간 것이다. 오히려 몸이 멀쩡한 사람들이 찾아와 우울을 호소하고 자살의 충동을 느낀다고 불평을 해대는 것이다. 그렇다고 고틀립 박사가 철인이라거나 성인이란 소리는 아니다. 이 책에는 그가 느꼈던 좌절과 아픔, 고난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는 그저 긍정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환자를 상담하고 라디오 진행을 했던 것이다. 그 자신 아픔과 장애가 있기에 단지 말로만 하는 치료가 아니고 환자들이 온몸으로 깨닫게 하는 치료였는지도 모른다. 

몇 십 년을 휠체어에 앉아 지내면서도 장애를 갖고 태어난 손자는 그에게 기쁨이고 사랑이다. 손자가 후에 그 글을 읽을 수 있을지, 어쩌면 영원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살지도 모르는데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손자에게, 그리고 장애아를 둔 부모가 빠지기 쉬운 함정도 일깨우며 할아버지로서, 심리학자로서 인생의 즐거움과 슬픔 아픔과 좌절 우여곡절과 어려움 등등의 모든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담담하게 가르친다.

가끔 인간은 자신의 처지를 넘어, 능력을 넘어 욕심을 부린다. 욕창이 낫기를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주는 교훈 가운데 3밀리미터가 있었다. “너에게 세상의 일부를 맡길 테니 잘 돌보도록 하거라. 그것이 네게 부여된 임무다. 더 크게도, 더 좋게도 만들지 말고 그저 잘 보살피기만 하거라. 때가 되면 내가 다시 가져갈 것이니, 그때 너도 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이다.” 무수한 욕심을 가졌건만 하나님이 맡긴 임무는 그저 3밀리미터를 잘 보살피라는 것이었다. 비록 꿈이었지만 할아버지는 크나큰 깨달음을 얻는다. “이렇게는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삶을 이대로 끝낸다면 세상의 삼 밀리미터를 때가 되기 전에 하나님께 돌려드리는 셈이었다. 그때 내 욕창은 일 밀리미터씩 아물고 있었다. 나의 책무는 온 세상의 삼 밀리미터인 나의 상처가 아물도록 돕는 거라고 여겼다.” 그렇게 해서 삶의 평화로움을 받아들인 할아버지의 깨달음은 우리에게도 많은 교훈을 준다.

약하다고 느낄 때, 아프다고 느낄 때, 좌절했을 때, 자존심을 세우거나 허세부리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자고 할아버지는 말한다. ‘상처받기 쉬운 여리고 약한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비상 깜빡이를 켜고 “제게 문제가 생겼어요. 하지만 전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라고 표현할 수 있을 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길이 훨씬 안전한 길이 될 거라고 나는 믿는다.’ 

결국 이 글은 유명한 심리학자가 쓴 글이라기보다 장애를 가진 한 할아버지가 세상의 모든 이, 모든 샘에게 보내는 편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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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4 1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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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4 19: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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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4 10: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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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4 19: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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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4 11: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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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4 19: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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