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연애특강 - 무라카미 류, 젊은 여성을 위한
무라카미 류 지음, 김자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언제나 무라카미 류의 <69>를 읽어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어찌 하다 보니 늘 뒤로 밀려 부끄럽게도 지금껏 류의 책을 읽어본 게 없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묘사와 진보적인 성에 대한 생각을 가진 작가려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책이 눈에 먼저 띄었다. 바로 이 책, 성공적인 연애를 위한 특강이란다.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공부할 생각은 않고 ‘공부 잘하는 법’, 이런 책을 찾지 않는가. 바로 그게 나다.
 
나이는 있는 대로 먹어가지고 제대로 된 연애 한번 못하고 이대로 늙어둑어야 하나 걱정이 되던 참이었다. 유난히 남녀 관계의 감정에 눈도 늦게 떴을 뿐더러 이제 연애 좀 해볼까 싶었더니 연애 시장(!)에 뛰어들기엔 이미 나이가 많아져버렸다. 그리고 단단히 마음 다잡고 연애 기회를 가져볼까 싶어도 이 넘의 사회에선 왜 그렇게 사람 만나기가 어려운지 말이다. 보라는 선도 까탈 부리지 않고 많이(?) 봤고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결혼 얘기를 꺼냈던 아저씨도 있었다.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하고 끌리지도 않는데 아저씨가 안 됐다고 결혼을 해 드릴(!)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젠 웬만해서 만나면 모두 연하다. 그것도 한 두, 살 연하라야 말이지. 그래서 이래저래 연애도 못하고 시집도 못가고 있다.

그런 와중에 눈에 띈 이 책의 선전 문구가 있었다.

- 당신은 자신보다 연봉이 낮은 남자와 연애(결혼)할 수 있는가? -> 당연하지~!
- 당신은 상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을 애정이라고 생각하는가? -> 어느 정도는 그렇다!
- 당신은 결혼이란 제도가 영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류가 제안하는 답은 ‘위의 질문 중 하나라도 긍정했다면 당신의 연애는 위험하다!’이다. 하나라도라니! 난 세 개 모두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위험해도 좋으니 연애라도 해보면 좋겠지만도.

사실 실제 이 책의 내용은, 연애를 잘 모르고 어떻게 보면 철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즉 연애나 결혼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는 나 같은 사람에게 확고하고도 영원할 진리 같은 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에 대해 객관적이고도 현실적인 어떤 방법이나 해답을 기다리는 사람에겐 좀 실망스러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연애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애와 결혼에 관한 작가의 상념이 현대 일본의 경제, 사회, 문화와 어떤 식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떤 식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보고서이며 그 상황들을 작가가 이론적으로, 주관적으로 풀어낸 분석서이다. 

이 책은 연애에 희망은 있는가, 상상력 없는 연애는 그만두자 그리고 변하지 않는 연애의 조건 등 세 가지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1강에서는 연애가 세월이 변하면서 변하고 있고, 그중 가장 큰 특징은 ‘연애는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가장 살벌한 비즈니스’라는 것이다. 연애의 리스크와 이익, 섹스, 동거, 불륜의 죄의식에 대한 의식변화를 다루었다. 

2강에서는 평범한 결혼, 종착역인 결혼, 생동감, 고독, SM(sado-masochism), 은둔형 외톨이의 연애, 프리터와 스토커, 매력도 없고 경제력도 없는 남자들 등에 관한 전반적인 얘기들이 이어지고 ‘결혼의 동기는 제도가 아닌 비용과 이익이다’라는 시대의 변화가 요구하는 결혼관이 나온다.

3강에서는 점점 더 머니가 드는 연애, 연애하기 힘든 상황을 만드는 세계의 안과 밖 등의 변화를 설명하고 성공연애를 위한 절대 성공 팁이 전개된다. ‘진정한’ 자립과 컴뮤니케이션의 중요성, 기준과 상식에서 벗어날 필요성, 필수불가결한 ‘신뢰’의 문제 등을 다루고 ‘연애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남자’에서는 객관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이 나온다. 의존적이고 응석 부리는 남자를 피하라는 등의 조건 대부분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나, 너무나 일본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느꼈던 것은, ‘내가 돌아올 때 현관에 꿇어앉아서 맞이해줘.’이다. 우리나라라면 이게 어디 상상 속에서라도 가당키나 하겠는가? 어떤 한국여자가 그런 제안을 농담으로라도 한번 들어볼 것이며, 또한 어떤 한국남자가 저런 괴상망측한 생각을 해보겠는가 말이다.

연애를 꼭 성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서의 강의로는 좀 부족하다 싶은 책이지만, 연애가 세월에 따라 변한 모습이나 일본 사회가 변하면서 자연스레 달라진 연애나 결혼의 모습 그리고 전반적인 상관관계 등은 정작 본인들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들인데, 작가의 펜 아래 전반적으로 분석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제목이 내용을 좀 호도하는 면이 있다 하겠다. 변화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나도 현대의 연애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누가 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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