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해 - 너무 늦기 전에 엄마와 화해하기
아이리스 크라스노우 지음, 박인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엄마와 딸들 간의 이야기이다. 아니, ‘너무 늦기 전에 엄마와 화해하기’라는 부제에서 알려주듯이, 중년의 딸들이 과거에 엄마와 어떤 관계였든, 이제 그 화해의 중요성을 가르쳐주고 있다. 왜, 어떻게 화해를 해야 하는지도 여러 가지 예를 들어 소개하고 있다. 엄마를 사랑하는 딸도, 엄마를 미워하는 딸도 모두 읽어볼만한 책이다. 그 모든 딸들이 언젠가는 닥칠 엄마의 둑음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기 위해서도 필요할 것 같은 책이다.

난 엄마가 남에게는 ‘보여주기도 아까운’ 막내딸이었다. 그런데 이제 나도 이 책에서 말하는 중년으로 향해 가고 있고, 엄마는 칠순을 넘겼다. 그렇게 막내딸을 누구보다 아끼던 엄마가 작년 겨울에 아프고 나서 부쩍 변해버렸다. 떼도 쓰고, 어린애 같기도 하고, 자식들을 애틋하게 생각하던 마음도 없어져 버린 것 같아 보일 때도 있다. 그렇게 변해버린 엄마가 낯설어 혼자 어이없어 하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분석을 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억울하고 약 오르는 심정은 어쩔 수 없었다. 일찍 시집가버린 두 언니들에 비해 난 시집도 못가고 구박을 받으면서도 부모님과 함께 오래 살아서 엄마와 친구처럼 지냈다. 어릴 적엔 잘못해서 얻어터지기도 많이 했지만, 커서 어른이 되고 함께 늙어가는 처지가 되고 보니 친한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언니는 중학교 때부터 밥을 시키고 빨래를 시켰으면서도 대학 다니는 내게 일 좀 시키라는 언니 말에 엄마는 늘 “쟨 어리잖니…”라며 내 두둔을 했다. 그런 내게 엄마라는 존재는 정말 특별한 애정의 존재였다. 그랬던 엄마가 변했던 것이다.

그런 저런 이유로 택하게 된 이 책은 결국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물론 가족 멤버들 간 개인주의가 강하고 독립심이 강한 개개인을 중요시 여기는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이러한 책이 나왔다는 것, 또 그들이 느끼는 감정도 결국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인간사, 세상사 어디나 사람 사는 건 똑같지 않던가. 수명이 길어지면서 엄마와 보내는 시간도 우리 모두 늘어났다.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했건, 증오하는 관계이건 결국 이것은 우리가 정말 많은 시간을 엄마와 보내야한다는 의미도 된다. 저자는 자신과 엄마의 관계를 예로 들면서, 인터뷰한 수많은 경우를 보여준다. 결론은 나이가 들어 어린아이가 되고 병이 든 엄마를 엄마가 둑기 전에, 과거를 잊든, 극복하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해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된 많은 경우, 어떤 딸은 엄마에게 이유도 없이 심한 매질을 당한 경우도 있고, 한 번도 사랑한다는 얘기를 못 들어본 건 물론이고, 늘 학대에 가까울 정도로 인정을 못 받은 경우도 있다. 자식을 독재자처럼 조종하려는 엄마도 있었고, 잔소리만 늘어놓는 엄마에, 무관심한 엄마, 성향이 너무 다른 엄마, 강하다 못해 누구와도 싸우기만 하는 엄마 등등도 거론된다. 정말 학대란 학대는 다 받다 정서장애가 초래되고 그것이 폭식으로 연결되어 정신과 몸을 망칠 뻔 한 딸도 있고, 엄마가 둑길 바란 딸도 있고, 또 떼려야 뗄 수 없는 엄마와 딸의 우정도 있다. 그런 모든 갈등과 분노의 경우에 많은 딸들이 중년에 이르러서야, 과거를 잊거나 극복해 엄마와 화해를 하고 다시 건전한 애정 관계를 만들어나간다.

그럼 왜 화해를 해야 하는가? 한편으론 수명이 길어지면서 함께 보내야할 날들이 많기도 하고, 영원히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를 부정하거나 끊을 수 없고, 또 화해하지 않고 엄마를 보낼 경우에 둘 모두에게 그것은 큰 상처가 되고 치유할 방법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화해를 해야 하는가? 그건 각자에 달렸다. 이 책에선 앞서 말한 많은 방법이 동원된다. 결국 중요한 건, 엄마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엄마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사랑받지 못했기 때문에 사랑을 줄지 모르는 엄마도 있고, 엄마도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기에 장, 단점이 있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을 포함해 엄마를 불완전한 인간으로, 또 평생 살아온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면 화 대신 연민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모든 이야기가 100% 공감이 갈 정도로 흥미로웠다. 그런데 정말 정말 어이가 없어서 기가 막힌 대목을 만났다. ‘병원에서 엄마가 많이 아팠던 날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사랑해요, 엄마.” 그러자 엄마가 말했다. “나도 나를 사랑한다.” 그 말에 나는 정신이 얼얼해졌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엄마가 엄마를 사랑하는 거 저도 좋아요. 그냥 저도 엄마를 사랑한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해요.” 엄마는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나도 널 사랑한단다.” 예전 같았으면 계속 말을 잊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는 엄마가 문을 닫으면 그냥 돌아서서 가버렸기 때문에. 지금은 엄마가 문을 닫아도 당당히 걸어 들어가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다.’ 베스라는 중년의 딸은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도 문을 꼭 닫아건 사람 앞에서 저런 정도의 노력을 할 인내심과 성숙함을 키워야 함을 보여준다. 

이제 다음 주면 엄마를 보러 간다. 엄마가 변했건 말건, 엄마를 한번 꼭 끌어안아주고 나서, 내가 원하는 엄마의 행복을 엄마에게 강요하지 않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맘먹는다. 근데 요즘 엄마가 내게 바라는 건, 딱 한가지다. 그건 이제 나이 때문에 거름 값이 된 막내딸이, 성이 ‘아’씨고 이름이 ‘무나’씨인 사람을 엄마 앞에 데려가는 것이다. ^.~

“엄마, 미안해. 그건 정말 어려워~! 아무나씨를 지금 내가 어디서, 어떻게 만나겠어? 쫌 봐주라…” 그리고 이어 말해야겠다.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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