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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화가 한생곤의 노란버스
한생곤 글, 그림 / 하늘숲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때부터 화가의 특이한(일반인의 입장에서 보면 특이하다는 것이지, 사실 예술가라는 입장에서 보면 특이할 것도 없는 것 같다. 예술가란 자유로움의 대명사이니…) 이력에 흥미가 갔던 책이다. 더구나 표지부터 노~오란 색에, 화가의 그림과 크로키 등등, 아기자기한 선물이 가득할 터였다.
시골에서 자라 대학원까지 나온 노총각 장남이라는 엄청난 여러 가지 무게의 짐을 훌훌 털고 자유로운 삶을 살다 못해 버스까지 사서 집 삼아 타고 전국을 누비며 유랑을 떠났으니 참 대단한 사람이다. 누구나 생각은 쉽게 할 수 있으되 실천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닌가. 아무튼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자유로운 정신 세계와 유랑생활을 최대한 아름답고 밝게 가꿔나가는 화가이다. 자신이 지구별을 여행하는 여행자란다… 아직은 지구별보다는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땅 덩어리 정도지만, 앞으로는 지구별의 끝까지 그 노란 버스를 타고 구석구석 여행하지 않을까 싶다.
책은 한생곤이라는 사람이 화가가 되는 과정과 가족 그리고 친구들 얘기로 시작해서, 실제 화가가 되는 공부를 실제 실천하는 노란 버스 여행기, 제주도를 자전거를 타고 한 여행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에게 그림 공부를 해 주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생활과 자연과 여행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이 외롭게, 아름답게 그려져 있고, 그의 글도, 그림도 그렇게 짜여 있다.
참 착한 책이란 느낌이 들었다.
광기를 지닌 미치광이 예술가가 그 광기를 예술로 표출하기보다는 너무나 부드럽고 착한 향기를 글과 크로키를 가지고 생활을 표현 한다고나 할까…
또 한편으로는 책 안에서 여행을 떠나고 방랑을 하는 건 나이고 노란버스의 한생곤은 오히려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느낌이다. 자유분방할 것 같은 그림은 오히려 정겹고 따스한 우리 주변이었고 그 안의 그림 철학은 무척 “교과서적”이란, 즉 “바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책으로 그는 거기 놓아두고 내가 대신 떠나는 그림 여행… 자, 지구별 여행을 떠나보자.
<<어느 날 문득 곤한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의 삶은 이래야 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물처럼바람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내 유언을 미리 만들어 가슴 깊이 늘 간직하고 다닌다. “세상 구경 잘 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