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도 웃기지 않게 생긴 사람이 웃길 때, 정말 웃음이 터진다.
무심하게 웃기는 윤대녕, 그 덕분에 요즘 내가 웃는다.
다음은 <어머니의 수저> 가운데 나오는 대목이다.
- 어느 정신과 의사와의 대화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그는 내가 낚시로 물고기를 잡는 걸 늘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날도 그는 내게 낚시를 그만두라고 충고했다.
“요즘 낚시꾼들 사이에서 ‘2525 릴리즈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거 아시죠?”
“모릅니다. 근데 그게 뭐죠?”
“감성돔 25센티미터 이하, 벵에돔 25센티미터 이하는 잡더라도 서로 놓아주자는 운동이죠. 저도 물론 거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까?” “조금 낫군요. 하지만 아예 잡지 않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요?”
“세상은 둥근 법입니다.”
“?”
“누구나 자기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뜻이죠.”
세상이 둥글댄다. 난 이런 윤대녕의 무심한 유머에 푹 빠졌다. 미친다.
- 자동차 부품을 하는 부천 사람과의 대화
“형씨는 뭐하는 사람입니까?”
둘러댈 말이 마땅치 않아 나는 사실대로 고백했다.
“문필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문필업, 이라면...... 대서소 말입니까?”
“뭐, 그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죠.”
“혹시, 당신 소설가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입조심해야지, 이거 자칫하다간 형씨 소설에 조폭 나부랭이로 등장하겠네.”
“요즘은 조폭 업계에서 자동차 부품업에까지 손을 대나 보죠?”
“왜 아니겠소.”
(...)
“소설엔 쓰지 않기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장담은 못하겠군요.”
남들은 이게 뭐 그리 우스운 유머냐고 하겠지만 윤대녕의 글을 읽다가 이런 대목이 나오면 난 주체를 못하고 깔깔대고 웃는다. 그리고 보고 또 보고 또 웃는다. 길을 가다가도 생각나면 웃는다. 배실배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