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수저 - 윤대녕 맛 산문집
윤대녕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윤대녕 소설의 글맛을 조금씩 느끼면서 당연히 찾아본 게 그의 산문집이었다. 무심한 듯 멋드러진 그의 문체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그 멋이 자연스레 스미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수저>는 그 맛과 멋이 절대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최고봉이었다. 강하지 않으면서 진한 맛이 느껴지고 가볍지 않으면서 산뜻한 맛을 간직한 그런 글맛, 음식 맛이었다.

음식에 대한 산문을 낸 작가는 많다. 그것이 어린 시절의 추억이든, 개인적인 경험이든, 여행에서 보고 들은 박학다식한 지식이든 나름 재미도 있고 그 존재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약간 독자를 호도하는 듯한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느낌이 좋은 분위기가 났다. 어머니에 대한 얘기는 초반에 조금, 끝부분에 조금 나오고 나머지 글은 각각의 우리 음식에 대한 윤대녕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결한 음식에 대한 지식과 억지로 멋 부리지 않은 윤대녕의 글과 함께 정말 멋진 분위기를 던져준 것은 책의 전체적인 톤이었다. 칼라도 아니면서 완전 흑백도 아닌 ‘정갈한’ 사진들이 각각의 음식에 맞게 들어가 있었다. 가볍지 않으면서도 정갈하고, 무겁지 않으면서도 어느 것과도 섞이지 않은 음식 제대로의 맛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글과 사진이 한 쌍의 숟가락과 젓가락처럼 딱 들어맞게 들어가 있었다고나 할까.

이 책 속에는 웬만한 한국음식이 모두 들어가 있다. 한국음식의 기본이 되는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부터 소, 돼지, 닭 그리고 갖가지 생선, 젓갈 등등 또한 윤대녕의 글에 빠지지 않는 술 종류, 윤대녕이 좋아하는 제주도, 섬진강변의 먹을거리가 때로는 봄내음과 함께 또 때로는 가을바람과 함께 밥상에 차려진다. 그래서 그 맛이 또한 일품이다.

이 음식 산문집의 또 다른 특징은 윤대녕이 그냥 생각난 대로 끼적거린 글자나 경험만이 아니란 것이다. 앞서도 썼지만 각각의 먹을거리에 대한 간결한 음식에 대한 지식이 아주 자연스레 펼쳐지고 그 지식이 윤대녕의 펜 아래에서 윤대녕의 문체가 된 것이다. ‘팀채-딤채-짐채-김채’가 김치라는 말로 굳어진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기장 해변에서 열리는 멸치축제에서 어부들이 그물털이를 하는 동안 그물 밖으로 튀어나오는 멸치들을 주워담는 사람들은 모두 가난한 지역 토박이나 시장장사꾼이라는 말을 처음 들으며 마음이 한 켠 싸했었다. 갖가지 음식에 대한 기원부터 지역 특성, 다르게 해먹는 음식 요리법도 볼 수 있고 때로는 윤대녕이 되어 함께 염치가 없기도 한다. 팔자에 없는 다금바리회에 얽힌 이야기에는 함께 얼굴 들기가 민망한 것이다.

윤대녕이 말하는 어머니는 또한 우리의 어머니와 다를 바가 없겠다. 아무도 없고 혼자 식사를 하게 되면 아무것도 없는 밥상으로 식사를 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울컥하지 않을 자식이 어디 있겠는가. 왜 그런 식사를 하시냐는 물음에 어머니는 변명조로 말한다.
“늙은 여자가 혼자 먹는 밥상은 다 이런 거란다. 어느 어미가 저 혼자 배불리 먹겠다고 따로 밥상을 차린다더냐. 그저 밥 한 그릇과 짠지 한 가지면 되지.”

그에 윤대녕은 말한다.
“어머니, 이제 내가 여기 한 밥상 차렸으니 함께 드셔보십시다. 그리고 우리 그때 헤어진 뒤로 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오랜만에 터놓고 얘기도 좀 나눠봅시다. 나는 이렇듯 매양 속절없이 살아왔답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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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3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달래 2007-02-13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죠... 그래도 어머니한테는 늘 그런 마음이... ^^
사진, 정말 좋았어요. ^^

아, 그 책이군요. 아직 읽어본 게 없네요. 읽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