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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2006년 가을호 - 통권 2호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문학잡지이면서 전반적인 청소년 문화도 함께 다루고 있는 문학동네의 청소년 잡지 2호다. 여름호가 신선하고 풋풋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어수선한 느낌이 있었던 면이 있었다고 이번 가을호는 벌써 그 짜임새나 구성이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여름호로 이미 그 구성에 익숙해졌는지도 모르고 아니면 그만큼 이번호가 꽉 짜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시 부문이나 소설 부문에서도 여름호와는 다르게 당선작도 많고 소재나 주제도 다양했다.
가을호는 계절에도 맞고 청소년들이 쉽게 한번쯤은 꿈꿔봤음직한 테마인 도망이 특집으로 실려 있다. 기존의 작가 대담이나 인터뷰, 직접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화 등등 젊은 문학가들과 기존 문학인들의 작품 등 다양한 흥밋거리도 있고, 영화 만화 게임 전위 예술 등으로 다양한 장르를 청소년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읽기에 대한 흥미를 주는 짧은 글 소개뿐만 아니라 정신분석이나 글쓰기에 대한 짧은 강의도 쉬우면서도 청소년들의 수준에 맞게 충고로도 담겨있다. 김영하, 이적, 윤대녕, 성석제, 이창동, 도종환 등등 청소년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작가들의 솔직한 삶과 그들의 문학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도 있다.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게임이나 만화 같은 소재는 어른들이 읽어도 재밌을 정도였고, 청소년들이 직접 꾸미고 글을 쓰는 코너는 여전히 신선한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영화 촬영소를 찾아간다거나 자원봉사 장소인 인도를 다녀온 글 등도 청소년들에게 한번쯤 해봐도 좋을 듯한 경험을 보여주고 있었다.
‘도망’은 예나 지금이나 청소년의 생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화두다. 실제로 저지르는 청소년들보다 못 저지르는 청소년이 대다수라 하더라도, 도망에 대한 달콤한 상상은 즐겁기만 하다. 그런 즐거움을 여러 작품, 작가, 그리고 실생활을 통해 다양하게 꾸며놓았다. 청소년들 뿐 아니라 마치 나도 함께 그 꿈을 꾸는 느낌이었다. 심지어 땡땡이치는 기술(!)까지 적어놓았다. 개인적으로는 ‘망명문학’에 대한 글 가운데 발터 벤야민과 브레히트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끌렸고, 그들의 작품을 더 찾아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
전체적으로 청소년에 맞춰나가는 문학, 예술 그리고 생활을 기조로 하는 청소년 잡지의 느낌이 물씬 드는 가을호였다. 그리고 여름호와 마찬가지로 불량소녀 김현진 언니의 연애상담, 정말 재밌다. 청소년 문학상에 당선된 시나 소설도 여름호에 비해 월등히 좋았다. 아마 많은 청소년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더 많이 쓰고, 또 더 많이 응모하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