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 2006년 여름호 - 창간호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공부나 논술 등 입시와는 상관없는 -물론 전혀 상관이 없지는 않겠지만- 청소년을 위한 순수 문학잡지가 나왔다. 가볍게 머리를 식힐 겸 들여다봐도 좋고 전혀 가볍지 않게 문학공부를 하듯이 들여다봐도 좋을 잡지다. 가볍게 자신의 취향에 맞는 분야만 골라 읽어도 좋고 진지하게 하나하나 다 꼼꼼히 봐도 좋다는 뜻이다.
사실 어떻게 보면 소설 같은 문학 분야에서 청소년은 사각지대다. 어릴 적엔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거의 강요하다시피 읽기와 쓰기를 시켜서 읽기 싫어도, 취향이 아니어도 울며 겨자먹기로 안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서 할 공부는 많아지고 학교로, 학원으로 바쁘게 뛰어다니게 되다 보면 소설 나부랭이(!)를 읽을 시간은 점점 더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사회 전체가 우리 청소년들을 문학의 사각지대로 몰아대고 있는 것이다. 문학 속엔 우리의 삶, 인생이 고스란히, 다양한 모습으로 들어있다. 어쩌면 그 중요한 시기에 감성을 자극하는 한 줄, 깨달음을 주는 한 권의 책이 청소년을 감동시키고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문학을 문학으로서 맛을 들이지 못한 청소년이 자라서 성인이 되었을 때, 무작정 자기계발서만 읽으면 얄팍한 세상 처세술은 배울지 몰라도 인성이나 인품을 완성시켜주는 기본적인 삶에 대한 사고나 자세가 빈약해 늘 인생의 어려움에 부딪칠 수 있다. 깊은 속은 들여다보지 못하고 겉만 핥는 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문학을 접하게 하고 직접 참여하게 함으로써 흥미를 유발해 인생을 탐험할 수 있게 한다는 목적에 부합하는 잡지다. 또한 말 안 듣는다고, 비뚤어진다고 불평만 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읽어주면 좋을만한 잡지다.

그리 두껍지 않은 잡지로 구성도 알차다. 기존 작가들의 짧은 작품들도, 그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인터뷰 같은 글도, 그들이 직접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적은 분량의 글도 있고, 우리에게 막 알려지기 시작한 외국 작가들의 글도 있고, 현재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될 만한 주제의 글도 있고, 재밌는 만화 스타일의 글, 여행과 책에 대한 얘기, 문화에 대한 글 등 무척 다양하게 구성되어있다. 청소년이 직접 참여해 쓴 글, 청소년 문학상에 당선된 글, 고민거리를 상담해주는 코너 등, 자기 표현력이 강한 요즘 세대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켜 줄만한 코너들이 많다.

청소년 문학상 우수작으로 뽑힌 작품, <거울>은 정말 청소년만의 풋풋함이 살아있는 글이었으나, 초등학교 6학년 아이의 ‘동성애 코드’가 과연 고민거리가 될 수 있나... 하는 작은 의문을 품으면서 내가 정말 어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또한 잡지가 지향하고 있듯이, 자신은 그런 소설을 써서 응모했으면서 정작 본인은 “소설은 거의 읽지 않는 편이라”고 똑 부러지고 건방지게(!) 말하는 당선자의 글엔 나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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