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평정
윤문원 엮음 / 씽크파워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사실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빌 게이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선현들이 펼치는 지혜와 위안으로의 초대’라는 문구 때문이었다. 요즘 인문학에 재미도 들이고 있고, 어려워도 자꾸 읽어 버릇해야 독서의 취향도 조금씩 발전하게 되리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에서의 철학적 위안이 무척 좋았던 기억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위대한 성현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조언이나 경구 그리고 그런 경우를 예로 들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는데, 인생을 살면서 필요한 많은 마음가짐이나 태도에 정의를 내리고 약간의 설명을 덧붙였다. 없는 정의가 없을 정도로 방대하게 작은 책에 사람이 삶을 살고 세상을 대하면서 겪을 수 있는 많은 감정을 다루고 있다. 지혜, 자아, 분수, 성공관리, 거절, 일, 선택, 노력, 열정, 습관, 변화, 돈, 가난, 배려, 희망, 건강, 행복, 죽음 등 모두 170가지에 대해 조언과 충고를 하고 있다.

‘책은 보다 진실하고 고차원적인 친구이다. 좋은 책은 인생을 담고 있는 최고의 상자이다. 그 속에는 삶을 살아가며 떠올릴 수 있는 생각들이 담겨있다. 인간의 삶의 세계는 사고의 세계이다. 좋은 책은 훌륭한 말씀과 사상의 보고이다. 우리는 알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자신을 알기 위해서 산다. 그럴 때 진실된 우리를 사람답게 만들 것이다. 사려 깊은 사람이 되려면 품위 있는 다독으로 무장하라.’ 책에 관해 너무 좋은 말이다. 문제는 이런 좋은 말이 어떤 변화나 고저도 없이 나열되어 있다는 게 좀 아쉽다. 사람이 이런 걸 몰라서 완벽한 인간이 못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얼마나 머리에 넣고, 얼마나 온 몸으로 깨달은 다음, 실천을 하느냐가 문제인 것인데, 이런 식으로 170가지나 보다 보니, 온통 뒤죽박죽 정신이 없다. 결국 너무 좋은 떡만 먹어도 맛을 모르게 되듯이... 이 책 한권으로 한꺼번에 이 세상의 모든 ‘지혜와 평정’을 주고, 또 얻으려 했으니, 힘들지 않겠는가. 또한 기대했던 성인이나 위대한 인물의 경구가 전혀 안 나오는 것은 아니다. 정말 드물게 나오긴 하지만 대부분은 출처를 전혀 밝히지 않고 거기에 엮은이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짜깁기를 해서 만들어 놓은 책이다. 그 점도 아쉬웠던 점이다.

물론 이 책의 장점도 많을 것이고 보는 사람에 따라선 관점을 달리해 정말 흥미롭게 읽고 많은 조언과 충고로 무장한 다음, 인생을 정말 지혜롭게 살고 한평생 평정을 유지하며 살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방법은, 아무래도 조금씩 읽고 조금씩 맛을 보면 될 것 같다. 하루에 한, 두 가지씩, 또는 정말 인생이 꿀꿀하고 잘 안 풀릴 때, 나하고 딱 맞는 대목을 찾아 읽고 곱씹다 보면 정말 위안을 얻고 큰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처세술에 약한 사람들은 이 책을 보면 큰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 단지 ‘진실’의 차원에서 그 감정과 태도들을 정의내리는 것만 아니고, 21세기를 힘겹게 살고 있는 우리 현실에 맞게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세탁소에 갓 들어온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하였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나요?”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 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경우를 예를 들어 설명할 때, 이해도 잘 되고, 머릿속에 잘 들어오는 것 같다.

그래서 책장에 꽂아두고 예를 들면, ‘분노’했을 때, ‘겸손’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고 나 자신에 환멸이 올 때마다 읽어보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처세술을 강조하다 보니, 간혹 앞, 뒤가 좀 모순되어 보이는 대목이 눈에 띄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읽을 만했고, 내 약점이나 단점을 보완해줄 많은 대목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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