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연습
조정래 지음 / 실천문학사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정래 선생님을 처음 알게 된 건, <태백산맥>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아리랑>이었다. 그 방대함과 위대함에 감탄에 감탄을 하며 읽었었다. 느낀 것도 많았고 배운 것도 많았고 소설로서의 재미도 끝내줬었다. 특히 <아리랑>은 우리 민족을 사랑하게 해준 작품이었고, 우리 민족의 식민, 해방을 이해하게 해준 작품이었다. 단행본으로는 <대장경>도 읽었는데, 불심으로 왜구를 물리치려는 노력과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인간 연습>에서 윤혁이라는 인물은 대남간첩이었고, 남파되자마자 찾아간 친구에 의해 고발당해 감옥에서 30년을 복역하고 정신질환을 앓는 상태에서 전향서에 사인을 하고 타의에 의해 ‘강제전향’을 당하고 나온 인물이었다. 즉 수기를 쓰라고 민규가 말하는 대목에서 그의 존재가 어떤 것인지 잘 드러난다.

“한 사람의 일생이 정직한가 정직하지 않은가를 준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사람의 일생에 그 시대가 얼마나 담겨 있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데, 선생님이야말로 우리의 분단시대를 온몸으로 떠안고 가장 정직하게 살아오신 분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아무 일도 한 게 없다고 하시는데, 평생을 수난당하고 산 그것보다 더 치열한 일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또 중요한 사실은, 수많은 장기수들이 당한 고난은 엄연한 분단 역사의 한 페이지라는 사실입니다. 그 사실을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고 묻혀버리게 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까. 그건 꼭 기록으로 남겨져야 할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습니다.”

이 책은 생각보다 ‘짧은 장편’이었다. 분단, 이념 그리고 세상이 변해감에 따라 더욱더 오리무중이 되어가는 사상과 현실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글이었다. 의외로 ‘짧은 장편’이란 느낌이 든 것은 주인공의 사고나 인생역정, 감옥에서의 이야기 그리고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민규, 또 윤혁을 친할아버지처럼 따르는 고아남매와의 관계 등 많은 이야기들이 그냥 단순한 이야기처럼 흘러간다는 느낌 때문이리라. 윤혁의 시선이나 삶에 대한 생각, 또 이야기들이 단순구도로 흐르다 보니 어느 정도는 교과서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윤혁의 남은 인생이 바뀌어 가는 세상에서 향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는 어쩌면 그렇게 교과서적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다 읽고 난 느낌이 마치 양념이 덜 된 말간 국 같다고나 할까. 치열한 소재를 그렇게 싱겁게 끓여내는 게 오히려 선생님의 멋인지도 모르겠다. 맛은 좀 싱겁지만 몸에는 좋은 국 같은... 암튼 내겐 그런 느낌이었다. 소설로보다는 조정래 선생님의 전체적인 작품 구도 안의 한 작은 조각이라고 이해하면 훨씬 더 아름답고 좋은 작품으로 다가올 것 같다.    

윤혁이 떠날 때, 윤혁의 아내 모습은 참... 감동적이다.  

<아내의 눈물은 여자의 마음이었고, 웃고 있는 얼굴은 당성의 견고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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