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러블리
강서재 지음 / 예담 / 200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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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여 쪽의 이 책을 다 읽고 접어놓은 쪽이 딱 한 군데였다. 나름대로 그럭저럭 재밌게 읽었고, 웃은 대목도 있고 마음이 울~렁 했던 대목도 있었는데, 다시 보려고 접어놓은 쪽이 단 한쪽이라니 좀 허무하다. 하지만 명품(!) 로맨스를 읽은 듯 금방 읽었으니 억울할 건 없다. 또 전체적으로 글발(!)이 괜찮아 읽는 동안은 어느 정도 즐겁기도 하다.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라는 책으로 알게 된 강서재는 요즘 잘 나가는 방송작가다. 3년 동안 억척 같이 1억이라는 머니를 모은 내용을 책으로 냈고, 이번에는 서른이라는 나이로 악착 같이 명품남자를 찾아 물 좋은 동네를 삼만 리나, 있는 푼수, 없는 푼수 다 떨며 헤매는 여자 얘기를 소설로 냈다. 전작은 나름 얄미운 면도 없지 않았지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깨달은 바나 어려움 등이 섞여있었고, 처음 사회로 나오는 이들에게 ‘머니’에 대한 의식을 심어준다는 면에서 꽤 도움 되는 측면도 있었다. 현실적이고 진솔한 면이 단점을 덮어주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 책은... 장편소설보다는 로맨스소설로 분류되어야 할 것 같다. 어떤 면에선 <쇼퍼홀릭>과 <워커홀릭>을 흉내 낸 감도 느껴진다. 그게 요즘 한국에서 잘 나가는 싱글여자들의 세계라면 할 말이 없어지지만, 그 세계 속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살고 있는 내겐 좀 동떨어진 세계로 보였고, 과장이 좀 지나치다 싶은 면이 거슬리기도 했다. 또 소설로서의 구성도 다른 걸로 덮어주고 넘어가니 망정이지. 우연이나 갈등 해소 같은 것도 소설로서는 그 가벼움이 지나치다. 그러니 어느 더운 날,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먹고 난 느낌이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방송작가인 장만옥의 스타일을 보자면, 평범하고 자그마한 체구에 가슴이 무척 작지만 꽤 귀여운 외모를 가진 여자다. 성격은 어떤 때 보면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미자처럼 푼수를 떨기도 하지만 일에서만은 뒤지지 않는 커리어우먼이다. 이제 좀 따져보자. 쇼핑으로 원고료 들어오는 대로 다 써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몇 개의 카드가 정지되고 명품관에 가서 울며불며 사정해서 명함을 주고 나오는 것으로 79만원 짜리 원피스를 입고 나온다. 물론 나중에 갚는 건 잊는다. 그게 평범한가? 물론 요즘 ‘된장녀’ 얘기를 보면 평범하다 하겠지만, 그 주인공이 그럼 된장녀란 말인가. 44사이즈니 자그마한 체구 맞다. 그런데 가슴이 작은 거에 무지 콤플렉스가 있어서 작대기 세 개짜리 브랜드 양말을 브래지어 안에 넣고 다닌다. 아무리 과장을 해도 그렇지, 지금이 70년대도 아니고... 뽕브라가 얼마나 좋은 게 많은데... 더구나 패션에 그렇게 민감한 여자가... 이 얘길 왜 굳이 따지느냐... 제목이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억지로 갖다 붙였다는 느낌이 드니 말이지.                   

이 책에 나타나는 여자의 심리는 어떻게 보면 모든 한국 싱글여자가 어느 정도는 느끼는 것일지 모른다. 아무리 고상하고 겸손한 사람이라도 현실적이고 속물적인 면이 없지 않다. 그런 면까지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다. 남자친구나 남편감으로 잘 생기고 몸 좋고 좋은 집안에 좋은 직업에 성격도 좋고 머니 많은 사람을 싫다할 여자가 있겠는가. 게다가 평범한 나를 좋아해주는 남자라면, 더구나 나의 최대 단점을 보면서 “헬로, 러블리~”라고 말해주는 남자라면, 진정한 명품남자 맞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런 명품남자가 평범한 여자하고 사랑에 빠지고 연애를 할 경우가 얼마나 될까.

그래서 이 소설이 로맨스소설이라는 얘기다. 내 사정, 내 현실은 다 잊고 로맨스소설의 완벽한 명품남이 평범한 나를 선택해준다는 설정과 해피엔딩...

다시 보려고 접어놓은 쪽, 한쪽도 정말 개인적인 이유였다. “원래 리스크란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손해 보는 쪽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아무리 상대가 무슨 이유에서건 꼬셔도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결국 손해 보는 건 당사자라는 말씀~! 여기선 연애에 대한 얘기였지만, 이건 자금이나 일에 대한 투자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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