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아... 재밌다. 처음부터 끝까지 술술... 그래서 이야기꾼이라는 별명이 붙었나 보다.

작가 사진을 보니, 얼굴에 써 있다. 장난 좋아하고, 사람들 곯려먹고, 펜대 굴리면서 지적 유희를 즐기는 사람이라고... 예전에 그의 단편 하나를 읽었는데(제목이?... 에라 모르겠다.), 그 명성에는 조금 못 미치는 듯 싶었지만, 그래도 평범한 듯 뛰어난 글이라고 생각했었다.

<순정>은... 옛날 못 살던 시절의 시장통에서 술집 여자한테 태어난 아이가 도둑이 되는 얘기다. 이 한 줄로 스토리 요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왜 책을 읽으며 즐거웠느냐... 그의 능수능란한 펜대 아래 굴러가는 표현들이며, 에피소드들이며, 느슨한 듯 하면서도 꽉 짜인 구성 아래 엮어진 사람들의 심리, 등등이 술술 풀려있어서이다. 성에 대한 이야기도 드러내놓았지만 능글맞지 않다. 똥에 관한 이야기도 무성하지만 아주 드(!)럽지는 않다. (똥에 대한 얘기를 그렇게 하는 걸 보면, 마치 무슨 집착 같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어린 시절의 무슨 콤플렉스 얘기가 나올 것 같다!) 근데 맨 마지막의 반전 아닌 반전은 뭐지? 독자들을 좀 우습게 본 거 아닌가? 그냥 스토리 마무리였겠지... ^^ 정말 재밌게 읽었다.

<<(...) 초등학교 때 한 번도 한 자릿수의 석차를 기록한 적이 없는 이치도가 반에서 1등을 했다는 것은 본인의 강한 의욕, 엄청난 노력,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운이 수반되어야 했다. 물론 이치도는 1등을 하면 좋겠다는 희미한 의욕은 있었다. 약간의 노력도 했다. 거기에 좀 지저분한 행운이 뒤따랐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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