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향기 - 어떤 기이한 음모 이야기
게르하르트 J. 레켈 지음, 김라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커피에 얽힌 장편 소설, <커피 향기>는 제목만으로도 커피 마니아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나 또한 커피가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커피가 꼭 몸에 좋은 것만은 아니기에 카페인 중독이 뼈저리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때 의사가 백해무익이라며 커피를 끊으라고 종용하기도 했지만 당장 일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머리가 아파 다시 안 마실 수가 없었다. 커피라는 말이 들어가는 건 뭐든지 좋아한다. 커피 아이스크림, 커피 사탕, 커피 껌, 커피 색깔, 커피의 분위기 등등.

<커피 향기>는 일종의 추리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베를린의 대규모 커피 하우스에서 커피를 마신 사람들이 갑자기 심장에 이상을 일으키고 병원으로 실려 간다. 독극물이 함유된 커피를 마신 것 때문이다. 음모에 휩싸인 커피 광이자 커피 로스터인 한스 브리오니, 그 아들도 피해자가 되어 병원에 입원하는데, 막상 브리오니는 그 중독사건의 용의자로 지목을 받는다. 혹시나 하는 옛 기억을 되살려 커피 협회의 지인을 찾아가는 것도 그렇고, 진실을 파헤치려고 노력하는 과정도 그렇고, 기사거리의 선두를 놓쳐 신참 여기자가 브리오니를 맡아 취재하기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결론도 그렇고 사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추리소설로는 좀 긴박감이 떨어진다.

중간 중간 커피에 대한 역사나 해박한 지식, 특히 커피 향과 맛을 높이기 위해 어떤 커피콩을 골라야 하고 어떻게 볶고, 어떤 식으로 물을 내려야 하는지 등등 커피 마니아라면 정말 눈여겨볼만한 대목이 많다. “커피를 손수 볶는 사람은 세 가지 선물을 받는 셈입니다. 볶을 때의 향기와 갈 때의 향기, 그리고 마실 때의 풍미, 이렇게 말입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마니아라면 “머리와 가슴과 정신을 꿈틀거리게 하고 자극하고, 건드리고 반짝하게 만드는” 느낌에 당연히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 늦추기 협회’나 정치까지 끼어든 음모 등등은 좀 억지스런 감이 없지 않다. 게다가 로맨스로 가는 과정은 너무나 뻔하다고 할까. 기대했던 것보다는 2%로 부족했던 추리소설이었다. “계몽의 시작을 특징짓는 것은 하나의 냄새입니다. 바로 ‘커피 향기’지요.”로부터 시작하는 정치적 음모론. 그 매개체를 커피로 잡는 것은 아무리 역사적인 설명을 곁들이더라도 좀 억지스러워 보인다.

한동안 커피숍에 들어가면 꼭 헤이즐넛 향이 넘쳐나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인스턴트 커피든 원두커피든 좀 진하게 마시는 버릇이 있던 난 그 커피가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커피향이라곤 전혀 없고 맛도 보리차 맛 정도로 여겨졌었다. 그때 내 친구들은 거의 모두 그 커피를 좋아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친구들을 만나면 나도 그런 커피숍에서 그런 커피를 마셔야 했던 시절이었다. 이젠 좀 다양해져서 원두커피점도 많아졌고, 취향 따라 진한 커피, 흐린 커피, 헤이즐넛 커피 등등 다양해져서 내 코와 입이 호사를 한다. 누구나의 취향에 맞게 커피가 다양해져서 다행인 것처럼 이 책이 어쩌면 헤이즐넛 커피처럼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어도 좋아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믿는다.

커피가 정말 좋은 건, 단지 집중력을 높여주고 일에 대한 열정을 깨워서만은 아니다. 커피에는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첫째, 저는 대접받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둘째, 저 시간 있어요. 그리고 셋째, 혁명의 향기를 맡고 싶어요!” 신참여기자가 브리오니에게 하는 말이지만, 책을 읽지 않아도 어떻게 그들의 로맨스가 연결되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커피 한잔 하실래요?” 이보다 더 멋진 프로포즈가 있을까... 하지만 한 동안 작업멘트로 이보다 더 딱지 맞기 좋은 멘트는 없었다고 본다. 너무 대놓고 하는 거 같아서 무드 없어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갑자기 이 겨울에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설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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