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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의 만찬 ㅣ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의 제목은 사실 좀 독자를 우롱하는 감이 없지 않다. 13이라는 숫자는 알게 모르게 사람들에게 숫자에 얽힌 뭔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만찬에 참석했던 13명이 차례차례 둑는다든가 아니면 그 13인이 모두 용의자라든가 뭐 그런...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만찬 자체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긴 하지만 꼭 숫자 13이 내포하고 있는 불행 쪽으로 흐르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단 살인 사건이 벌어지면 유력한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제일 먼저 캔다. 하지만 제일 유력한, 너무나도 범인같이 보이는 용의자가 강력한 알리바이가 있을 때, 사건은 미궁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모든 사람이 용의자가 되고 그 모든 용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하나하나 모두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딘지 좀 경박해 보이지만 끝내주는 미인에다 연기 하나는 일품인 여배우가 새로 결혼하기 위해서 남편이 이혼을 해주지 않자 남편을 둑인 용의자였다. 성격이 너무나 솔직하고 당당해서 남편을 둑이고 싶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사람들 앞에서 하던 여자였다. 그녀는 그날 밤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그러고 나니 이젠 많은 이들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그러는 사이에 또 다른 살인이 벌어진다.
하지만 우리의 에르큘 포아로가 누구인가. 너무 쉬운 사건 해결은 오히려 그에게 뭔가 의심을 하게 한다. 서서히 드러나는 단서들이 사건을 쉽게 해결하게 했지만 만약 그 단서들이 지능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면? 포아로는 사건들과 연결된 작은 의문들이 풀리지 않자 붙잡고 늘어진다.
이 작품에서는 포아로가 단서에 따라 사건을 엎치고 덮치며 내리는 결론을 따라가다 독자는 쉽게 사기를 당하지만 그것 또한 무릎을 치게 하는 매력이 있다. 게다가 조수격인 헤이스팅스 대위와의 대화에서 알려주는 범죄 심리도 마치 생활의 지혜처럼 새겨둘만 한 교훈이 있다. 물론 범인이 어떻게 완전 범죄를 꿈꾸었으며 그 완벽한 범죄의 어디서 빵꾸가 났는지 알게 되는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사람은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능력이 있다고 생각이 들면 자만심이 생기고 허영심이 고개를 든다. 게다가 탐욕스럽다면 위험에 빠질 확률이 높다. 그런 사람에겐 그 자만심과 허영심을 부추겨서 사기를 치고 어떤 일에 끌어들이기가 쉽기 때문이다. 한 희생자의 경우였다.
또한 사람은 많은 것을 가졌으면서도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그러다보니 내 이익을 위해서 남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이번 경우는 명예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