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
강서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것처럼 유쾌하게 머니를 모았다고? 그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처음부터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그러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실망이나 질투를 느낀 것 같으니 말이다. 사실 나오자마자 읽어보고 싶었는데, 하도 읽지 말라는 평이 많다보니, 이차저차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되었다.

사실 읽다 보면 슬슬 약도 오르고 짜증도 난다. 왜냐? 자꾸 나하고 비교를 하게 되니까.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배운 게 더 많은 거 같지도 않은데, 방송작가를 하면서 그렇게 머니를 많이 번단 말이야? 그럼 난 뭐야? 게다가 아무리 자기가 밤샘노동을 하면서 프로그램을 세탕이나 뛰어가며 코피를 흘리고 영양실조에 걸려가면서 머니를 모았다고는 해도, 그래도 들에 나가 노동을 했어? 광산에 가서 석탄을 캤어? 부두에서 짐을 하역했어? 아무튼 이래저래 펜대 굴리면서 ‘쉽게’ 번거잖아?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만 하면서 이 책을 읽게 되지는 않는다. 그런 생각만 하면 이 책에서 볼 것도 배울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 책에는 배울 게 있고, 볼 게 있다. 그래도 뭔가 남보다 나은 점이 있었으니, 남들 못하는 1억을 3년 안에 모았고, 책도 냈지 않느냐 말이다. 누군가가 만약 월급이 3분의 1이 적었다면, 누군가가 그녀보다 2분의 1을 적게 벌었다면, 그녀만큼 억척을 떨면서 3분의 1이 적은 머니, 2분의 1이 적은 머니를 모아갖고 있느냐... 그건 아닐 것이다. 그러니 강서재는 그런 면에서 남보다, 나보다 낫다는 것이다. 그럼 그녀의 어떤 면이 이런 일을 가능하게 했느냐.

강서재는 이 책에서 그녀가 어느 날, 정신 차린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5년 동안 직장 생활을 했으면서 통장 잔고가 겨우 700만원이었단다. 그래서 젊은 날, 미친 듯이 머니를 벌어보고자 했단다. 그래서 목표를 세웠다고. 보통 사람들이 머니를 많이 모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적게 밖에는 모이지 않는 이유가 목표액을 정해놓지 않고 무작정 머니를 모아서 그렇단다. 딴에는 일리가 있다. 나도 무지 절약하면서 무리를 해서 늘 머니를 모아도 그렇게 빨리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버는 족족 명품으로 휘감고 명품족들이 모인다는 클럽을 싹쓸이하겠다면, 그 길이 더 쉽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이 책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저 그런 월급쟁이인데, 언제 머니를 모으나 걱정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 책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둑어라고 일하고 둑어라고 모으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평생 그러라는 게 아니다. 기간과 목표액을 정해놓고 하란다. 모으는 족족 갖다가 은행에 넣고 힘들어질 때마다 통장을 갖고 다니며 보란다. 피곤이 싹 가실테니... 게다가 자신이 자신의 힘으로 벌고 모은다는 뿌듯함도 함께 보너스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니 얼마나 좋은가. 이 책이 좋은 점은 머니를 많이 벌고 잘 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게 아니다. 머니를 모으면서 젊은 날, 자신도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 그걸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가진 거라곤 젊음과 일하고자 하는 의욕, 그것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방송작가가 아니라서 강서재만큼 못 벌면 어떤가. 대신 내가 버는 만큼, 벌 수 있는 만큼 목표액과 기간을 정해서 하면 되는 것이다. 평범한 나도...
 
작가는 지갑에 1십만원짜리 수표를 폼으로 넣고 다니며 남들에게 빈대를 붙었다고 하지만 성격상 그것도 할만 해야 하겠지만, 읽다보면 나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내 방향 설정이 자연스레 된다.

“왜 절약은 감염되지 않고 다만 질투를 불러일으킬까. 누가 그럴듯한 핸드백이라도 메고 나타날라치면 곧바로 감염돼 다음 날 똑같은 것을 메고 나타나는 힘찬 전투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왜 절약에는 감염되길 거부한 채 다만 몸서리칠 뿐일까. 왜 절약에는 그토록 인색한 것일까.”

혼자만 절약하려고 하니까 그렇지. 난 내 머니 절약하는 만큼 남의 머니도 절약해주려고 애쓴다. 진심으로... 요건 내 얘기고 암튼 강서재는 머니를 모으다 만나게 되는 어려운 복병들도 무시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마치 머니면 다 되는 것처럼, 머니를 제일 사랑하면서 왜 아닌 척하느냐는 말 같은 거엔 동의하지 않는다. ‘돈을 좋아하는 것을 당당히 인정하라’는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머니보다 더 좋은 게 꼭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이 세상엔 머니 말고도 더 좋아할 만한 것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애환을 얘기하면서 거짓말로 점철된 자신의 글, 남의 글을 모두 싸잡아 패대기친다. 모두 다 위선이라는 것이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뻔한 소리들을 한 죄로 절필을 하고 싶어진다나. 그게 전부 다는 아니다. 정말 그렇게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신포도’라서 명품백이 싫다고 하는 게 아니라, 명품백 열 개라도 살 수 있는 능력이 되지만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없어서 안 사는 사람도 많다. 물론 누가 거저 준다면야 거절하지 않겠지만.

또 ‘라면 먹고 갈래요?’ 대사를 인용하면서 ‘이영애의 미모 때문이었는지 여하튼 괜찮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는 ‘봄날은 간다’에 대한 평가에는 나도 모르게 불끈했다. 방송작가라면서 이 영화를 제대로 보기나 하고 그런 소릴 하나... 머니 모으느라고 책도 제대로 못 읽고 영화도 제대로 못 봤나 봐... 무슨 그런 소릴... 다른 건 그럭저럭 다 봐줄만 하지만, 저런 식의 남의 작품을 평가절하 하는 건 못 견디겠다. 강서재는... 반성하라. (반성하고 있겠지?)

이 책은 작가가 결론 삼아 썼지만, 머니를 모으는 과정에서 “돈을 다시 보게 했고, 인생을 다시 설계하게 했고, 세상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이제 막 머니를 벌기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들, 직장을 몇 년을 다니고도 아직 이렇다하게 모아놓은 게 없는 직장인들, 머니에 대해서 욕심도 개념도 별로 없는 사람들, 미래에 여행을 떠나거나 자신의 힘으로 뭔가 해보려는 사람들... 그런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면 강서재처럼 누구나 자신의 목표에 도달할 것이고, 강서재처럼 “돈을 제대로 사랑할 줄 알게 되고, 인생을 올바르게 사랑할 줄 알게 되고, 세상을 진심으로 사랑할 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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