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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 여자아이 - 유치원생에서 고등학생까지
레너드 삭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아침이슬 / 2007년 1월
평점 :
이 책을 쓴 레너드 삭스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임상심리학자로 교육방법에 대한 이론뿐 아니라 실제 아이들을 만나고 치료하는 사례를 바탕으로 이론과 경험을 두루 갖춘 아동 심리학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국에서 벌어지는 실례와 사례라서 우리와는 조금 동떨어진 시각도 있지만 그 근간은 21세기 어느 나라와도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잠시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었고, 더 나중에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나름대로 아이들을 대했고, 또 가까이에서는 조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면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사이의 다름과 그 차이에서 놀라운 일을 수없이 겪고도 아직 이해 못하는 것이 많았는데, 이 책을 통해서 많은 사실을 새로 이해하고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교육자나 부모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일 것이고 그 외의 사람들에게도 남자와 여자를 근본부터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책이라 하겠다. 과학적인 근거뿐만 아니라 생리적인 몸 구조, 그에 따른 심리 변화나 세상을 보는 시각, 사회를 마주 대하는 태도도 다름을 많은 실례와 분석을 통해 다뤘기 때문에 읽기에도 무리가 없고 쉽게,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레너드 삭스의 교육방침과 교육철학은 시작부터 생리적, 물리적, 유전적, 심리적으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교육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뇌 구조부터 다르며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도 다르기 때문에 무작정 남자아이는 언어기능이 떨어지고 여자아이는 수학을 못한다고 단정 지으면 안 된다고 한다. 즉 성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른 교육 방법을 제시하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총 10장으로 이루어져있다. 각 장을 간단히 살펴보자. 물론 책에는 이해하기 쉬운 실례와 이론 그리고 대안까지 다뤄져있다.
- 1장에서 신생아 때부터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보다 청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러한 성차를 무시한 교육이 어떤 문제점을 제기하는지 보여준다.
- 2장에서는 표현을 할 때, 여자아이는 사물을 그리고, 남자아이는 동작을 그린다는 등의 예를 들어 성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놀이습성도 다른데,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유치원교사가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한 아이를 칭찬하고 다른 아이에게 주의를 주거나 따라하라는 식의 교육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긍정적인 감정이건 부정적인 감정이건 모든 감정은 소년과 소녀의 뇌에서 다른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사실부터 인지하고 아이들을 대해야할 것이다.
- 3장에서는 소년소녀가 모험을 대하는 태도가 판이하게 다른데 그 이유를 보면, 소년은 보통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소녀는 자신을 과소평가한다는 데서 온다고 한다. 그런 차이를 이해함은 소년소녀에게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서부터 교육이 시작되고 위험에도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 4장에서는 공격성에 대해 다루는데, 고통을 느끼는 강도가 다르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남자아이들이 그에 맞서는 한편 여자아이들은 피하려고 하는 모습을 통해 극복하는 방법이 달라야 하는 것이다.
- 5장에서는 학교생활에 대해 설명하는데, 남학생들이 교사와의 친밀감을 형성하면 친구들한테 놀림을 당하거나 약자로 분류되는 반면, 여학생들은 그 친밀감이 잘못 형성되면 교육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심리를 보여준다. 우정을 맺는 방식도 남학생과 여학생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문제나 해결방식이 달라야 하는 것이다.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피보나치 수열에 대한 예도 무척 흥미롭다. 남학생들은 길을 찾을 때도 나침반을 사용하는 것이 쉽고 여학생들은 표지물 중심으로 찾는 게 쉬운 것을 보는데, 그것은 사용하는 뇌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실생활과 연결해 여학생에게 수학을 가르치면 남학생들만큼 수학을 잘 할 수 있고, 읽기에 있어서도 남학생이 다소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이유는 문학적 소설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데, 모험소설이나 논픽션을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는 예를 제시한다. 관심대상이 다르고 뇌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 6장의 성문제에서는 여자는 주로 정신적 유대감을 원하고 남자는 신체적 접촉을 원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현재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많은 문제점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 현실과는 많은 부분 다르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한다는 점에서 훑어본다면 유익할 것 같다.
- 7장의 중독에서는 가족사이나 학교에서 벌어질 수 있는 많은 아이들의 중독의 원인과 결과도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한테서 그 발병이 다른 원인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미국에서의 심각한 병 유발이나 약 처방을 볼 수 있다. 조금씩 심각해지는 우리 현실을 볼 때, 미리 훑어보면 도움이 되겠다.
- 8장에서는 어떻게 키울 것인가 하는 주제로 가족관계 정립에 대한 충고를 담고 있다. 21세기의 핵가족이 만들어낸 비만과 늘어난 성활동 그리고 높아진 범죄율에 어떻게 우리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고 부모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그리고 잘못을 했을 때나 조언을 할 때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어떻게 다르게 대해야 하는지 또 나이를 고려해서 해결하라는 점을 강조한다. 때로는 부모가 권위를 세워야 하고 습관과 훈련을 들일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 9장에서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다루는데, 미국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성 풍토에 대한 이해와 혹시나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경우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10장에서는 분홍과 파랑의 이분법 극복하기란 주제로 애매모호해진 성, 같은 교과과정으로 가르치는 모순 등을 예로 들며 그런 천편일률적인 틀보다는 교과과정이 같더라도 다른 방식을 통해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남자아이들과 여자아이들을 따로 구분해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성별은 인간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정체성의 문제”이며 소년소녀 모두를 위해 여러 세대가 함께하는 남자들 또는 여자들만의 활동에 참여하라고 제안한다.
사회성을 길러주고 평등한 교육을 실시한다는 핑계 하에 이제는 모범형식이 되어버린 남녀공학 학교 방식, 즉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함께 같은 교실에서 같은 교육방식을 이용해 가르치는 전형적인 교육방식에 대한 반박이 이 책의 중요한 요점이다. 또한 그 문제점들을 분석하고 실례를 통해 대안을 제시하는 면에서 훌륭한 교육지침서가 된다. 마약이나 성문제 등은 우리의 현실을 다소 앞서가는 면이 없지 않으나 금지의 당위성이나 권위를 상실한 부모가 무조건 ‘친구’처럼 아이들을 키우다가 닥치게 될 많은 문제점과 위험성의 잠재요인을 미리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올 아이가 요즘 어디 한, 둘 뿐이겠는가. 어느 누구도 완벽한 어른이 아니고 완벽한 부모나 선생도 될 수 없다. 문제가 있으면 일단 인정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때, 이 책은 또한 실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