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두더지 4 - 완결
후루야 미노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렛츠고! 이나중탁구부>의 작가인 후루야 미노루의 신작 <두더지>가 완결되었다. <시가테라>에 전력을 기울이기 위해 대충 끝낸 게 아니냐,라는 말도 있지만 일본과 동시에 한국에 발간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사실 여부는 모르겠다. (지금 이곳 저곳을 뒤져보니 2권과 3권 사이에 3년의 공백이 있었다고 한다. 그 사이에 작가는 <시가테라>를 시작했다.)
하지만 <두더지>의 그 묵직한 무게감으로 보건대 절대로 대충 끝낼 수 있는 작품은 아닌 듯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작품은 <렛츠고!이나중탁구부>와는 작가가 같다는 것 말고는 유사점을 찾기 힘들다. 혹시라도 뛰어난 만화독법으로 <렛츠고!이나중탁구부>에서 볼 수 있는 노골적인 유머에서 고스란히 날이 선 현실의 냉혹함을 약간이라도 발견할 수 있었다면, 바로 그것이 작품 전체가 그 현실의 냉혹함과 선연한 날카로움으로 이루어진 <두더지> 사이의 잡아내기 힘든 유사점이라 할 수 있다.
단절과 폭력, 살인을 중심축으로 한 이 작품은 폭력과 살인에서 파생되는 두려움과 공포, 암울함을 너무나도 극명하게 보여주어 읽다보면 숨이 막혀 고개를 돌리고 싶을 정도다. 1권을 처음 읽으며 애초 스미다에게는 기대를 걸지 않았다. 그가 분명히 상식적으로 말하는 '파멸'을 택하리라는 예측은 쉽게 할 수 있다. 왜? 그를 둘러싼 그 절망이 도저히 누구의 힘을 빌더라도 떨쳐낼 수 없으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물론, 친구의 힘으로도 혹은 허울 좋은 사회의 힘을 빌더라도 그의 깊은 절망은 어느곳에든지 따라다니는 이 외눈박이 괴물의 육중한 무게만큼이나 그를 짓누르고 숨막히게 하며 희미한 빛도 볼 수 없도록 온몸으로 그의 눈과 귀를, 입을 가리고 있다. 그럼에도 한두 권 읽어나가며 계속해서 속절 없는 바람을 했다. 제발 제발 누군가가 스미다를 구해내기를. 그가 구원받을 수 있기를. 마지막 장을 굳이 미리 들쳐보지 않더라도 스미다의 파멸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리라는 걸 알면서도 구원의 동앗줄이 내리기를 바랐던 나는 분명 천진하게도 낙관적인 시선을 지닌 어른이다. 해서 구름이 달을 가린 어두운 밤에 괴물을 대면한 그의 힘겹게 단호한 눈매에, 익숙한 절망의 말을 읊는 그의 마지막 말에 한없이 부끄러워진다.
'역시... 안되는 건가..?
아무리 해도 무리야..? 그런가..?
정해진 거란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