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타이거! 그리폰 북스 9
알프레드 베스터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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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라는 것이 참으로 미묘한 것이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지향을 띠고 있어서 명성 앞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해서 남들의 칭찬이 자자한 책에 공감하지 못할 때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알프레드 베스터의 <파괴된 사나이>를 읽었을 때의 기분이 알쏭달쏭 야릇한, 유치하면서도 생경한 느낌이었다면 <타이거! 타이거!>는 근사한 장난감을 선물로 받은 기분이다. 존트, 가속, 초능력, 텔레파시, PyrE 등의 진기한 개념들, 그리고 태양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복수와 참회의 드라마는 마치 뫼비우스/조도로프스키의 <잉칼>을 읽었을 때처럼 상상력의 자장이 넓어지는 유쾌한 느낌을 준다. 독특한 캐릭터와 기발한 아이디어, 서사 구조를 운용하는 재능도 뛰어나지만, 놀라운 것은 이 모두가 어디서 본 듯하다는 점, 대중적이면서도 거창한 주제(종교, 도덕)를 다룬다는 점, 무엇보다 숨막히게 재미있다는 점이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책 속에 푹 빠지고 싶을 때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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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 - 음악과 과학의 만남
로베르 주르뎅 지음, 채현경.최재천 옮김 / 궁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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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 제목만으로는 책의 정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음악 활동의 의미에 관한 책이라는 것만 알려줄 뿐 방법론에 따라 사변적인 철학서도 될 수 있고 분석적 기호학이나 인류학, 때론 심리학 서적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과학의 눈으로 음악 활동의 여러 일면들을 고찰하고 있다.

과학과 음악은 언뜻 보아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만드는 모든 행위는 과학적 설명을 필요로 한다. 청각이라는 감각에서 소리와 음악의 구별을 거쳐 복잡한 악곡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행위들은 인간이라는 생물학적 조건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로베르 주르뎅의 이 책은 정확히 이런 계열을 따른다. 각 장의 논의는 가장 작은 단위인 소리에서 시작하여 음악의 종착지인 쾌락에서 끝나며, 음향학, 두뇌 과학, 인지 심리학 같은 학문적 방법이 동원된다.

책에는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악기의 발전을 진화에 비교한다거나 콘서트홀과 음악 스타일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 화성과 리듬의 인식을 비교하는 대목, 작곡가의 천재성과 두뇌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 뇌 손상으로 인한 실음악증 환자의 사례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핑크 팬더>의 주제를 분석하면서 좋은 선율, 좋은 화성이란 어떤 것인지를 관습과 기대감에 의해 추정하는 것도 신선한 접근이다. 책의 상당 부분은 음악 활동을 할 때 두뇌에서 일어나는 일의 설명에 할애하는데, 아직 연구가 진행중인 분야라 명확한 결론은 없지만, 두뇌가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준다. 특히 리듬에 관한 장에 나오는 시간 인식의 메커니즘, 연주 시 운동신경계의 자율적인 반응, 그리고 신경계의 작용에서 감정의 역할을 논하는 대목은 주목할 가치가 충분하다.

하지만 제목의 궁극적인 질문을 과학적 방법을 통해서만 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저자는 자칫 서양 음악의 우월성 주장으로 빠질 위험을 피하기 위해 비유럽권 음악에 대해 배려하고자 노력한다. 그럼에도 복잡한 형식과 구조에 대한 옹호는 여전하다. 이것은 곧바로 테크놀로지와 대중 음악에 대한 무시로 이어지는데, 이는 대중 음악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음색에 대한 경시와 맞닿아 있다. 내가 이 책에서 유일하게 아쉽게 생각하는 점은 악기를 설명하면서 음색에 관한 고찰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악기를 살펴보면 인간이 어떤 음색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왜 어떤 악기는 금방 잊혀지지만 어떤 악기는 오랫동안 사랑 받는가? 문화권에 따라 개발되고 선호되는 악기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악기는 해당 지역 언어의 음성적 요인(발음, 억양)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내가 음악적 경험의 궁극적인 지점이 음색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책은 분명 음악적 경험에 관한 흥미진진한 보고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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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십 트루퍼스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5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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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하인라인의 명성과 영화에 대한 실망 사이에서 망설이다 이제야 <스타십 트루퍼스>를 읽었다. 결과는 의외로 만족스러웠다. 강화복 같은 아이디어는 지금 보아도 흥미롭고 군대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이야기를 풀어 가는 솜씨 또한 명성대로 훌륭했다. 특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부분은 군대, 전쟁, 규율, 윤리에 관한 작가의 장광설이 펼쳐지는 대목이었다.

"전쟁의 목적은 정부가 결정한 일을 무력을 통해 지원하는 일이야. 그 목적은 결코 죽이기 위해 적을 죽이는 일이 아니라 (...) 내가 시키고 싶은 일을 적에게 강요하는 일이야. 살육이 아니라  (...) 통제되고, 목적을 가진 폭력이지"(p.108). "우리는 훈련과 경험, 그리고 엄격한 정신 수양을 통해 윤리 의식을 획득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윤리 의식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생존 본능이 세련되고 세분화된 것이다. (...) 윤리적 본능이란 어른들이 네 마음속에 심어 준 개념, 즉 개인 차원의 생존을 넘어선 절대적 생존이 존재한다는 신념을 의미한다"(p.191).

<스타십 트루퍼스>는 군대적 질서가 지배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을 어떻게 강인한 군인(시민)으로 키워낼 것인지 설교하는 소설이다. 하인라인의 입장은 '교육'과 '사회'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교육은 개인의 잠재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인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훈육하는 것인가.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는 민주주의를 지향할 것인가, 아니면 일방적인 목적을 위해 개인이 희생되는 독재 체제를 옹호할 것인가. 그것이 관건이다.

발표된 지 5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작가가 제기하는 이슈가 현재에도 여전히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회는 효율성이 지배하는 사회, 내 편과 상대편이 적대적으로 맞서는 사회, 수단과 목적이 뚜렷이 구분되는 사회다. 이런 효율성의 사고, 힘의 사고가 지금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논리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논리는 명확해 보이는 만큼 사람을 맹목적으로 만든다. 물론 우리는 경험적으로 개인을 존중하는 사회가 획일화된 사회보다 더 만들고 유지하기 어렵지만 그만큼 더 소중하다는 것을, 그리고 인류가 다원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음을 알고 있다.

사족으로, 성장 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한참 세계관을 형성해 가는 중인 청소년들보다는 비판 능력을 갖춘 성인이 읽어야 할 책임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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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아르칸 - 세르비아의 인종주의자로 이슬람교도들을 무참히 학살하여 전범이 됨
공산주의 붕괴의 그림자, 밀로셰비치의 앞잡이로 군대 조직
레드 스타 베오그라드의 민족주의자들의 리더가 됨, 가수 체카와 결혼
2. 올드 펌: 글래스고 셀틱과 레인저스의 라이벌 전
변호사 도널드 핀들리가 유명, 포르노그래피적 쾌락으로 해석
3. 맥스 노르다우 - 유대인 축구 선각자
하코아 축구단, 토트넘 핫츠퍼(유대인 팬 많음, 스스로를 Yid라 부름)
아약스(요한 크루이프의 히피 문화) - 미국 : 인디언 = 아약스 : 유대인
MTK 헝가리아
4. 첼시: 1980년대 훌리거니즘에서 1990년대 세계주의로 변모
훌리건 문학과 잡지, 컨설턴트를 갖춤, 1990년대 중반에 산업화가 됨
1970년대 훌리거니즘이 친파시스트 영국 민족주의 운동과 결합, 첼시가 대표적
5. 브라질 축구 클럽을 지배하는 악한 - 카르톨라스, 아벨란제가 대표적 인물
펠레의 생애 - 브라질 축구를 개혁하기 위해 신자유주의를 들여오지만 실패
6. 리보프 - 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7. 유벤투스는 아넬리 가(구시대 권력, FIAT), AC 밀란은 베를루스코니(신흥 미디어 재벌)1986
발퀴레 헬리콥터 씬 연출
인터 밀란과 이탈리아 좌파의 감상주의
1960년대 이탈리아 카테나치오(빗장수비)가 등장하면서 심판의 영향력이 막강해짐
8. 바르샤: 카탈루냐 민족주의의 본산(세계주의적 민족주의), 좌파 지식인, 현대 미술
seni(실용주의와 교활함의 사이)와 rauxa(폭발성)
9. 1979년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 - 샤의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에 대한 반발
이란에서 현대화는 축구와 동의어, 축구는 개혁의 상징
축구 혁명과 미국의 세계화 전략, 이슬람주의
10. 1960년대 식 미국 교육에 따르면 축구는 인생의 교훈을 가르치는 운동
다른 나라 축구는 노동 계층의 영역인데 비해 미국에서는 자유주의 엘리트 교육의 일환
축구는 유럽을 껴안는 세계화 / 야구는 미국인의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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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사회학 - 지구를 정복한 축구공, 지구를 말하다
리처드 줄리아노티 지음, 복진선 옮김 / 현실문화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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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경고하자면, 축구에 대한 애정만으로 이 책을 선택한 사람은 낭패보기 십상이다. <축구의 사회학>은 축구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학술적 담론, 특히 영국의 독특한 문화 연구 학풍에 관심 있는 자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었다고 해서 책마저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불행히도 경직된 학문적 틀이 주제의 즐거움을 압도하는 경우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대중적인 주제에 학문이 끼어 드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그런 만남이 행복한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학문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버릇이 있다. 사소한 현상에도 거창한 개념을 동원하고,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기에 앞서 다른 이들의 주장을 인용하고 통계를 나열한다. 그런 가운데 정작 자신의 입장은 어중간한 양비론을 취하기 쉽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집중하고 읽어도 딱히 저자의 주장이 뭔지 파악되지 않는다. 축구의 역사를 '전통', '현대', '탈현대'로 구분한 뒤 그에 따라 사회적 논점들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살펴보고 있는데, 내가 배경 지식이 부족한 것인지 저자가 불친절한 것인지 각종 고유명사와 개념어의 홍수에 번번이 길을 잃는다. 이런 상황에는 번역도 한몫을 차지한다. 역자가 축구에 대한 사랑의 반만이라도 번역에 쏟았다면 이렇게 민망한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축구가 전 세계에서 누리고 있는 엄청난 명성과 영향력을 생각할 때 축구는 여전히 학문적으로 매력적인 대상이다. 20세기 초 현대 국가 형성에서부터 사회 계층 분화와 통합, 매스 미디어 관계에 이르기까지 축구는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보다 일목요연하고 체계적인 학문적 연구가 소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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