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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슨 투 디스
알렉스 로스 지음, 장호연 옮김 / 뮤진트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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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과 같이 읽으면 더 좋은 책. https://www.youtube.com/watch?v=8Qf6mi_0B8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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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 2006년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박현욱 지음 / 문이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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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가 내게 가르쳐준 베스트셀러의 비결. 흥미로운 소재를 적극 활용하라. 민감한 주제를 건드리되 절대 통념을 넘지 말라. 논점을 깊이 있게 파고들지 말고 보편적인 지점에서 멈춰라.

스포츠 속에 인생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축구와 삶을 비교하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으랴. 다른 남자와 같이 아내의 사랑을 공유하게 된 기막힌 사내의 이야기를 축구 이야기와 병행하고 있는 이 소설은 일단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하지만 아무리 발상이 신선하고 문장의 가독성이 뛰어나더라도 장편의 호흡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법. 시종일관 같은 템포, 같은 수법을 고수하는 이 소설은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슬슬 지겨워진다.

일단 축구와 주인공의 삶을 비교하는 것이 점점 기계적인 일대일 대응이 되면서 억지스럽기도 하고 타성적인 느낌도 든다. 주인공의 인식에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일처다부라는 위기의 상황에서도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끝까지 고집한다. 특히 주인공은 속물적인 아저씨처럼 투덜거림만 쏟아낼 뿐 변화된 상황에 능동적인 대처를 보이거나 상대방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마무리가 당혹스럽다. 새로움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없이 그런 모험을 감행할 사람은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작가의 태도와 입장이 소설 속에 드러나지 않는 것은 결정적인 흠이다. 이에 비하면, 작가가 조사한 여러 자료들이 소설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지 못한 점은 사소한 흠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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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덱스터워드의 비밀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변용란 옮김 / 영언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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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식 공포는 소설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표현하기가 어렵다. 그의 소설은 소름끼치는 광경, 끔찍한 소리, 지독한 악취로 가득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볼 수도 들을 수도 맡을 수도 없다. 내레이터의 서술이 독자와 현장 사이를 딱 가로막고 있어서 우리는 그가 들려주는 묘사를 통해 상상력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 이렇듯 실체를 보여주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게끔 만드는 것이야말로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강점이다. 연금술, 흑마술, 비의적 화학실험 등을 다룬 소재는 지금 보기에 다소 낡은 듯하지만 공포를 담담하게 응시하는 서술적 태도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공포의 실체보다 공포를 전하는 방식이 더 매혹적인, '유령의 집'처럼 말초적인 충격을 주는 대신 섬뜩하면서도 자꾸 기웃거리게 만드는 미스터리가 사람의 마음을 매료시키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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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빨강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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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세밀화 표지가 인상적인 <내 이름은 빨강>은 작가인 오르한 파묵이 금년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면서 새삼 주목을 받은 작품이자 요즘 각광받는 트렌드인 역사 추리 소설이다. 한마디로 문학성과 재미를 보장한다는 뜻일 테다. 16세기 말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금박 세공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소설이 시작된다. 먼저 죽은 자가 말을 꺼내고, 이어 12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자, 그가 사랑하는 여인, 그녀의 아버지, 그리고 그의 제자들이 차례로 자신의 사연을 전한다.

이 소설은 여러 측면에서 흥미롭지만 가장 주목할 것은 역시 독특한 형식이다. 장마다 화자가 바뀌며 이야기가 서술되며, 화자에는 인물들 외에 개, 나무, 금화, 빨강, 악마도 포함된다. 크게 보아 소설은 남성적인 세계와 여성적인 세계로 나눌 수 있다. (터키어가 존댓말과 예사말 표현으로 구분되는지, 성에 따라 어법이 달라지는지는 모르겠지만, 번역서에는 남성이 화자인 경우는 예사말로 여성이 화자인 경우는 존댓말로 표현되어 확연한 분위기 차이를 보여준다.) 남성적인 세계는 서두의 살인 사건을 따라 궁중 화원의 생활과 페르시아 화풍과 베네치아 화풍의 대립으로 이어지고, 여성적인 세계는 한 미인을 둘러싼 세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슬람 사회의 생활상과 다양한 인간적 감정들을 펼쳐놓는다. 따라서 이 작품은 포스트모던의 특징이라 부를 만한 다중시점에 정치적, 시대적, 문명적 서사와 풍속적이고 개인적인 내면 묘사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이라는 형식이 얼마나 포용력 있고 유연한 양식인지, 서사 구조의 가능성이 얼마나 풍부한지, 역사 추리 소설이 <장미의 이름>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문명의 충돌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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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요람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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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가들은 독특한 인물을 창조하고, 어떤 소설가들은 독특한 문체를 만든다. 그런데 가끔은 아예 세계 자체를 창조하는 소설가들이 있다. 커트 보네거트는 누구보다 세계의 창조자라는 말이 어울리는 개성적인 필력을 자랑하는 소설가이다.

<제5도살장>과 더불어 1960년대 보네거트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고양이 요람>은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그다운' 작품이다. 이 말은 그의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사람은 낯설고 황당하고 어지럽고 상징적인 세계에 어지럼증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나 또한 예전에 새와물고기 판을 읽고 당혹해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보네거트를 접하는 사람은 <갈라파고스>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 책과 <타이탄의 미녀>는 절대 피하라! 영영 보네거트와 멀어질 수가 있다.)

보네거트가 창조한 세상은 어리석은 인물이 지배하는 엉망진창인 세상이다. 이 책에 나오는 펠릭스 호니커 박사처럼 도덕적인 책임감 없는 사람에게 세계의 운명을 맡겨놓은 꼴이다. 그리고 평범한 일반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기이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이를 위해 그는 독특한 구성을 선보인다. 단순한 플롯에 또 다른 플롯을 잘게 나눠 덧붙이는데, <고양이 요람>에는 허구의 바이블과 엉터리 시, 생소한 개념용어, 산 로렌초의 방언이 등장한다. 보네거트만의 거리두기 전략인 셈이다. 궁극적으로 <고양이 요람>은 핵에 대한 공포를 블랙유머로 뒤집은 소설이다. 과학, 종교, 정부, 진리, 그리고 인간에 대한 조롱이 이보다 더 신랄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의 소설이 단순한 빈정거림에 그치지 않는 것은 그에게서 진심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외견상 가벼운 필체 이면에는 인간에 대한 슬픈 연민이 있다. 어쩌면 그의 독특한 세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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