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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타이거! ㅣ 그리폰 북스 9
알프레드 베스터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취향이라는 것이 참으로 미묘한 것이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지향을 띠고 있어서 명성 앞에서 이리저리 눈치를 보게 마련이다. 해서 남들의 칭찬이 자자한 책에 공감하지 못할 때 서글픔을 느끼게 된다. 알프레드 베스터의 <파괴된 사나이>를 읽었을 때의 기분이 알쏭달쏭 야릇한, 유치하면서도 생경한 느낌이었다면 <타이거! 타이거!>는 근사한 장난감을 선물로 받은 기분이다. 존트, 가속, 초능력, 텔레파시, PyrE 등의 진기한 개념들, 그리고 태양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복수와 참회의 드라마는 마치 뫼비우스/조도로프스키의 <잉칼>을 읽었을 때처럼 상상력의 자장이 넓어지는 유쾌한 느낌을 준다. 독특한 캐릭터와 기발한 아이디어, 서사 구조를 운용하는 재능도 뛰어나지만, 놀라운 것은 이 모두가 어디서 본 듯하다는 점, 대중적이면서도 거창한 주제(종교, 도덕)를 다룬다는 점, 무엇보다 숨막히게 재미있다는 점이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책 속에 푹 빠지고 싶을 때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