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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사회학 - 지구를 정복한 축구공, 지구를 말하다
리처드 줄리아노티 지음, 복진선 옮김 / 현실문화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미리 경고하자면, 축구에 대한 애정만으로 이 책을 선택한 사람은 낭패보기 십상이다. <축구의 사회학>은 축구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학술적 담론, 특히 영국의 독특한 문화 연구 학풍에 관심 있는 자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었다고 해서 책마저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불행히도 경직된 학문적 틀이 주제의 즐거움을 압도하는 경우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대중적인 주제에 학문이 끼어 드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그런 만남이 행복한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뜻이다.
학문하는 사람들은 몇 가지 버릇이 있다. 사소한 현상에도 거창한 개념을 동원하고,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기에 앞서 다른 이들의 주장을 인용하고 통계를 나열한다. 그런 가운데 정작 자신의 입장은 어중간한 양비론을 취하기 쉽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집중하고 읽어도 딱히 저자의 주장이 뭔지 파악되지 않는다. 축구의 역사를 '전통', '현대', '탈현대'로 구분한 뒤 그에 따라 사회적 논점들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살펴보고 있는데, 내가 배경 지식이 부족한 것인지 저자가 불친절한 것인지 각종 고유명사와 개념어의 홍수에 번번이 길을 잃는다. 이런 상황에는 번역도 한몫을 차지한다. 역자가 축구에 대한 사랑의 반만이라도 번역에 쏟았다면 이렇게 민망한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축구가 전 세계에서 누리고 있는 엄청난 명성과 영향력을 생각할 때 축구는 여전히 학문적으로 매력적인 대상이다. 20세기 초 현대 국가 형성에서부터 사회 계층 분화와 통합, 매스 미디어 관계에 이르기까지 축구는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보다 일목요연하고 체계적인 학문적 연구가 소개되기를 기대한다.